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형사고발·손해배상 청구 소송 검토"
"사실상 블랙리스트 작성…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뿌리 MB정부였을지도"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인천 남동구청장 재임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구정원 사찰 문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인천 남동구청장 재임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구정원 사찰 문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프리존] 김정현 기자=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인 불법 사찰 문건을 처음 공개한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인천 남동구청이었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18일 "사찰 문건의 내용은 정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악의적인 내용들이었다"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문건을 받아 본 뒤, 그 불쾌함과 괴로움이 전혀 아물지 않고 생생히 되살아남을 느꼈다"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문건을 공개했다.

배 의원은 "문건의 제목부터가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순종적이지 않으면 국정운영을 저해한다고 보는 반문주주의적인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지난해 12월 8일 시민단체와 함께 국정원에 이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며 지난 1월 15일 통지받았다"고 말했다.

배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건은 2011년 9월 15일 작성된 것으로 사찰 대상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광역 지자체장 8명, 기초 지자체장 24명이다. 

배 의원은 "이 문건의 작성자는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24명의 기초지자체장, 8명의 광역지자체장, 그리고 문건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배 의원은 "사찰 문건을 보면 '좌파강사를 동원한 각종 강연회·특강 주선으로 지역사회 종북의식을 주입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고 그 예시로 제가 언급된다"며 "부모스쿨을 운영하며 강사진에 전교조, 민주노총 출신을 배치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건에 '지역사회 이념 오염'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지역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좌를 개설해서 종북 좌파 논리를 전파하고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여론을 조성한다는 것"이라며 "지목된 강좌는 '2011 남동 흼아교육 부모스쿨'"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은 당시 강좌의 홍보 포스터를 공개한 뒤 "이 강좌는 제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남동구청장 후보로서 내세운 '혁신학교 추진' 공약의 일환"이라면서 ▲21세기 학교의 새로운 비전 '배움의 공동체' ▲핀란드 교육을 통해 본 우리 교육의 과제 ▲사유하는 부모가 자녀들의 희망을 만든다 ▲우리 시대, 행복한 부모로 살아가는 법 ▲자녀와 소통하기-부모코칭 등 강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배 의원은 "이게 종북 논리인가"라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무조건 무한 경쟁 속으로 밀어넣고, 성적 올리고 좋은 대학 가는 게 최고라 하면 '건전한 논리'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생각을 바꿔보고 외국의 사례를 공부하면 '종북 논리'가 된다는 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은 "이런 사찰과 왜곡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너 벌어질 일인데 사찰 문건에 쓰인 표현과 인식을 보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정신적으로 냉전시대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깜짝 놀랐다"고 피력했다.

배 의원은 "제가 종북좌파인물의 제도권 내 활동기반을 마련했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정책자문단을 확대하고 종북인물을 대거 기용했다는 것인데, 그들이 종북이라는 근거가 정말 황당하다"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 남동지부장 출신으로 해임됐으며, 현재 좌파단체에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과거 이력에 따라서 사람을 제멋대로 색칠하는 주제에 누구에게 종북이라고 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힐난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사찰문건.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사찰문건.

배 의원은 "문건을 자세히 뜯어보면 볼수록 사찰이 개인적 이력에서부터 정책, 인사, 예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고 매우 헤밀하게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면서 "충격적인 내용이 하나 더 있는데 제목은 '당정은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야권 지자체장들의 국익·정책 엇박자 행보를 적극 견제·차단함으로써 국정결실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자고 돼 있는데 실제 예산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이 이어진다"고 했다.

또한 "'시·도당은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혈안 질의시, 지자체장의 국정 비협조 사례 등을 집중 추궁하는 등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적혀있는데, 앞 부분에 몇 글자가 지워져 있다. 과연 이게 어디 시도당을 말하는 것이겠나"라며 "여기에 당시 여당의 이름이 적혀있었을 것이라고 주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이 보고서를 통해 당시 여당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인식을 퍼뜨리고 야권 지자체장을 견제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집권여당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배 의원은 "이 기막힌 사건은 저와 문건에 등장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광역지자체장이나 기초지자체장에게도 이렇게 사찰이 이뤄지고 이념의 칼날을 들이댔는데, 힘 없는 일반 국민에게는 어땠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활동이력으로 사람을 색칠하고 그들을 한 뭉텅이로 종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여서 실제 불이익까지 주었다"며 "이는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작성이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의 뿌리는 이명박 정부였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서 남동구청장 시절 압력을 받았는가란 질문에 "인천 지자체장 중 처음으로 남동구청이 행정감사를 았았는데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민노당 출신 구청장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나온 것 같다'는 말이 회자됐다"면서 "현재 나와있는 취지라면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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