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래 무의식적으로 장래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나 이해득실, 성패 등에 대해 사전에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의 착수에 앞서 흔히 예감(叡感)이라든가, 꿈자리 같은 것을 말하거나 또는 마음의 불안 같은 것을 느끼는데, 이것이 바로 그 무의식적인 ‘예지능력(叡智能力)’이 아닐까요?

그런데 보통 사람은 이 예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대체로 감정적인 이유를 붙여 이것을 부정함으로써 이 천부(天賦)의 예지능력을 활용해 보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이 예감이란 직감적으로 흉(凶)이라고 느낀 순간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 예를 들어 무술(武術)에서 살기(殺氣)를 느끼고, 사전에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능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수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도 오래 전 우리 원불교의 해상 수련원인 서해 바다의 ‘하 섬(荷島)’에서 며칠간 독공(篤工)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2일째 기도를 드리는데 ‘하 섬’ 건너편 마을 쪽에서 거대한 새떼가 몰려와 제 몸을 둘러싸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체험을 한 바가 있었습니다. ‘아! 이게 무슨 징조일까?’ 그럼 인간의 예지 능력은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요?

중국 송 대(宋代)의 ‘소강절(1011~1077)’은 유학자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학자였습니다. 소강절은 젊어서 과거에 급제하여 20대에 벌써 상서(尙書)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문장이 빼어나고, 시(詩)를 잘 지었을 뿐 아니라 주역(周易)에 아주 밝았지요. 그리고 학문이 높아 전국적으로 이름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부 하느라고 20대 후반에 가서야 겨우 장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첫날밤을 치르고 새벽에 일어나 산 가치를 뽑아 자신의 점을 치게 되었습니다. 신혼 첫날 비록 하룻밤을 잤지만, 과연 자신의 아이가 잉태했을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점을 친 결과 아들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손들의 평생 운수를 점쳐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한 대 한대 점쳐 내려가다가 5대손에 이르렀지요. 5대손은 중년에 이르러 ‘역적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할 수 있는 운명이라는 점괘(占卦)가 나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드디어 소강절도 늙어서 임종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모든 가족을 모아 놓고 유언하는 자리에서, 맏며느리에게 비단으로 싼 함(函)을 하나 내어 주면서 유언을 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다가 집안에 무슨 큰 일이 생기거든 이 보자기를 풀어 보거라. 만약 너의 대에 큰 일이 생기지 않거든 네 맏며느리에게 물려주고, 그 맏며느리 대에 아무 일이 없으면 또 다음 대의 맏며느리에게 물려주고 하여, 대대로 이 ‘함’을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유언은 실행되었습니다. 그런데, 5대 손부에게 와서 정말 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그 남편이 느닷없이 역적 누명을 덮어쓰고 하옥되었던 것입니다. 역적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입을 것이 번하므로 집안이 아예 망해버릴 순간이었습니다. 밤새 끙끙 앓던 5대 손부는 새벽녘에 갑자기 시어머니의 유언이 생각났습니다.

급히 벽장을 열어 함을 꺼내어 비단 보자기를 풀어보니, 거기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지금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이함을 형조상서에게 전하라” 손부는 급히 집사를 불러 함을 들려 형조상서를 찾아가서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형조 상서는 마침 아침을 먹고 의관을 차려 입고 입궐을 준비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소강절 댁의 하인이 소강절 선생의 유품을 가지고 와서 뵙고자 청하는데, 비록 100여 년 전에 작고했지만 워낙이 명망이 높은 대 정치가요 문장가이자, 큰 학자요 대 시인이고, 특히 동서고금을 통틀어 주역(周易)에 완전 달통한 분의 유품을 앉아서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당까지 나아가 돗자리를 깔게 하고 한 쪽 무릎을 꿇고서, 그 유품을 받았습니다. 유품을 받는 순간, 형조상서가 방금 앉아 있던 사랑채가 통 채로 폭삭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요? 깜짝 놀란 형조 상서는 급히 함을 열어 보았습니다. 함 속에는 아무 것도 없고, 글자 열자가 쓰여 진 하얀 창호지 한 장만 덩그러니 들어 있었습니다.

상서는 재빨리 펼쳐 보았습니다. 그 창호지에 적힌 글은 놀랍게도 <활여압량사 구아오대손(活汝壓樑死 救我五代孫)>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즉, ‘당신이 대들보에 깔려 죽을 것을 살려주었으니, 당신은 즉시 나의 5대손을 구해 줘라’ 는 뜻입니다. 형조 상서는 즉시 소강절의 지시에 따라 재수사를 하여 5대 손의 무죄함이 밝혀졌으니, 이 얼마나 묘하고 묘한 일인가요?

소강절은 평생 동안 자기 자손을 구하기 위해 5대 손자 대에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점괘를 뽑아 보고, 대들보에 깔려 죽을 형조 상서의 운수를 알아냈던 셈입니다. 인간의 예지능력이란 하늘과 땅이 함께 놀랄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실제로 이러한 능력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리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허망한 이런 일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면 안 됩니다. 다만 평소에 열심히 수행을 하면 실제 예지능력이 생겨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두면 어떨 까요!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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