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탐구]

‘손자병법’ ‘구지편’에 나오는 말이다. 손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로가 교차하고 교통이 편리하여 공격하기에도 편하고 적군이 와서 공격하기에도 편한 곳을 교지(交地)라고 한다.” 즉, 도로가 교차하는 지역을 교지라 한다. 이어서 손자는 교지에서의 작전 원칙에 대해 “교지에서는 각 부대 사이의 연락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교지에서 내 쪽은 수비를 신중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지에서는 연락이 끊어지지 않게 한다’는 뜻의 ‘교지무절’은 여러 갈래의 도로가만나 왕래가 빈번하고 사통팔달이며 막거나 끊을 수 없는 곳에서는 ‘신중하게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신중하게 지킨다’는 말은 높은 벽이나 보루를 쌓아 모든 도로를 단절하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이런 지형에서 ‘사수’하는 것은 어리석다. 여기서 말하는 ‘끊어지지 않게 한다’는 것은 섣불리 넘어서거나 건너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지형을 넘어서서 작전하게 되면 ‘교지’가 후방이 되는데, 교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사통팔달이어서 적에게 쉽게 뒷길을 차단당할 우려가 있고, 또한 공격해오는 적보다 아군의 병력이 많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손자는 ‘내 쪽은 수비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오왕과 손자가 나눈 대화를 기록한 ‘오왕손무문대 吳王孫武問對’ 중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오왕 : 교지에서는 적의 허리를 끊어 공격해오지 못하게 하고, 근처 우리의 성을 굳게 지켜 통로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고 했소. 그런데 만약 이런 조치를 미리 해두지 않아서 적이 먼저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공격해오는데 나가 맞싸우지도 못하고 또 병력도 서로 비슷하다면 어찌해야 하오?

손자 : 아군이 나갈 수 없는데 적이 공격해오는 상황이라면, 병사들을 나누어 일부는 숨겨놓고 일부는 허술한 곳을 지키는 척 허약함을 내보입니다. 그런 다음 적이 오면 매복해 있던 병사들로 하여금 불시에 기습을 가하게 하여 승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손자는 적이 교지를 먼저 차지하여 아군이 그 지역으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전법을 말하고 있다. 손자는 적이 이미 점령한 ‘교지’에서는 그곳을 넘어가는 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병사를 나누어 매복해두고 허약함을 일부러 보여 적이 공격해 들어오면 불시에 공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왕이 말한 대로 ‘교지에서 적을 차단하고 주변에 있는 성을 고수하면서 통로를 끊는 전법은 손자의 ’교지무절‘의 모략상과 부합되지 않는다. 다만 손자는 여기서 오왕의 이런 인식에 대해 평가를, 내리지 않았을 뿐이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교지무절‘은 자기 쪽이 먼저 ’교지‘를 차지해야 한다는 용병 원칙을 가리킬 뿐 아니라, 적이 ’교지‘를 먼저 차지했을 때의 용병 원칙도 함께 가리키고 있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