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한모 씨나 변호인에게도 발언 기회를 줘 공정한 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수사팀 검사(엄희준) 온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공소시효 도과 참담"

"내일은 좀덜 부끄러운 검찰이 되도록 좀더 많이 분발해 보겠다"

[정현숙 기자]=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임은정 부장검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검찰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당사자들을 끝내 기소하지 못하고 공소시효를 넘기면서 이 사건을 꼼수로 넘겨 버린 검찰총장 직무대행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에 대한 불신을 쏟아냈다. 아울러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고 실소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임은정 부장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부장검사 페이스북

임 검사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서 재심의한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를 언급하며 "수사팀 모 검사가 온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라고 밝혔다. 엄희준 창원지검 부장검사를 가르키는 말이다.

그는 "재소자 증인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 법무부 장관이 합동감찰을 지시한 마당에 너무 노골적인 진행이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검사는 "그럴 거면 민원인 한모씨나 변호인에게도 발언 기회를 줘 공정한 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어이가 없었다"라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전날 확대 회의 당시 위증교사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엄희준 부장검사를 부른 것에 대해 "제 수사 지휘에 없던 내용이고 예측 가능성도 없었다"며 "담당 검사를 참여시킨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임 검사는 또 "합동 감찰에서 수사팀 검사(엄희준)에게 확인해야 할 질문을 재소자 증인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할 수 없어 말을 아꼈다만 조선일보에서 제가 회피한 것으로 보도되어 그 자리에 있던 취재원(법조기자)의 시각이 읽혀 실소가 터진다"라고 조선일보 기사가 지극히 의도적이었다는 것을 꼬집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임은정 검사와 모해위증 교사 당사자로 지목된 엄희준 검사에게 질의응답 시간을 줬지만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임 검사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조남관 차장에게 공정을 기대한 적이 없어 실망하지는 않는다"라고 노골적으로 방해해 온 조 차장을 지목했다.

그는 "검찰도 한결같다"라며 "총장과 차장검사의 노골적인 견제로 비록 저에게 수사권은 없지만, 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는 없지만, 기록에 흩뿌려진 사실 조각들을 모아 퍼즐을 맞추고 공문으로 확보 가능한 자료들을 최대한 모아 분석하면, 조사에 응하는 참고인들을 성실하게 조사하면, 사건 윤곽이 보이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다른 감찰 담당 연구관들과 동일하게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거듭 요구하며,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다"라며 "이 사건은 탁월한 수사능력이 아니라, 동료들의 미움과 저주를 감수할 용기가 필요한 사건이니 고단하긴 해도 난해한 사건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계속 거부하고, 증언한 재소자들을 모해위증으로 입건하겠다는 보고를 반려하며, 불입건 의견인 감찰3과장으로 주임검사를 교체한 조남관 차장이 공정하게 회의체를 구성하고, 진행할 리 만무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구성과 진행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기에 대검연구관회의 참석 통보를 받고 항의하고, 불참했었다"라며 "요식절차에 들러리로 동원되고, 불복 프레임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었다"라고 조 차장에게 거듭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임 검사는 "고검장들과 대검 부장 회의 참석 통보를 받고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법무부 장관의 지휘가 있은 마당에 참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라며 "회의에 참석한 이상 회의 결과에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참담한 심정으로 공소시효 도과 후 첫 아침을 맞는다"라고 적었다.

이어 "윤석열 전 총장과 조남관 차장에게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이고, 저 역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용기를 내어준 몇몇 재소자분들에게 너무도 죄송해 고통스럽다"라고 끝내 공소시효를 넘기고 만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일은 좀덜 부끄러운 검찰이 되도록 좀더 많이 분발해 보겠다"라고 끝을 맺었다.

임 검사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조선일보 22일 기사의 내용은 법조계를 빌려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열린 대검부장회의서 압도적으로 불기소가 나왔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정상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라면서 임은정 검사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익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가 임은정 검사를 평가한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매체의 의중을 전달했다.

“법조계 구성원들의 질의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회의에서까지 질의응답을 회피하고, SNS를 통해 여권 지지자들에로부터 호응을 얻을 발언만 하는 것이 법률가로서 자세며 본인이야말로 ‘정치검사’가 아닌지 되짚어보기를 바란다”

임 검사는 지난 20일 SNS를 통해 대검의 무혐의 결론에 마음이 무겁다면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대검연구관회의에서처럼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것에 감사하며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겠다"라고 앞으로의 다짐을 적은 바 있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 의혹과 관련해 "절차적 정의가 문제되었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되어 크게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검찰 직접수사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법무부와 대검의 엄정한 합동 감찰을 통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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