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팔 미(人生八味)’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용(中庸)》 4장 2절에 보면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마시지 않는 이가 없건마는 맛을 아는 이가 적다(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라는 철학적인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음식에서만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맛이 있다는 것이지요.

예로부터 중국에서 성대한 음식상에 갖춘다고 하는 여덟 가지 맛있는 진귀한 음식을 일러 팔진미(八珍味)라 하였습니다. 팔진(八珍)이란 기록은 춘추전국시대 주(周)나라 예법서인 주례(周禮)에 처음 등장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려진 팔진요리는 ①곰 발바닥(熊掌), ②원숭이 입술(猩脣), ③사슴 힘줄(鹿筋), ④표범 태반(豹胎), ⑤잉어 꼬리(鯉尾), ⑥낙타 발굽(駝蹄), ⑦낙타 혹(駱峰), ⑧매미 배(蟬腹)이며, 여기에 용의 간(龍肝), 봉황의 골수(鳳髓), 모기 눈(蛟眼), 상어 지느러미, 제비집, 전복 등을 포함시킨다고 하네요.

그런데 조선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은 《중용(中庸)》에서 말한 ‘인생 팔 미’를 다음과 같이 꼽았습니다.

제 1미, 음식의 맛입니다.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닌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 ‘음식 미’입니다.

제 2미, 직업의 맛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는 ‘직업 미’입니다.

제 3미, 풍류(風流)의 맛입니다.

남들이 노니까 노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풍류 미’입니다.

제 4미, 관계의 맛입니다.

어쩔 수 없어서 누구를 만나는 것이 아닌 만남의 기쁨을 얻기 위해 만나는

‘관계 미’입니다.

제 5미, 봉사의 맛입니다.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닌 봉사에 행복을 느끼는 ‘봉사 미’입니다.

제 6미, 배움의 맛입니다.

하루하루 때우며 사는 인생이 아닌 늘 무언가를 배우며 자신이 성장해감을 느끼는 ‘학습 미’입니다.

제 7미, 건강의 맛입니다.

육신만 아닌 정신과 육신의 균형을 가지는 ‘건강 미’입니다.

제 8미, 인간의 맛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깨우치고 인격을 완성해 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인간 미’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인생 팔 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맛일까요? 아무래도 그것은 8번째 ‘인간미’가 아닐까요? 이렇게 인생의 참맛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이만 먹는다고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을 바꾸고 관점을 바꾸면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얼마든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다고 해도 인생의 맛을 모르고 나이만 먹는 다면 장수(長壽)의 의미가 없습니다.

송(宋)나라 유학자 소강절(邵康節 : 1011~1077)은 어느 날 늦은 저녁 밤하늘의 달을 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인생의 가장 맛있는 순간이라고 읊었습니다. 그는 일상의 맛을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제일가는 인간미는 어떤 것일까요? 인간미는 어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친밀하고 정다운 인정의 느낌을 말하는 것입니다. 결국 ‘친화력(親和力)이 인간미를 좌우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 친화력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남을 비평하고 비판하는 일을 삼가는 일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위로를 해주고 격려를 해 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데 그 비법이 있습니다. 같은 충고를 해도 뾰족한 말은 삼가야 합니다.

둘째,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푸는 것입니다.

조금 못난 듯 사는 것입니다. 똑똑한 사람에게는 인간미가 부족한 듯하여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서기를 꺼려합니다.

셋째, 겸양이상의 미덕은 없습니다.

겸양, 겸손한 사람에게 인심이 모아집니다. 결국 덕 있는 사람이 재주 많은 사람보다 더 크게 성공을 할 수 있습니다.

「名大實小 後無可觀 最後勝利 實力爲上」 이라는 정산(鼎山) 종사님의 법문이 있습니다. 이름만 있고 실이 없으면 뒤에 가히 볼 것이 없다는 말씀이지요. 우리 친화력을 얻는 것에서 진정한 ‘인생 팔 미’를 느꺼 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3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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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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