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의혹' '문제점' 쏟아진 오세훈·박형준, 그런데 왜 유권자들은 그들에 투표했을까?
이낙연의 문제점, 말은 그럴 듯하나 실천력이 없다. 지지층 요구하는 중대 사안에는 '엄중' '강 건너 불구경' 모드
120~130석(추미애-이해찬 대표) 때도 연전연승·승승장구하던 민주당, '개헌 빼고' 다할 의석 받고도 침몰하나?
재난지원금 '보편' 아닌 '선별' 고집, 언론·검찰 개혁 과제에도 '뒷짐', "자기 편도 못 지킨다"는데 어떻게 승리할까?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이낙연 씨가 성찰한다니 성찰할 과제를 일러줍니다.> (이하 14가지 질문) 워낙 말로만 약속하는 분이라 말로만 성찰하실 것 같아 이렇게 친절하게 과제를 일러드립니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8일 페이스북)
7일 열린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모두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0%를 득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9.18%)를 20%p 가까이 앞섰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62.67%를 득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34.42%)에 30%p 가까이 앞서며 낙승을 거뒀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25개 지역구 모두 오세훈 후보가 앞섰다.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선 대차가 났고, 박영선 후보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구로구에서마저 오 후보가 앞섰다. 현재 서울시 국회의원 수가 더불어민주당 41명, 국민의힘 8명인 걸 감안하면 더불어민주당 입장으로선 정말 치명적 결과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과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거의 10년만에 시청으로 출근했다. 오랜 야인 생활 끝에 재기한 셈이다. 오세훈 시장은 '첫날부터 능숙하게'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도 역시 당선증을 수령하고 업무에 돌입했다. 이들의 임기는 내년 6월 30일까지로, 약 1년2개월여 남아 있다.
유권자들은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을 크게 심판했다. 특히 이낙연 대표 체제에 제대로 매를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선거기간 아무리 오세훈 시장과 박형준 시장 관련 구체적 의혹들 그리고 그들의 해명 과정에서의 '횡설수설'이 이어졌음에도, 시민들은 180석이라는 의석을 갖고도 '엄중'한 태도로 일관하며 개혁과제에 미적거렸던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분노한 것이었다.
유권자들은 오세훈 시장이나 박형준 시장이라는 인물이 좋아서, 혹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좋아서 그들에 투표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왜 시민들이 '분노하는지' 아직까지 파악조차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매서운 몽둥이를 든 것이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의 정치적 재기를 도운 것은 이들 자체 역량도, 국민의힘의 쇄신도 아닌 이낙연 대표 체제에 전적으로 있다.
추미애 대표나 이해찬 대표 체제 당시엔 120~130석대 의석만 갖고도 선거에서 연전연승했으며 적잖은 개혁 법안들도 군소야당과의 합의를 거쳐 통과시키곤 했다.
이낙연 대표 체제 들어 몸집은 그렇게 커졌으며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초유의 의석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국민의힘 의도대로 끌려다니곤 했다. "개혁과제들을 어서 통과시키라"는 말도 "자기 편을 지켜서 사기를 올려주라"는 지지층의 외침도 '엄중' 모드로 일관하며 뭉개기 바빴다. 그러다 결국 대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문재인 정부를 극한 위기로 몰아넣었다.
가장 큰 심판을 받은 당사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말은 어떠할까? 이 전 대표는 8일 오전 SNS에 "저희들이 부족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의 삶의 고통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라며 "저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정부 첫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제가 부족했다. 당원과 지지자를 포함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 민주당 또한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자신이 어떤 점에서 부족했는지 또 어떻게 성찰할 것인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이낙연 씨가 성찰한다니 성찰할 과제를 알려주겠다"며 14가지 사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14가지를 적으면서 "워낙 말로만 약속하는 분이라 말로만 성찰하실 것 같아 이렇게 친절하게 과제를 일러드린다"라고 일침했다.
1. 지사 재임 때 왜 자신이 이끄는 전라남도가 청렴도 최하위였을까?
2. 행정부 외청(검찰)이 일으킨 반란 때 왜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통괄 및 관할)하는 역할'이 부여된 국무총리로서 손 놓고 있었을까?
