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이틀 앞두고 전세금을 14%나 올렸다”고 했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살던 집의 전세금이 크게 올라 목돈이 필요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예금만 약 14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알부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에 이호승 현 경제수석비서관을 김상조 실장의 후임에 즉각 임명했다고 하네요.

전세 값 인상 폭을 제한하기 이틀 전 본인 소유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의 주역이 아닌가요?

그런데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한나라의 공정거래위원장과 나라의 정책을 입안하는 청와대 정책실장 쯤 되는 인사가 왜 작은 이(利) 때문에 의(義)를 택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의문 때문입니다.

2천5백 년 공자(孔子)는 온 세상이 성인(聖人)으로 떠받드는 분입니다.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編)>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군자는 의(義)에 깨닫고, 소인은 이(利)에 깨닫는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라고 말씀하셨지요.

즉, 공자는 ‘의는 깨닫지 못하고 이만 깨닫다가는 소인, 곧 악인들이 사는 세상이 되어 버릴 것’을 걱정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은 이익만 추구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공자보다 더 절실하게 이만 깨닫는 소인들의 세상을 개탄하였습니다. 다산은 군자를 신분이 높은 귀인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냥 착한 사람으로 보았지요. 소인(小人)도 천한 사람이 아니라 착하지 못한 악인으로 여겼습니다.

이익만 추구하고 이에만 깨닫는 악인들이 살아가는 오늘날입니다. LH 땅 투기 공무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탐욕 때문에 온 세상이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다산은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에서 “의란 도심(道心)이 지향하는 바요, 이란 인심(人心)이 추종하는 바[義者 道心之所嚮 利者 人心之所趨]‘라고 했습니다.

다산은 또 「의란 선아(善我)요, 이란 도취화(刀取禾)」라고 말합니다. 즉 ‘착함이란 칼로써 벼를 베어내는 일‘로 ’이에는 착취가 따른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다산은 ’의‘만을 추구해서 군자로 되어가는 착한 사람과 ’이‘만을 추구하다 소인으로 변해 악인이 되어버리는 과정까지를 자세히 열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 라면 사양하고, 하나의 착함이라도 부지런히 실천하여 확고부동한 선인이 되면 군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이(利)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하찮은 이익도 사양하지 않고 계속 취하다 보면, 악행이 쌓여 ‘이’만 깨닫게 되어 소인이 되어버린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인간은 ‘의’를 택하느냐 ‘이’를 택하느냐에 따라 선인과 악인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인간이 짐승으로 변해버리는 비극을 맞게 된다는 것이 공자와 다산의 말씀으로 참으로 의미심장한 것입니다.

‘의’에 깨닫느냐 아니면 ‘이’에 깨닫느냐의 차이를 다산은 더 분명한 예를 들어서 ‘이’에 깨닫는 사람에게 말해줍니다. 순임금이 되느냐, 도척(盜蹠)이 되느냐로 비교하고 사람과 짐승으로 변해버린다는 무서운 경고를 했습니다. ‘이’에 깨닫는 사람이 최종으로 가는 길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다산은 “이리하여 도심은 없어지고 인심이 주인이 되며, 대체(大體:본성)는 잃어버리고 소체(小體:욕심)가 왕성해지니 이것이 ‘이’에 깨달은 데에서 초래한 결과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왕성한 소체를 억눌러 잃어버린 대체가 살아나 마음을 주재(主宰)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 길이 땅 투기가 근절될 근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인격수양과 병행하여 철저한 법제개혁으로 제도적인 투기 방지 대책을 확고하게 세워야 합니다. 근본적인 대책에 일시적인 엄벌처방을 함께 해야만 토지투기의 난국을 해결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상제(上帝)와 귀신(鬼神)은 형상도 소리도 없는 존재이나 강림(降臨)하여 항상 인간들을 낱낱이 굽어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사실을 알아 암실(暗室)이나 혼자 있을 때도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여 하늘의 뜻을 드러내는 ‘계신공구(戒慎恐懼)’하는 것이 바로 신독(愼獨)이라 하는 것입니다.

《중용(中庸)》에도 “숨겨져 있는 것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없고(莫見乎隱), 아주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莫顯乎微) 그러기에 군자(君子)는 홀로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故君子愼其獨也)”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군자(君子)의 풍모는 은밀할 때, 아주 작은 부분에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의’를 외면하고 ‘이’를 택하는 사람이 소인입니다. 우리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대의에 당당한 대인이 되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4월 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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