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당 "김승연, 어렸을 때 죽을 고비를 다섯 번이나 넘기면서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에 걸렸다더라"

민주당 "홍대에 확인하면 되는데 왜 안 가고 멀쩡한 사람을 아픈 사람으로 만드는가”

국민의힘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딸 입시비리' 청탁의 폭로자인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를 향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이라며 개인의 병력까지 들춰내며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연 전 홍익대 미대 교수가  지난 17일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준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김승연 전 홍익대 미대 교수가  지난 17일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준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김승연 전 홍대 교수는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08년 홍익대 미대 입시비리 의혹을 검찰이 ‘무혐의 종결’한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입시청탁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박 후보 아내 조현 씨가 부산 사투리로 자신에게 "'쌤(선생님), 우리 딸 꼭 붙여 주이소'라고 울면서 부탁했다"라며 청탁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 전 교수는 "제가 박형준 씨 부인 되는 분(조현)하고는 1996년도부터 친분이 있다"라며 "현재는 고인이 된 이모 교수가 자신에게 "내 방으로 올라오라"고 했고, 문을 열었더니 정면에 조 씨와 그 딸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시험 당시 이 교수가 조 씨의 딸 번호를 손가락으로 찍으며 "여기 80점 이상 주라"고 했고, 실제 "30점 짜리에 85점 정도 준 것 같다"라고 했다.

김 전 교수는 “학교 빈 실기실에서 이젤에 화판을 기대 놓고 가번호를 1, 2, 3, 4 매긴다. 수험번호는 모르게”라며 “이모 교수가 가번호를 손가락으로 딱 찍으면서 여기 80점 이상 주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한 85점 정도 준 것 같다. 제가 거기서 30점을 줬다면 난리가 난다. 승진하는 데 많은 지장이 있다”라고 폭로했다.

앞서 박 후보가 자신의 딸은 홍대 응시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김 전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선 “박 후보 딸이 재외국민 자격 요건에서 결격 사유가 있었는지 불합격됐다. 딸은 저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딸이 시험 봤었다고 양심 선언을 해주는 게 사람된 도리”라고 직격했다.

김 전 교수의 발언을 들은 김어준씨는 "거의 포토 메모리인데, 혹시 당시 박 후보의 부인 딸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나"라고 물었고, 김 전 교수가 "베이지 색상 바바리였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어준  씨는 "기억을 그렇게 사진처럼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라고 했다. '포토 메모리'란 세부적인 상황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를 일컫는 조어다.

하지만 국힘당은 김 전 교수를 향해 기억상실증으로 걸고 넘어졌다. 김소정 국힘당 부산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성명서을 통해 "김 전 교수는 어렸을 때 죽을 고비를 다섯 번이나 넘기면서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에 걸렸다고도 알려졌다"라며 "정권 나팔수들은 김 전 교수의 말을 철저한 검증도 없이 이리저리 퍼나르며 박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정치공작에 여념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김 전 교수는 2008년 홍대 입시비리 문제가 터졌을 당시 ‘17년여간 재직하면서 학부모들이 가져온 돈가방을 내동댕이친 적도 있다’고 당당히 말하기도 하였고 2008년 홍익대 입시 비리 내부 고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한 돈 다발을 내팽개쳤다고 할 때는 언제고 자신의 승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입시 실기 점수를 조작했다고 자인한다”라면서 “어떤 청탁은 수용하고 어떤 청탁은 거부했단 말인가? 같은 사람 맞는가? 학부모의 돈다발도 내팽개치는 김 전 교수의 청렴에 대한 신념은 눈 앞의 승진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던가?”라고 되물었다.

김 대변인은 또 "더불어민주당에게 재차 경고한다. 지금 당장 그 야비한 네거티브, 정치공작을 멈추고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준비나 하라. 더불어민주당의 야비한 네거티브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제보한 김승연 교수를 기억상실증으로 매도하며 고소까지 서슴치 않은 데 대해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쇄도한다. 만약에 정경심 교수의 상황이 됐다면 야당과 언론은 뒤집어졌을거라는 비판이다.

허재현 기자는 SNS로 "만약 정경심 교수가 이런 청탁을 하고 돌아갔다면, 세상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었을까"라고 국힘당과 언론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보도를 비판했다.

관련해 민주당 홍보소통위원회 이경 부위원장은 “당시 청탁을 받고 85점을 준 교수가 이런 상황을 설명하자 이렇게(기억상실증) 반박했다”라며 “홍대에서는 찾아오면 다 확인해주겠다는데, 왜 안 가고 멀쩡한 사람을 아픈 사람으로 만드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국힘당의 논평을 두고 이날 페이스북에서 “‘뻔뻔한’ 국민의힘다운 망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김승연 교수님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의혹을 제기했다”라면서 “잘못을 해도 잘못을 한 줄도 모르고,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에 용서를 구할 줄도 모르는 ‘뻔뻔한’ 국민의힘다운 망언”이라고 했다.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기자는 "홍대에 전화해서 후보의 따님이 2000년 전후에 편입시험을 본 적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데 뭘 그리 기억상실증까지 동원해가며 고생하시는지 모르겠다"라고 비꼬았다.

송요훈 KBS 기자는 지난 2014년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고승덕 전 의원이 자신의 딸에게 "딸아 미안하다"라고 외친 사례를 들었다. 송 기자는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가 절규하듯이 던진 외마디가 화제가 됐습다. 이혼한 뒤로 전처와의 사이에 둔 딸에게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 과연 교육감의 자격이 있느냐는 딸의 고발에 대한 일종의 반성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후 다양한 패러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라며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부산의 어느 후보 때문에 불현듯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요즘 세상에 이혼이 허물은 아니다. 다만 버렸다는 게 사실인지, 이혼했어도 자식들에게 아비로서 부양 의무는 다했는지, 그게 궁금해서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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