3. 이명박 시절 기획재정부 대변인, 박근혜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물먹이기 일등공신'인 홍남기를 총리로 있을 때 왜 국무조정실장을 시켰고 왜 경제부총리로 밀어줬을까?
4. 4.7보궐선거 국면에서 당 대표로서 조직을 진두지휘해야 할 역할을 포기하면서까지 왜 작년 8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까?
5. 당 대표가 되고 두 차례 재난지원이 시행될 때 왜 효과도 없고 원성만 사는 '선별지급'을 고집했을까?
6. 관료들의 '선별지급'을 주장할 때 왜 속절없이 그들 하자는대로 했을까?
7. 본인 입으로 약속한 '전국민 지원+선별지급' 약속을 왜 아무 해명없이 접었을까?
8.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전혀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데 뜬금없이 왜 이명박근혜 사면을 주장했을까?
9. LH사태가 터지고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왜 언론에 회자될 만큼 가시적인 대국민 사과 및 변화 약속조차 못했을까? 언론을 잘 아는 사람이?
10. 그리고 언론인 출신으로서 왜 언론의 무참한 공세에 대해 이렇다 할 변변한 대응 전략을 세우지도 못했을까? 본인 이미지 관리 외에.
11. LH사태 이후 페이스북 대국민 사과에서 왜 "저희들의 부족함을 꾸짖어" 달라고 했는데 왜 부족하다고 생각할까? 부족한 정도였나? 부동산 이익이 결부된 이들에게 부동산 정책을 맡기는 등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12. 남의 당이긴 하나 장혜영 류호정으로도 충분한 페미니즘 발언을 왜 본인이 천거한 청년 몫 최고위원 입으로도 하게 해 20대 남자들의 집단 이탈을 불렀을까?
13. 선거전략을 짤 때 했어야 할 성찰을 왜 선거에서 진 다음에 한다고 했을까?
14. 말로만 반성 말로만 쇄신했으면서 왜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까?
이낙연 전 대표의 발언 내용들은 오랜 언론인 경력이 있어서인지 깔끔하고 청산유수다. 그래서 이 전 대표가 총리시절 이런 청산유수 발언들로 부동의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렸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돌아보면, 이낙연 전 대표는 말을 그럴 듯하게 하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디테일'이 없다.
그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계속 고집했던 것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이 아닌 '선별 지급'이었다. 지난해 봄 '보편 지급'이라는 명백한 성공 사례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 이낙연 전 대표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선별급식)' 논리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며, <조선일보> 의도대로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그리고 총리 재직 시절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며 언론플레이를 이어갈 때도 그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몇몇 개혁적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만 추 전 장관에 힘을 실어줬을 뿐이다.
이는 언론에 '쫄아서' "자기 편도 못 지킨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지층이 그토록 원하는 언론 개혁 과제를 통과시켜야 함에도, 거의 뒷짐지다시피 하며 아직까지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않았다. 분명 최소한의 의지만 있어도 가능한 일이었다.
또 이낙연 전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20대 여성이자 현직 대학생인 박성민 최고위원을 지명한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의 그간 발언들을 보면 정의당의 장혜영·류호정 의원과 거의 궤를 같이 한다. 젊은 남성들이 왜 '뷔페미니즘'이라 불리는 '페미니즘' 이야기만 나오면 치를 떠는 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다수 여성들까지도 이를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후로 '더불어민주당 입당' 릴레이로 지지층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와중에, 이 전 대표는 연초부터 '이명박근혜' 사면론을 꺼내들며 지지층의 힘을 쫙 빼놓았다. 이낙연 대표 체제의 '엄중' '협치' 모드에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LH 사태'가 도화선이 되어 유권자들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언론은 'LH 사태'로 여당이 무너진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지만, 실제 개혁 과제들만 충실히 통과시켰어도 이슈화되지 않을 문제였다.
한국은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분명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분명 '코로나 모범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것이 거둔 경제성과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조선일보> 등의 왜곡과는 달리, 시민들도 이를 분명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엄중 모드, 무기력 모드는 이런 방역 성과마저도 모두 묻어버렸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 180석이라는 의석을 얻었으면,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이낙연 전 대표 체제처럼 '엄중' 모드, '협치' 모드로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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