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총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매춘부”라는 자기 대학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학문의 자유’에 포함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하버드대가 특히 인문학 쪽에서는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내 소년기 때부터의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진다. 이런 식의 협소한 인식을 가진 자가 이끄는 대학이 세계 최고일 리가 없다.

학자들이 ‘학문의 자유’를 절대시 하는 것처럼,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판사들은 ‘사법권의 독립’을 절대시한다. (‘독립’과 ‘자유’는 일란생 쌍둥이처럼 늘 함께 가는 개념이라고 본다)

심지어 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한 검찰에게도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검찰이야말로 사법 프로세스의 이니셔티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기관이다.

나는 언론인이기 때문에 ‘언론 독립’ 혹은 ‘언론 자유’를 적극 찬동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

첫째,
정치권력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운가.
언론은 돈다발을 흔들어대는 광고주(재벌)들로부터 자유로운가.
대통령의 ‘정책’까지 수사하겠다는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언론자유의 핵심인 기자들은 ‘족벌사주’들로부터 자유로운가. 

둘째,
언론 사주들과 기자들은 스스로의 부패, 편견, 무지로부터 자유로운가.
언론 사주들과 기자들은 기사를 광고와 바꿔 먹으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언론 사주들과 기자들은 자기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가짜뉴스라도 써야겠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단독’을 위해서는 공무원, 검사들과 결탁하고 거래해도 무방하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이같은 질문은 기자뿐 아니라 검사와 판사에게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은 ‘독립’을 외치기에 앞서 자신(들)이 부패, (정치적) 편견, 무지로부터 자유로운가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전관이 변호를 맡은 사건에서 고민하지 않고 늘 정의롭게 수사하고 판결하는가. 
내 식구를 챙기고 감싸려는 조직이기주의로부터 자유로운가. 
선배들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해 본 적이 있는가.

이같은 질문에 분명히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는 이상 법원의 독립, 검찰의 독립은 언론의 자유처럼 대단히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미 그 자신들이 막강한 권력이 돼 있기 때문에, ‘독립’이란 그들이 가진 권력을 누구에게도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으로 굳히는 도구가 될 뿐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미쓰비시교수와 로렌스 바카우 총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들)은 (학문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외부의 자본 권력과 자기 자신(들)의 부패와 (정치적) 편견, 무지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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