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공익제보지원운동은 참여연대가 창립 때부터 역점을 둔 대표적인 반부패운동이다. 참여연대는 부패쳑결의 핵심고리라 할 수 있는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 창립활동기구로 내부비리고발자지원센터를 두었다. 당시만 해도 내부고발자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때였는데, 참여연대 창립대회 자료는 이렇듯 생소한 기구를 둔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피소 사실이 알려졌다. 노 전 부장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위해 3일 만에 1억 5000만원 가량의 후원액이 모였다. 내부공익제보 사례 중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소위 ‘운 좋은’ 경우다.

내부공익제보자가 제보 후 맞닥뜨리는 현실은 가혹하다. 다수의 제보자는 조직으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당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내부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엔 미흡한 점이 많아 지속적인 보완이 요구된다.

▲ 내용: [참여연대] 내부비리고발자지원센터는 1994년 관내 업소비리 고발 후 파면된 김석원 경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김석원 경장은 파출소에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1994년 8월, 관내 20여 곳의 유흥업소로부터 경찰관들이 정기적으로 5만 원에서 10만 원씩 뇌물을 상납받는 대가로 시간 외 영업과 미성년자 출입 등의 불법영업을 묵인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방송국에 제보한 뒤 파면을 당했다. 1994년 10월에는 해병에 부식을 납품하던 옹진축협이 각종 장부를 허위로 조작해 9천여 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참여연대에 제보한 김필우 당시 옹진축협 백령지소장을 위해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 보호활동을 벌였다. 이후 현재까지 참여연대는 공익제보자 탄압에 맞서 소송, 고소·고발, 행정신고, 청원, 의견서 제출, 시민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원한 대표적인 공익제보 사건은 다음 <표1>과 같다. 제보자의 신원을 공개할 수 없는 비공식적인 대응 등을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보호증진법’ 제정으로 실질적 보호 강화

지난 200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Whistle-blowers’(공익제보자들)를 선정했다. 미국의 대기업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 조작 사건을 고발한 공익제보자 3인이 주인공이었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두 회사의 부실 경영은 오래 은폐됐을 것이고, 미국 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한 공익제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2013년 호루라기 재단이 내부공익제보자 42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권실태조사에 의하면, 조사 참여자 42명 중 32명이 파면, 해임 등의 신분상 불이익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다.

내부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용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다. 전자의 보호 대상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공직자의 직무유기, 권한 남용과 공공기관의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이다. 후자의 보호 대상은 ‘공익침해행위’의 발생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나 경찰 같은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거나 수사에 단서를 제공한 사람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279개의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공익침해행위라 규정하고 있다.

▲ 내용: [참여연대] 초기에는 공동변호인단 구성 등을 통한 민·형사 소송 대리, 비리혐의자 형사 고발 등 직접적인 법률지원에 집중하였다. 법정 투쟁 이외에는 별다른 행정적 구제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부패방지법 제정으로 공공분야의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 제정으로 일부 민간분야까지 확대)된 이후에는 부패방지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와 보호조치 신청 등 행정제도상으로 보장된 절차를 보다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제보자가 공익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경우, 권익위는 ‘보호조치’(부패방지권익위법상 ‘조치 요구’)를 결정한다. 원칙적으로 보호조치를 받은 제보자는 소속 조직으로부터 신분보장, 경제적·행정적 보장, 신변 보호 등을 받을 수 있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방법은 없나

회사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 묵인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권익위에 신고했다. 같은 해인 2012년, 회사노조위원장이었던 나는 과거 언행을 이유로 서울에서 가평으로 전보 조치됐다. 영업직이었지만, 가평에선 전봇대 케이블 관리 업무를 해야 했다. 이러한 전보 조치에 대해 권익위엔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권익위가 보호조치를 결정하자, 회사는 권익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연히 승소할 거라 생각했지만,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패소했다. 내가 처음 권익위에 회사를 신고했던 근거 법률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침해행위 해당 법률’이 아니란 이유에서다.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부당노동행위구제 소송에선 이겼지만, 소송 중 해고됐다. 결국 다시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해야 했다. 회사는 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불이익 조치가 명백했다. 2016년 2월, 바라던 복직을 했다.

2010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 당시, KT가 소비자들을 속여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한 사실을 권익위에 제보했던 이해관(남·54) 씨의 이야기다. 이 씨는 권익위의 보호조치 밖에 기댈 곳이 없었지만, 실질적인 보호는 받지 못했다.

