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호기준 수준으로 가난에 허덕이며 사는 ‘하류노인’의 실태를 꺼내들어 주목받은 일본의 빈곤퇴치 운동가 후지타 다카노리. 그는 최근 ‘과로노인’이라는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늦은 나이에도 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는’ 노인들의 현실을 꼬집었다. 연금이 모자라 신문 배달을 하는 노인, 정리해고를 당하고 수입이 없어져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인,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일을 놓지 못하는 노인 등 처지는 다양했다. 삶이 고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도 있었다.

후지타가 지켜본 일본의 현재 모습이지만, 한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한국의 노인들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여러 기관에서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노후생활 대비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가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3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1%가 65세 이상까지 일할 것으로 예상했다. 65세 이상∼69세 이하가 33%, 70세 이상이 18%였다.

직장생활로 돈을 벌 수 있는 최대 나이는 대부분 55세 이상∼59세 이하(30%), 60세 이상∼64세 이하(33%)로 답했다. 60세 혹은 65세 이전에 직장에서 나와 70세가 될 때까지 어디서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실에선 60세 이전에 퇴직하는 인원도 적지 않을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의 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74세 성인 2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희망하는 은퇴 연령은 평균 65세였다. 30대는 62세, 40대는 64세를 희망했다. 그러나 실제 은퇴 연령은 약 75세로 이들의 바람과 큰 차이를 보였다. 75세 이상이 50.5%로 가장 많았고, 60~64세 12.6%, 65~69세 9.6%, 70~74세 7.3% 순이었다.

은퇴가 늦어지는 이유는 당연히 돈이다. 은퇴자금을 충분히 모아두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정부의 복지제도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예전처럼 자식들의 부양을 받는 시대도 아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30∼50대 중산층(중위소득 50∼150%) 11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1.7%가 은퇴 후 소득이 150만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부부로 이뤄진 2인 가구 중위소득이 277만원이고, 중위소득의 50%(139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를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해 노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후지타는 과거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리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복지 재원도 많은 이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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