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국내외 영산찾아...선불교적 수묵정신 구현

강원도 산골에서 은둔자로 20년간 작업 몰두

16일까지 ’ 안평 안견 창작상 수상‘ 작가전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진경산수화의 맥을 이으며 한국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한진만(홍대 미대 명예교수) 작가. 그는 20년전 춘천 산골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퇴직전부터 오가며 작업하다 10년전부턴 아예 산중 은거자가 됐다. 작업실은 익산의 고택을 사서 통째로 옮겨 와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세상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싶어 휴대전화도 없이 생활한다. 유선전화도 작업중에 있거나 주변 풍광과 노닐다 보면 불통이 예사다.

작업실에서 

그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16일까지 갤러리 도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서다. 제3회 안평 안견 창작상 수상 작가전이다. 안평 안견 창작상은 한국미술에 전념해온 뛰어난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사단법인 안평 안견 현창 사업회(회장 김문식 한국화가)에서 제정한 상이다. ‘조선시대 산수화 특강’저자 안휘준 박사가 특별히 그를 천거했다. 그동안 전정우,권기윤 작가가 수상했다.

“예술은 자유와 창의성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따라서 예술의 종류를 구분하여 우열을 가리기보다 작가가 자연을 통하여 터득한 것들을 형식과 정신을 담아 어떻게 표현했느냐를 우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천산
천산

그는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 수묵산수화의 영역을 확립하기 위하여 국내외의 산들을 산행하며 자연의 심오함을 몸으로 터득해 왔다.

“내 자신이 자연 자체이길 바라며 강원도 산골에서 말없이 전해오는 자연의 심오한 세계를 무의식적으로 화폭에 담으며 살아가고 있다.”

천가
천가 (天家)

그는 초기에는 한국의 산하를 대상으로 사생을 하며 작품을 제작하고 사생한 소재들 중 무의식적으로 혼이 담긴 산들이 있는 것을 느꼈다. 이후 영산을 소재로 한 산들 (마이산, 청량산, 금강산)을 화폭에 담은 후 가슴으로 파고드는 히말라야의 천산들을 찾았다. 이후 그의 수묵산수의 화두는 천산이다.

“에베레스트 내려 오면서 금강산 분위기를 감지했다. 왜 그런가? 지구는 한 덩어리가 아닌가. 영산과 천산은 똑 같았다. 모든게 천산이고 마음의 산이었다. 나만의 산,나의 세계가 거기에 있었다. 나를 본다는 것은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천림
천림(天林)

그는 수많은 산을 직접 발로 밝고 스케치를 했다. 고산병으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고통스러운 시간도 감내해야 했다. 때론 히말라야 정상을 비행기 위에서도 스케치 하기도 했다. 하얀 구름과 어우러진 천산들은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 형상으로 다가왔다.

“구도,필법,준법 등 모든 기법에도 구애됨이 없다. 그저 내 마음이 부리는 대로 할 뿐이다. 절로 화폭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심플,정제된 모습이 됐다.”

그의 말에서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본다. 수묵과 미니멀리즘,그리고 선불교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의 붓은 머뭇거림 없는 격정의 선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정적이 흐르는 공간은 창출한다. 신비로운 분위기다. 미학의 최고 경지인 경건한 숭고미라 하겠다. 채우면서 비워내는 노련한 절제의 선들이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조화의 세계다. 그 속에서 자연과 삶 그리고 전체(우주)에 대한 존재와 본질이 함께한다.

천산
천산

“산속생활은 자연과 무언의 대화가 말없이 오고가는 세계다. 비로서 나를 보게 된다. 견성(見性)이 바로 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자연은 예술가에도 수도자에게도 새로운 영감의 젓줄인 것이다.”

그는 산속에서 소일로 양봉 2통을 치고 있다. 벌을 공부하면서 ‘나’를 알게 됐다. 벌이 사람하고 별반 다를게 없었다. 마당에 절로 이름모를 씨들이 날라와 자리한다. 향기나는 약초부터 나물까지 풍성하게 해준다. 자연의 조화를 절로 깨치게 해준다. 옛부터 전염병이 돌 땐 집근처에 많이 나는 약초를 먹으란 말이 있다. 자연은 미리 알고 전염병에 맞는 약초를 그해에 풍성케 한다는 것이다.

천산몽
천산몽(天山夢)

“세상을 본다는 것은 나를 보는 것이다.” 큰 스님의 법어 같다.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 이요/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 이라/보고 듣는 이밖에 진리가/따로 없으니/아아 시회대중 (時會大衆) 은/알겠는가…/산(山)은 산(山) 이요/물은 물이로다. '  성철 스님의 법어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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