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 현장에 있었다 없었다가 본질 아니다”

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한 발언이다.

오 후보는 이날 사회자의 “언론을 통해서 내곡동 땅 관련해 당시 현장에 모습을 보이셨다는 증언이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이를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작업’으로 보고 있음을 피력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바로 오 후보의 이 말이 이 사안을 ‘네거티브 전쟁’으로 몰아가려는 ‘작업’에 속한다. 즉 자신의 거짓말을 상대의 ‘네거티브 작전’으로 몰아 ‘진실’을 희석시켜 버리려는 것이다.

KBS 뉴스화면 갈무리
KBS 뉴스화면 갈무리

애초 내곡동 땅의 논란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재임하던 시절 자신의 처가소유 땅이 있는 지역을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 오 후보 본인도 부인 명의로 된 땅에서 30억 원대의 거액 보상금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즉 이 같은 의혹제기와 함께 해명을 요구하자, 오 후보는 자신이 지정한 게 아니고 노무현 정부에서 지정했다고 말했다가 노무현 정부는 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자 이를 정정하면서 “나는 그 땅의 존재도 몰랐고 위치도 모른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에 여당은 다시 오 후보가 그 땅을 2000년 국회의원 시절부터 공직자 재산등록시 등록한 사실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관보를 통해 오 후보가 의원시절 재산으로 등록했음을 주지하며 “땅의 존재를 몰랐다”는 오 후보의 말이 ‘거짓말’임을 따진 것이다.

그러자 오 후보는 또 “문제의 땅이 그 땅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지금도 그 땅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고 강변, 진실공방은 땅의 위치를 오 후보가 알았는지 몰랐는지로 바뀌었다.

특히 오 후보는 지난 3월 1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안 후보가 내곡동 땅과 관련 질문하자 “한 분이라도 이 지구에 대해서 오세훈 (당시) 시장이 관심을 표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했단 기억이 있는 서울시 직원이나 서울토지주택공사(SH)) 직원은 바로 양심선언을 해 달라”며 “그러면 저는 바로 후보 사퇴하겠다”고 답해 ‘거짓말 확인=사퇴’론도 불거졌다.

이를 살피면 오 후보의 발언들은 최초의 공세에서부터 자신은 그 땅의 존재를 몰랐고, 위치도 모르므로, 그래서 보상금과 받았음에도 특혜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오 후보의 대응은 필연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보상금과 특혜가 아니라 ‘말의 참과 거짓’ 공방으로 몰고 갔다. 앞서 언급했듯 소유의 존재는 2000년 국회의원 시절부터 알았다로 확인되었으니 이제 위치의 숙지여부는 지금 측량참여 여부로 참과 거짓을 가리게 된 것이다.

이는 일단 오 후보의 두 가지 거짓말이 인증된 셈이다. 애초 ‘내가 아니고 노무현 정부에서 지정했다’는 말과, ‘나는 땅의 존재를 몰랐다’는 말은 문서로 확인되어 ‘거짓말’이 인증됐다. 그리고 이제 ‘땅의 위치도 모른다’는 오 후보의 말은 ‘측량참여’ 증언들로 또 ‘거짓말’로 확인될 위기에 몰렸다.

때문에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오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측량하는 데 제가 현장에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사안의 본질을 자꾸 프레임을 그쪽으로 옮겨가는 거”라고 말해 ‘본질’을 바꾸려 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터뷰에서 땅의 위치를 애초부터 알고 있었음도 밝히는 실수까지 겸했다.

즉 “그때 당시 측량을 하게 된 이유가 저희 처가 땅이 불법 경작을 한 분들이 계셨다. 그 분들을 내보내야 할 것 아닌가. 그 필요성 때문에 측량을 한 것이다. 측량을 하게 된 원인이 그렇다”고 말해 불법경작자가 있었다는 사실 그들을 내보내기 위해 측량을 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따라서 다시 말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말’의 ‘참’과 ‘거짓’이다. 그가 해명한 말들이 거짓이라면 ‘특혜’를 위해 보금자리 주택 지정에 필요한 그린밸트 해제에 관여하지 않았다거나 시세에 비해 적은 보상금을 받았다 등도 ‘진실’의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때문에 이 ‘본질’은 후보의 도덕성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부여해야 할 일이 되었다. 거짓을 입에 달고 살며 필요할 때마다 말을 바꾸는데 능란한 후보가 좋은 후보일리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의 BBK와 (주)다스라는 기업 소유 여부를 둔 진실공방 중, 이 전 후보의 “모두가 뻔뻔한 거짓말입니다”라는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렇게 외치며 ‘말의 참과 거짓’에 대한 ‘본질’을 ‘공방 프레임’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당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고, 퇴임 후 10년도 되기 전에 실제 ‘거짓말’은 이명박 본인이 했던 말들이며, 그가 거짓말이라고 공격한 내용들은 ‘참’이 되어 그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핵심적 이유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오 후보의 ‘말’에 대한 ‘거짓’과 ‘참’의 분별이 매우 필요하다. 작업이니 공작이니로 하여 ‘공방 프레임’안에 사태를 가두려는 오 후보의 대처방식은 진부하고, 그래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 후보는 분명하게 측량현장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사실 관계만 답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들도 이를 선거전의 공방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후보의 말에 담긴 ‘참’과 ‘거짓’에 무게를 둔 집중취재와 보도가 필요하다.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5년간 그가 했던 공약으로 인해 4대강 수십조 해외자원개발 수십조의 국고손실을 입었다. 때문에 다시는 ‘거짓말’을 하는 후보가 그 ‘거짓말’에 대한 ‘본질’을 ‘공방’으로 덮어버린 채 선거를 치루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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