권익위의 보호조치는 그 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제보자에 불이익 조치를 내린 자는 보호조치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내부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막을 방법이 없다. 3심까지 진행되는 경우 최대 3년이 소요되고, 그 기간 동안 제보자에 불이익 조치는 지속된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유동림 간사는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행정소송 확정 전까지는 보호조치 효력이 유효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익위의 보호조치가 확정돼도, 제보자에 불이익 조치를 내린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불이익 조치를 취한 자가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보자는 이를 고발(고소)할 수 있다. 고발된 후 혐의가 입증되면 불이익 조치를 취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자가 처벌받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에 권익위 측은 “벌칙을 부과하기 위한 고발은 내부공익제보자와 제 3자도 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백주선법률사무소 백주선 변호사는 “공익침해행위를 한 번이라도 하면 조직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도록 벌칙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공익제보자는 신고 내용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한다. 실제로 이해관 씨에 대한 권익위의 보호조치결정이 무효가 된 바 있다. 당시 이해관 씨가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KT를 신고했는데, 이는 공익침해행위에 속하는 법률이 아니었다. 법무법인 자연 이영기 변호사는 “공익신고 근거 법률이 공익침해행위 해당 법률이어야 보호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 개수를 정하기보단 공익침해행위 규정을 정의하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득없는 정의감

2012년 재단의 비리를 제보한 후 학교는 나를 파면, 직위 해제했다. 학교의 불이익 조치에 대해 10개의 재판을 했고, 현재는 2개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 비용을 내는 데 있어 법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사립학교 교원은 보호·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또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사립학교법이 공익침해행위 해당 법률이 아니어서다. 지원을 받지 못했음에도 소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동구마케팅고 재단 비리를 제보한 안종훈(남·46) 씨의 이야기다. 그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 임금손실액인 1167만원 가량의 구조금을 받았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사립학교 교원을 보호하는 것으로 개정돼서 가능했다. 2013년 호루라기 재단의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부공익제보 후 응답자들의 소득 평균이 이전 소득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부 고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내부공익제보자가 보상·포상금을 받으려면, 해당 제보가 사회적으로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는가가 관건이다. 내부공익제보자의 신고가 공익 증진과 공공기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수입 회복·증대 등에 기여해야만 보상·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보가 구체적인 금액으로 측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모든 내부공익제보자가 보상·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참여연대 유동림 간사는 “신고 후 거의 모든 제보자가 회사와 소송을 진행하고 생계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 이득에 상관없이 보상·포상금을 받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육체적·정신적 치료, 소송절차 등에 지출한 비용을 지원받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구조금 제도’가 있긴 하지만, 거의 이용되지 않는 상태다. 2016년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로 공개된 권익위의 구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2011년 9월 법 시행 후 2016년 4월까지 총 7건의 구조금 신청 중 4건만 구조금이 지급됐다. 이에 권익위 측은 “다수의 내부공익제보자는 불이익 조치의 원상회복을 원해 보호조치를 신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보호조치가 확정되면 불이익 조치 기간의 임금손실액도 지원받을 수 있어 구조금 신청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유동림 간사는 “권익위가 구조금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에 대해선 꾸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실의 차의가 보호되어야,.

전문가들은 내부공익제보가 깨끗한 사회를 위해 필요한 만큼, 제도적으로 내부공익제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주선 변호사는 “공익 침해 정도가 강할수록 내부자의 제보 없인 발견하기 어렵다”며 “내부자가 적극적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해야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부패를 예방하고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부패방지권익위법 시행 이후 권익위가 감사원, 수사기관 등에 넘긴 1891건의 사건 중 내부공익제보는 951건이다. 조사 진행 중인 210건을 제외하곤 741건에 대한 혐의 적발률은 74.2%다.

현재 시민단체와 내부공익제보자들은 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 일부 개정안 혹은 새로운 법안 청원에 주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기존 두 법의 보상·포상·구조금 제도를 보완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참여연대 유동림 간사는 “내부공익제보자들이 신고 후 어떤 이유로 사직하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공익제보자 당사자,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된 내부제보실천운동은 ‘공익제보자 보호법’ 제정 청원 운동 중이다. 4월 19일에는 무소속 서영교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대선후보와 정당에 ‘공익제보자 보호법 제정 및 청렴위원회 신설’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총 15개의 제안을 하는 공익제보자 보호법은 △권익위의 기능 중 부패 예방 및 규제를 총괄해 독립적으로 담당할 청렴위원회 신설 △내부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및 보복행위에 대한 벌칙 강화, 과태료 액수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한다. 내부제보실천운동 김형남 기획위원장은 “정당들과 같이 공청회를 개최한 후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정해 정부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공익제보자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지연 없는 입법을 위해서다. 서영교 의원실 측은 “현재 국회에 많은 시급한 법안들이 계류 중”이라며 “사회적 요구나 합의가 없는 한 법안 발의부터 공포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영기 변호사는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어느 범위 내에서 입법화할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토론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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