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우두머리(였던) 윤석열 검찰청장이 ‘법치주의’를 언급했다.

“(...) 검찰의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입니다. (...) 이제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의 직에서 물러납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윤석열 청장의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 중에서)

대한민국 언론계의 거물 방상훈 조신일보 사장이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언급했다.

“(...) 시민단체로 위장한 이념단체들과 권력의 편에 선 매체들을 동원해 진실을 수호하려는 언론들에게 ‘적폐’이자 ‘말살되어야 할 악’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 (...)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마저 이념과 진영논리로 오염시켜 흔들어대는 참으로 부도덕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 (방상훈 사장의 조선일보 창간 101주년 기념사 중에서)

그러면서 이들은 법치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하며 분노하고 있다. 그렇다. 법치주의와 언론의 자유야 말로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될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다.

내가 알기로 법치주의는 모든 권력행위는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검찰의 형사법 집행 기능은 국민 전체를 위해 공평하게 작동되어야 합니다.” 윤석열 자신이 편지에서 한 말)

또한 언론의 자유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믿는 바, 생각하는 바를 제약 없이 드러내고 밝힐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그런데 윤석열 청장이 지금까지 해 온 행동을 보면 그가 말하는 법치주의란 오로지 검사만이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겠다는 것,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검사 판사 포함, 돈과 권력 있는) 만 명만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를 보면 방상훈 사장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란 오로지 언론사주들과 그 휘하 기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 그들이 마음대로 확대축소하고 왜곡하고 조작할 수 있는 자유, 여기에 대해서 아무도 비판해서는 안 되는 ‘그들만의’ 절대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건 아니지!

딱 한 가지씩만 예를 들자.

윤 청장은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강변하면서 “중대범죄에서 수사는 짧고 공판은 길다는 것, 진짜 싸움은 법정에서 이루진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짧게 하고 (같은 검사가) 법정에서 재소자들에게 거짓 증언을 시키기 위한 집체 훈련까지 하면서 진짜 싸움을 벌였던가. 측근 검사들이 벌인 그런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해 임은정 검사에게서 사건을 빼앗았는가.

방상훈 사장은 기념사에서 “언론의 자유마저 이념과 진영논리로 오염시켜 흔들어대는 참으로 부도덕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위험한 징조이며 자칫 ‘민주주의의 종언’을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말 언론의 자유를 이용해 이 나라를 이념과 진영논리로 오염시켜 공동체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은 조선일보 등 수구족벌언론들이라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는가, ABC를 이용해 광고주들을 속이고 언론소비자들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기질은 과연 언론의 자유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나는 윤석열 전 청장과 방상훈 사장을 보며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올린다.

깡패가 “이 마을의 질서는 내가 지킨다”고 주먹질을 하고 야바위꾼이 “내 말만이 진실이며 누구도 내 말을 막을 수 없다”고 설레발치는 살풍경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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