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학폭' 가해자들 퇴출 여론 빗발치는데, 반대로 '범죄자' 두둔하며 사익 챙긴 정치인들은 승승장구?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학폭' 사건으로 폭발하는 퇴출 여론, 은근슬쩍 넘어갔다간 '문 닫을' 각오해야 할 것
이명박 'BBK 동영상' 공개되자 당시 대변인들의 길이남을 궤변, "'내가' 설립했다고 안했다" "편집·조작 의혹이"
"목소리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 동영상 입 모양까지 조작할 수 있다. 대가로 30억원 요구했다" 황당 음모론도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10년 전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선수 생명을 끊어야 한다느니 평생 속죄하며 살게 해야 한다느니 하는 요구가 빗발칩니다.
10년 전 나라에 빨대 꽂아 사익을 챙겼던 대한민국의 일진 ‘이명박파’의 핵심 멤버들은 양대 도시의 유력 시장 후보입니다. 참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입니다." (전우용 역사학자, 16일 페이스북)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이 폭로되며, 배구판 전체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물론 스포츠계 전체로도 번지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자매에 대해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고,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과 향후 지도자 자격까지 박탈하기로 했다.
이들에 이어 과거 학폭 사실이 폭로된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심경섭 두 선수에 대해서도 같은 처분이 내려졌다. 배구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수위원회와 별도로 스포츠권익인권센터를 출범하고, 배구협회에 등록된 전체를 대상으로 폭력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여론은 학폭 가해 사건에 휩싸인 이들에 대해 '엄중 징계'를 요구하고 있어, 여론이 사그라든 후 코트로 슬그머니 복귀하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
이번 기회에 강하게 단죄하지 않으면, 이같은 사건이 또 대물림될 수 있어서다. 어설프게 선처해줬다가는 미래의 학교폭력자를 양성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운동실력만 괜찮으면, 공부 잘하면 문제 저질러도 괜찮다"는 선례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러면 "부패해도 경제를 살릴 것이다"와 같은 그릇된 사고방식을 낳는다. 프로스포츠는 선수 기량이 어떻든간에 '관중'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계 전체는 물론, 다른 분야들까지 전수 조사해봐야 한다는 여론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학폭 가해자들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반면, 정치권은 어떠할까? 전우용 역사학자는 16일 페이스북에서 "10년 전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선수 생명을 끊어야 한다느니 평생 속죄하며 살게 해야 한다느니 하는 요구가 빗발친다"고 언급하면서도 "10년 전 나라에 빨대 꽂아 사익을 챙겼던 대한민국의 일진 ‘이명박파’의 핵심 멤버들은 양대 도시의 유력 시장 후보"라고 지적했다.
전우용 학자가 지적한 이들은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과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박형준 전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의 대변인을 맡으며 이명박이 연루된 'BBK 주가조작' 사건을 적극적으로 방어한 바 있다.
대선 직전 이명박이 본인 입으로 "BBK라는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과거 광운대 강연 동영상이 전격 공개됐다. 그러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나 전 의원은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문제의 '주어' 사건을 일으킨다.
"CD(영상)에는 'BBK를 설립하였다'고만 언급되어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BBK 회사와도 사업상 같이 하기로 하였다는 뜻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라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의 사실이다" (2007년 12월 17일 나경원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 대변인)
얼마나 황당한 궤변이었으면 '주어가 없다'는 지금도 나경원 전 의원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 중 하나다. 사건의 주어가 누군지는 한글만 알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말이다.
나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역시 후보 대변인이었던 박형준 전 의원도 이명박의 BBK 설립 발언에 대해, "이미 일간지 보도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 나온 이야기"라며 "이명박 후보가 회사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정확한 표현"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동업자 관계인 김경준씨 회사와 여러가지 회사를 뭉뚱그려서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잡아뗐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박형준 전 의원도 나경원 전 의원 못지 않게 궤변을 쏟아냈다. 박 전 의원은 그해 12월 16일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 "편집·조작한 의혹이 없는 지 명백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까지 하며 음모론까지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오마이뉴스> 보도내용을 보면 박 전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편집조작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도 기술자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BBK나 LKe뱅크, EBK를 발음한 것을 조작하는 것은 상당히 쉽다. 이것도 명백히 수사를 해봐야 한다."
그는 이처럼 이명박의 목소리가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는 더 나아가 "동영상의 입 모양까지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가능하다"고까지 답했다. 그는 더 나아가 'BBK 동영상'을 공개한 대통합민주신당 측과 모종의 돈 거래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등, 정치공작설까지 앞장서 제기했다.
"공갈범들은 먼저 신당의 정봉주 의원을 만나 30억원을 요구했다. 공갈범이 협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당 관계자가 만든 녹취록에는 (이명박이 BBK를) '설립했다'는 소리만 나오면 우선 세 개를 주고 그 다음 '플러스 알파'를 협상한 것으로 나온다. (공갈범이) 정동영 신당 후보와 통화하고 이회창 후보의 김정술 변호사와도 협상한 것도 녹취록에 드러난다."
박 전 의원은 그러면서 "범인들의 통화기록만 조회해도 정봉주 의원 등 신당 관계자들과 협상한 게 드러날 것이다, 어떤 협상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검경 수사까지 외치고 나섰다. 그는 이후에도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이명박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당시엔 눈과 귀만 있으면 아는 사실임에도 묻혀버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후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임이 확인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BBK 주가조작 사건의 주어도 역시 이명박임이 확인됐다. 다스의 자금이 BBK로 흘러들어갔으니, BBK를 설립한 주어는 동영상에 나온대로 이명박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이다. 다스 실소유주임이 이명박임이 인정되면서, 그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받은 것에 대한 혐의도 인정된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나 박형준 전 의원 모두 그렇게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궤변들을 쏟아내며, 명백한 범죄자를 두둔했던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역시 승승장구했다. 이듬해 총선에서 재선되며 정치적 입지를 넓힌 나경원 전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면서 4선 의원까지 지냈다. 박형준 전 의원의 경우 총선에선 낙선했지만 이명박 청와대의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등을 연이어 지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정의화 국회의장 재임 시기엔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전우용 학자는 이들을 대한민국의 일진인 '이명박파'의 핵심 멤버들로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대한민국 양대 도시인 서울·부산의 시장 유력 후보라는 점에 대해 "참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라고 반어적 표현을 썼다. 학폭 가해 전력이 있는 스포츠 선수들에겐 책임을 물으면서도, 수많은 시민들을 울린 범죄자를 두둔해서 승승장구했던 정치인들에겐 왜 책임을 묻지 않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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