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에 홍명희의 「임꺽정」을 처음 구해 읽으면서 ‘부랴부랴’라는 말이 “불이야~ 불이야~”에서 온 말 같다고 생각했다. (아직 전문가에게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부랴부랴’라는 말이 무언가를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경황없이 하는 정황을 표현하는데 “불이야~ 불이야~”하는 아우성이야 말로 그런 정황과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가.

같은 “불이야~ 불이야~”이더라도 진짜 불이 난 걸 보고 내지르는 경계의 외침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동네사람들 다 깨워 불이 번지는 걸 막을 요량) 불 같지도 않은 작은 불을 내놓고 지레 겁을 먹고 내지르는 비명같은 소리도 있을 것이다.

임꺽정이 살던 시절에는 산도적놈들이 마을을 습격할 때 일부러 마을 한 구석에 불을 질러놓고 불났다고 소리소리 질러대며 마을 사람들과 포졸들의 혼을 쏙 빼놓고 노략질하는 일도 있었을 법하다.

요즘(!) 우리 언론의 성급함이 도를 넘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불났다고 아우성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못 막는다고 아우성치고(세상에서 제일 잘 하고 있는데) 백신을 빨리 안 들여온다고 아우성치고(다른 나라 상황 봐가면서 어련히 효능 좋고 값싼 백신을 준비하련만은) 왜 빨리 접종을 안 하느냐고 아우성친다. (그러면서도 백신이 위험하다고 설레발치고)

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할 수사본부가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왜 성과가 없느냐며, 기대할 게 없다고 아우성친다.

급기야 윤석열이 검찰청장 그만 두자마자 여론조사 1위를 차지했다며 ‘바람이 부네’ ‘범이 내려 오네’ ‘관상이 어쩌네’ 벌써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아우성친다. (‘형광등 백 개의 아우라’는 저리 가라)   

이런 성급함과 선동이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불이야~’ 인지, 사회 혼란을 일으켜 노략질을 자행하려는 ‘불이야~’ 인지, 짐작만 한다.

하지만 ‘불이야~’ 소리가 났을 때 제일 한심하고 위험한 것이 제가 불을 보지도 않고 덩달아 ‘불이야~’ 소리 지르는 놈이라는 건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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