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키트 중점 적용 대상 '유흥시설' 논란에 하루 만에 번복 "학교와 교회 등 종교시설에"

오세훈 "자가진단키트 학교·종교시설·공연·체육 분야에 도입 필요"

전문가들, 자가진단키트 오답률 83%..'오세훈 방역'이 유행 더 키울 수도

[정현숙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언론은 '첫날부터 능숙하게' 라고 띄웠지만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갈피를 못잡고 방향을 잃고 있다. 오 시장이 '서울형 거리두기'에 이어 '자가진단키트'까지 자신의 빠른 성과를 보이기 위해 여러 제안을 내놨지만 모두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 지역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서울 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247명 늘어난 3만4638명이다. 이중 국내 발생 환자가 245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하루 확진자 수 247명은 지난 2월16일 258명 이후 56일 만에 최다 규모다. 지난해 말 300~500명으로 3차 대유행 정점을 찍던 하루 확진자 수는 약 석달 동안 100명대 안팎을 기록하다가 최근 일주일 전부터 다시 200명대로 올라섰다.

지난 7일부터 244→215→201→214명으로 나흘 연속 200명대를 유지하다가 주말 검사 건수 감소 영향으로 11일 162명, 12일 158명 등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주말 효과가 끝나자마자 247명으로 급등했다.

이에 '오세훈표 서울형 방역' 대책이 시작도 하기 전에 구멍이 나면서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역전문가도 아닌 오 시장이 취임 후 노래방 영업 제한부터 풀려고 나서더니 그저 듣기 좋은 코멘트로 뒷감당 생각은 못 하고 방역에 구멍 낼 생각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2일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 자가진단키트 도입해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오 시장은 '규제방역' 아닌 '상생방역'으로 전환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영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업종·업태별로 영업시간을 다양화해 특정 업종에 대해 영업이 금지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완화하는 대신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자가진단키트를 활용해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유흥업소 자가진단키트 논란이 일자 13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번복했다. 전날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야 할 곳으로 노래방 등 유흥업소를 꼽았다가 이날 다시 학교와 공연문화, 교회 등 종교시설을 들었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를 쓰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무증상'과 '경증 감염'을 빠르게 가려내기 때문"이라며 "회사, 학교, 공연문화·체육 분야, 종교시설 등 자가진단키트가 절실히 필요한 곳은 도처에 있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종교시설도 마찬가지”라며 “모임을 동반한 종교 활동 전에 자가진단키트로 음성 확인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이것이 바로 윈윈 아닐까 한다”라며 “이미 정부의 방역 지침을 충실히 이행해 온 대다수의 종교시설에게 자가진단키트는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이 집합하는 학교와 교회 등을 자가진단키트로 풀겠다는 취지이지만 코로나 확산세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은 뻔한 사실이다. 서울 확산세가 위급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에 온 힘을 다해야 되는 시기에 '방역 완화'라는 그릇된 신호로 돌이킬 수 없는 악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아직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품목허가도 나오지 않았고,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 또한 자가검사키트의 오답률이 약 83%로 혼란만 초래한다면서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오 시장의 실험적 방역이 코로나 유행을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성능이 낮다는 게 가장 우려된다”며 “진단검사를 대체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권덕철 "현재 4차 유행의 초입..유행의 경보등 켜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앞서 "현재 4차 유행의 문턱에 와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지난주인 4~10일 감염재생산지수는 1.12로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1.12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확진자 비율도 전체 확진자의 28.2%로 3주 연속 증가했다"라며 "이를 근거로 4차 유행은 그 규모가 지난 3차 때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 이번 주는 4차 유행으로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오 시장의 '상생방역안'이 실행되기 어려울 모양새다. 상생방역안이 자칫 잘못하면 코로나 확산세에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 장관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완화가 현실성이 없다고 오 시장의 제안을 비판했다. 그는 "업주가 확실하게 방역수칙을 실시하고 이용자도 잘 따라줘야 하는데, 술을 마시는 곳에서 쉽지 않다"라며 "만일 자칫 여기서 더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나타나면 감당 안 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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