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의 쿠데타 반발 시위를 겨냥한 군경의 총격이 갈수록 무자비해진다. '미얀마군의 날'이었던 27일 하루에만 국가 전역에서 100명 이상이 총격에 숨진 것으로 현지 매체에 의해 전해질 정도다. 이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하루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 규모다. 이에 따라 누적 사망자 수는 45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시위대는 이날 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미얀마군의 날'을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군부는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전날 경고대로 무자비한 유혈 탄압을 주저하지 않았다. 군부는 오히려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한다며 군인과 무기를 대거 동원해 열병식을 치르며 힘을 과시했다. 날로 커지는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와 잇단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놓고 무시하는 듯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행인과 차, 오토바이 등을 향한 무차별 총격은 SNS에 속속 올라오는 영상들을 통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인된다. 남부 다웨이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군경이 총격을 가하는 장면은 네티즌과 TV 시청자들을 분노케 한다. 특히 희생된 시민 가운데 어린이가 여러 명 포함됐고 심지어 5세 아이도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도됐다. 집 근처에서 놀던 한 한 살배기 아기는 오른쪽 눈에 고무탄을 맞아 다쳤다. 이날 하루에만 5~15세 어린이 최소 4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고, 쿠데타 이후 2개월이 다 돼 가는 동안 숨진 어린이는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어린이들까지 잇따라 총을 맞고 쓰러지는 현실을 보면 미얀마 군경의 무차별 총격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셈이다. 군부가 어떤 명분을 들고나오더라도 정당화할 수 없는 반민주적, 반문명적 만행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의 잇따른 희생에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더 긴박해진다. 유엔과 서방 중심의 국제사회는 폭력 진압 행위는 쿠데타의 불법성과 그 지도부의 책임을 더 심화시키고, 특히 어린이를 살해하는 짓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들은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CDM)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며 힘을 보탰다. 서울과 광주 등 국내 곳곳에서도 규탄과 추모 집회가 열렸다. 특히 지난 시기 신군부에 의해 유사한 아픔을 겪은 광주의 범시민단체는 미얀마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어 아픔을 같이했다. 하나하나 모여서 미얀마 시민에게 힘을 보탤 연대의 목소리들이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의 태도를 보면 사태의 조기 해결은 난망이다. 군부가 "국가 안정을 해치는 폭력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강경 일변도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서둘러 민주 절차 복귀를 위한 출구 모색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반대의 길을 고집하니 암울할 뿐이다.'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 일자는 여전히 제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반군의 연대설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사태는 더욱 복잡해진다.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더 늘 수밖에 없는 길로만 치닫는 양상이다. 현실적으로 유혈 사태를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그나마 유효한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긴요하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주도로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개인, 기업 제재가 가해졌지만, 군부의 반응으로 볼 때 국제사회가 더 호된 제재로 압박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유엔의 노력이 중국, 러시아의 소극적인 태도로 한계를 드러내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국가별 이해관계를 떠나 반문명적 행위 저지에 동참해야 할 때다. 군용물자 수출 중단 등의 제재를 가한 우리 정부도 추가 압박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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