[ 서울=뉴스프리존]=임은희 기자

대한민국 배구계가 때아닌 ‘학폭’사태로 한바탕 대홍역을 치루고 있다.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남자 프로배구 선수들까지 번지면서 온 배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쌍둥이 자매는 대한민국 여자 프로배구계의 간판스타이면서 국가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다.  최근 이들은 과거 초등·중학교 배구부 시절 동료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의혹이 불거지자 사과문을 게시하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얼마 후 이들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터져 나왔다. 이에 여론은 싸늘하게 이들 자매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학교 폭력 가해자는 퇴출해야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이들 자매는 팬들의 뜨거운 비판에 팀 숙소를 떠났고, 현재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는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지난 15일 이재영과 이다영 선수에게 무기한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시키는 중징계를 내렸다. 오는 도쿄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좌절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리던 여자 배구대표팀으로선 뜻밖의 악재를 만나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소속팀 흥국생명도 이들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뒤늦은 징계조치에 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흥국생명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사후약방문식의 조치로 뒷북을 쳤다는 분위기다.

남자배구도 마찬가지다.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 심경섭 선수도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이들이 각각 고교, 중학교 시절 후배에게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선수도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학원 스포츠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년간 엘리트 체육 시스템이 빚은 예고된 비극이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선 스파르타식 팀 운영과 훈련 방식이 온 스포츠계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도 우리 학원 스포츠계에 또 다른 폭력이 자행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특히 이번 프로배구계 학폭 사태는 스타 중심의 팀 운영도 책임이 크다. 팀을 이끄는 스타선수일수록 웬만한 과오는 눈 감아주는 그릇된 풍토가 아직도 존재한다고 한다. 시대 착오적인 대표적인 구시대의 적폐다.

배구는 단체 경기다. 스타 혼자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특정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다른 선수들의 협력과 희생이 없다면 승리는 요원하다.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절대로 필요하다.

우리 스포츠계가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선 지도자들이 우선 스타 중심의 시스템을 버려야 한다. 특히 학원 스포츠 지도자들은 승리 기술을 전수하는 전문가라는 생각 대신 진정한 스포츠맨을 양성하는 선생님이 돼야 한다. 올바른 스승에게 학원 폭력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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