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多多益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입니다. 이 말의 유래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옵니다. 몇 년 전 우리 덕화만발 카페 <역사대하드라마 방>에 <초한지(楚漢誌)>가 올라 있어 한(漢高祖) 유방(劉邦 : BC 246~BC 195)과 초패왕(楚霸王) 항우(項羽 : ?)의 5년에 걸친 처절한 전쟁드라마를 볼 수 있었지요.

한나라 고조 유방은 천하 통일의 일등 공신인 초왕(楚王) 한신(韓信)을 위험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계략을 써 그를 포박한 후 ‘회음후(淮陰侯)’로 좌천시키고 도읍인 장안(長安)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한신의 생몰 년대에 대해선 정확한 기록이 남지 않아서 전적으로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네요.

그런 어느 날, 고조는 한신과 여러 장군들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과인은 몇 만의 군사를 통솔할 수 있는 장수감이라고 생각하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폐하께서는 한 10만쯤 거느릴 수 있으실 것으로 생각하나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예, 신(臣)은 ‘다다익선’이옵니다.”

“다다익선? 하하하하!…‥.” 고조는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물었습니다. “다다익선이란 그대가 어찌하여 10만의 장수감에 불과한 과인의 포로가 되었는고?” “하오나 폐하,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오라 장수의 장수이시옵니다. 이것이 신이 폐하의 포로가 된 이유의 전부이옵니다. 더욱이 폐하 자리는 하늘이 주는 것이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신은 역대 최고의 군사지휘관 중 한 명으로서 그 화려한 군사적 재능으로 한나라의 대장군이 되어 항우를 무너뜨리고, 유방에게 천하통일의 위업을 안겨주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명장입니다.

팽성 대전의 참패 이후, 열악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정예병조차 아닌 오합지졸의 단 3만 병력을 이끌고 시작하여 수 년 만에 여섯 개의 나라를 무너뜨렸고, 두 명의 왕을 사로잡았으며, 한 명의 왕을 참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동전, 배수진, 우회 공격, 전면전 등 온갖 방식의 전술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고,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전투란 전투는 모조리 이겼지요.

기록상의 전공(戰功)과 초한전쟁에서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한신은 세계 전쟁사를 통틀어도 흔히 찾을 수 없는 전설적인 명장입니다. 잡병 3만으로 시작해 위(魏), 대(代), 조(趙), 연(燕), 제(齊), 초(楚)의 6국(六國)을 멸망시키고, 당시 대륙의 지배자였던 항우를 참살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점만 하더라도 한신의 군사적 능력과 전공 및 업적에 관해서는 이견을 제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회음후열전’에 한신을 이렇게 평가한 것이 있습니다.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우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여 자기를 공을 과시하지 않고, 자기의 재능을 과신하지 않았다면, 그가 세운 공은 아마도 주나라 천 년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주공(周公), 소공(召公), 태공(太公)에 세운 공훈에 비견되어 후세들로부터 혈식(血食)을 받아먹으며 받들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고 힘쓰지 않고, 천하의 정세가 이미 정해진 뒤에야 반역을 꾀했으니, 일족이 멸망한 것은 역시 당연한 일이 아닌가?」

천하쟁패(天下爭霸)를 걸고 항우와 벌인 싸움에서 승리하고 한(漢)나라를 건설한 고조 유방은 누구보다 공이 많은 한신을 초왕(楚王)에 봉하는 것으로 보답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항우의 부하 장수였던 종리매(鍾離昧)를 한신이 몰래 숨겨 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니, 이놈이 나를 배신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건가.’ 고조는 의심이 드는 것과 동시에 화가 치밀었지요. 마침내 고조도 한신을 제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신을 불렀습니다. 몸이 묶인 한신은 ‘이제 마지막이다.’ 생각하여 고조에게 이렇게 항변을 합니다.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도 삶아 먹는다고 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곳간에 처박히며,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로운 신하는 버림받는다더니, 한나라를 세우는 데 분골쇄신한 저를 폐하께서는 죽일 참이십니까?” 저 유명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사자성어(四字成語)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결국 비참한 말년을 맞이한 한신의 말로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자만심(自慢心)이 불러온 비극이었을 것입니다. 서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이 자만심을 크게 경계 하셨습니다. 《자만심경》에 보면 그 자만심에도 세 가지가 있다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더 뛰어나다.’는 자만심,

둘째, ‘나와 동등하다.’는 자만심,

셋째, ‘내가 더 못하다.’는 자만심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부처님의 말씀이요! 자만심은 이렇게 패망의 원인입니다. 우리 이 세 가지 자만심을 버리고 모두 ‘겸양의 미덕’을 세우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3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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