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시민을 폭행하고 살인한 진압 군인을 재산세 등으로 묘사해 국민을 짓밟는 정부로 묘사"

지성용 "투기꾼들에게 세금을 내라는 것이 그렇게 못마땅한 일인가?'

송요훈 "이게 표현의 자유이고, 이게 언론의 자유인가"

"아무리 우익신문이라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이게 천주교가 할 짓이냐?"

지난해 광화문 집회 때도 물의.."상습적, 범죄 수준의 만평" 목소리

[정현숙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을 상대로 무장한 계엄군의 진압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등을 비판한 신문사 만평에 대해 선을 넘었다는 분노와 항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우파 신문사로 알려진 '대구 매일신문(사장 이상택 신부)'으로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으로 광주시민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장면을 똑같이 그림으로 묘사해 광주민주화운동을 희화화 시켰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매일신문’ 소유주로 사장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가톨릭 교리를 어겼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18일 광주에 파견됐던 공수부대원이 41년 만에 피해자에게 공개 사죄한 같은 날에 이런 만평이라니 기가 막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범죄 행각으로 보고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21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매일신문은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만평을 게재했다. 그림에는 토지공개념에서 '공'을 지우고 '독재'를 써넣어 '토지독재개념'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이 그림에는 종합부동산세·건강보험료·재산세를 군인의 모습에 의인화해 시민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시민 옆에는 '아닌 밤중에 9억 초과 1주택'이라고 썼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즉각 해당 만평의 원본을 찾아 SNS에 올렸다. 원본 사진은 5·18 당시 시민에게 진압봉과 군홧발로 무자비한 폭행을 가한 계엄군의 사진이다.

관련해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가톨릭 종교의 사제가 운영하는 신문에서 가톨릭 교리와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을 신문에 실은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심각한 문제다"라며 "해당 만평은 5·18 당시 계엄군의 폭력 사진을 가져다 5·18을 희화화하고 조롱한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그는 "이는 5·18 관계자들이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며 "대구지역 가톨릭 단체는 물론이고 시민과 언론계에서 이러한 양상을 묵과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5.18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만평이 보도 되자 시민들의 항의가 쇄도하면서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청원합니다> 제목으로 매일신문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아직 비공개로 관리자가 검토 중인 청원인데도 22일 오전 벌써 24,000명에 육박했다.

청원인은 "광주시민을 폭행하고 살인한 공수부대 군인을 건보료와 재산세 등으로 묘사해 국민을 괴롭히고 짓밟는 정부로 묘사했다"라며 "악의적인 기사를 게재한 해당 신문사의 법적 처벌 및 사과를 원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5·18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동시에 국민을 학살한 과거 전두환 군사정권에 현 정부를 비유한 것"이라며 "만평을 보는 사람들이 과거 전두환 정권에 학살당한 광주시민과 같은 피해자처럼 느끼게 선동하려는 악의적 목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매일신문의 5.18 폄훼가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광복절 집회 만평도 논란이 됐다. 따라서 매일신문의 민주화운동 폄훼가 상습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8월 23일 매일희평은 '친문' 완장을 두른 계엄군이 8.15 집회를 허용한 법원을 몽둥이로 내리치는 장면을 담고 있어 역시 범죄 수준의 만평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김경수 화백의 매일희평
김경수 화백의 매일희평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는 '범죄 수준의 만평'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항쟁을 조롱하는 만평을 버젓이 허용하는 매일신문 사장인 이상택 신부를 천주교단에서 파면하고 징계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김정란 시인은 SNS로 "역사상 가장 끔찍한 만평"이라며 "언론인가 흉기인가"라고 물었다. 이송희일 감독은 "아무리 우익신문이라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라며 "미얀마가 저렇게 난리통이고, 41년 만에 광주를 침탈한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세상에, 이런 만평이라니. 매일신문 소유주가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 이게 천주교가 할 짓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지성용 신부도 21일 페이스북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소유한 매일신문이 현 정부의 조세 정책을 풍자하는 만평에 군사독재시절 사진을 묘사한 그림을 게재하여 논란"이라며 "이 사진은 지난 1980년 광주항쟁 당시 기록된 사진과 너무 일치한다. 왜 이랬을까?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거듭 물었다.

이어 "종교는 민중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주고 강자에게는 더욱 강하게 약자들에게는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가져야 하거늘 아직도 학살자에 대한 소송과 진정한 참회와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광주의 아픔을 이렇게 희화화 해야 하는가?"라며 "종부세 대상자도 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한몫을 차지한 투기꾼들에게 세금을 내라는 것이 그렇게 못마땅한 일인가?"라고 힐난했다.

송요훈 KBS 기자도 페이스북에서 "이게 표현의 자유이고, 이게 언론의 자유인가"라며 '비극의 역사를 대중 선동의 소재로 악용하다니, 끔찍하다. 절망적이다. 징벌적 배상의 교훈이 없다면, 한국의 언론은 악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것이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 매일신문에 묻는다. 192명 선량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전두환 군부의 살인적 만행으로 왜곡하여 풍자해도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고 용납하겠는가"라고 했다.

알라딘US 이형열 전 대표는 "박정희 선거에 지역감정 도입한 '이효상' 국회의장 아들 '이문희' 대구교구 주교가 매일신문 장악한 후 보수꼴통화되었다고 한다"라고 했다.

이어 "그 아비는 유신시대를 열었고, 아들은 전두환 시절에 대주교가 되었다"라며 "이문희 대구교구 주교는 신문사를 군부독재 찬양하는 언론으로 운영해왔다. 한국 천주교단에서 대구교구 주교를 징계하지 않는다면 한국 천주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폭발하고 말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백건우 만화평론가는 "만평이라는 이름으로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 군부를 떠올리게 하는 악의적 그림"이라며 "이런 악랄한 그림을 버젓이 올리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면, 대구 매일신문의 구성원들은 극우화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매일신문은 해당 만평을 자사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5·18 관련 단체에서는 해당 만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매일신문 관계자는"'비판에는 성역이 없다'라는 취지로 정부의 조세 제도를 지적하기 위한 만평이었을 뿐, 비유 대상을 찾다보니 다소 적절치 못한 내용이 담긴 것 같아 광주 시민을 비롯한 국민께 송구스럽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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