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마트·쇼핑몰 소매점과 음식점·카페 등의 매장 이용이 줄고 배달·택배가 대폭 늘었다고 합니다. 우리 집 역시 거의 외출을 못하는 실정이니 웬만한 것은 대개 배달을 시키고 있습니다.

얼마나 배달 오신 분들이 편리하고 고마운 줄 모르겠습니다. 그 고마움을 알기에 우리 집 사람 정타원 사랑초는 평소 간단한 음료수라도 준비해 두었다가 택배가 오면 미리 현관문을 열고 대기합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없는 분들이라 얼른 감사의 말과 준비한 음료수를 건네곤 하지요.

하지만 배달·택배시장이 ‘코로나 특수’를 맞아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덩달아 배달원에 대한 ‘갑 질’도 증가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달인가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1%포인트 증가한 161조1000억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상품거래액의 비중은 27.2%로, 두 수치 모두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용자가 급증한 만큼 택배기사와 음식 배달원에게 ‘갑 질’을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3일에는 서울의 한 어학원 직원이 배달원에게 “공부 잘했으면 배달을 하겠어요?”라고 막말을 한 녹취록이 온라인에 퍼져 공분(公憤)을 샀지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망국의 ‘갑 질’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요?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평등한 인권(人權)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민주국가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감동한 사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느 아들이 아버지가 배달원 대하는 태도를 보고 감동한 일화입니다.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는 취업준비생의 글입니다. 요즘 코로나 상황이라서 그냥 부모님께 뭐라도 보여드리려고, 도서관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고 합니다. 5시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약속이 있어 나가셨고, 아버지만 계셨지요.

아버지께서 맛있는 것 시켜 먹자고 하셨습니다. 돈도 못 벌면서 부모님 돈으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상황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오랜만에 함께 소주 한잔하자고 하셔서 족발과 쟁반국수를 시켰지요. 그런데 시킨 지 1시간이 넘는데도 음식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짜증이 나서 족발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떠난 지 30분이 넘었는데 이상하다고 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 라는 생각으로 아버지와 어색하게 TV를 보며 30분을 더 기다렸습니다. 그제야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저는 좀 따지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배달 온 사람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비에 홀딱 젖어있었고, 대뜸 “죄송합니다. 빗길에 오토바이가 넘어져서 수습하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음식은 먹기에 민망할 정도로 불어있었고, 또 엉망이 되어 있었지요. 뭐라 한마디도 못 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현관으로 나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미안해요.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음식을 시킨 저희 탓이 큽니다. 어디 다치지는 않으셨는지? 당신의 책임감으로 오늘 우리 부자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소.”

그러면서 아버지는 음식 값과 세탁 비까지 건네주셨습니다. 그러자 배달원은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들은 고마울 일이 하나 없는 코로나와 무직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감사한 마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어느 아들이 ‘배달 중 넘어져서 음식이 섞여서 옴’이란 제목으로 SNS에 올려 화제가 된 일화입니다. 아들은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절대 절대 절대로 돈을 적게 벌든 많이 벌든 다른 사람의 직업을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내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걸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마음은 타고나는 걸까요? 아니면 살면서 삶 속에서 노력으로 체득하는 것일까요? 사람의 가치가 돋보이는 것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마음과 겸손한 마음으로 낮은 곳에서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스스로를 ‘자비심과 겸양으로 쌓아가는 도리’ 이것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가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참 가치가 아닐까요? 우리 가슴에도 청년의 아버님처럼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랑이 넘쳐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비춰주는 고운 향으로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맹자(孟子)》 <공손추편(公孫丑篇)>에 ‘측은지심(惻隱之心)’에 대한 말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이 네 가지 품성을 잘 개발하면 ‘인(仁)· 의(義)·예(禮)·지(智)’라고 하는 덕(德)으로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측은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本性)입니다. 우리 모두 어려운 가운데 고생하시는 모든 택배 배달원의 고통에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갑 질’은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5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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