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 의원들 "우리당 얻을 이익 없다", "본선 경쟁력 떨어뜨리는 자충수"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을 두고 경선 연기론이 또 흘러나오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와 최문순 강원지사, 이광재 의원의 경우 공개적으로 경선 연기론에 힘을 실었고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에도 "의견이 분분하다면 지도부가 빨리 정리해야 한다"며 역시 힘을 싣는 모양새다. 그러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선 원칙대로 경선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야권보다 대선후보를 빨리 확정지을 경우 상대적으로 흥행이 되지 않을 것이며, 또 코로나 집단면역이 이뤄진 뒤에 경선을 치러야 여론의 관심도 더 받을 수 있고 먼저 검증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연달아 경선 연기론에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을 두고 경선 연기론이 또 흘러나오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나 이낙연 전 대표 등도 연기론 '군불때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을 두고 경선 연기론이 또 흘러나오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나 이낙연 전 대표 등도 연기론 '군불때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선 연기를 논의할 시간에 시민들에게 더 나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이 옳다는 것이다. 또한 경선 과정이 장기화될수록 각 후보 진영 간 갈등으로 최종 선출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경선연기론'은 결국 현재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집중견제 수단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이재명 지사의 싱크탱크 성공포럼(대한민국 성장과 공정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경선연기 주장, 즉각 거두시길 바란다"는 제목의 글에서 "경선연기로 우리당이 얻을 이익은 없다"고 주장했다.

민형배 의원은 "코로나19도 경선연기의 근거는 될 수 없다"며 "코로나19 와중에도 총선도 보궐선거도 잘 치뤘다"고 설명했다. 민형배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과정을 봐도 경선흥행과 코로나19는 관련이 없어보인다"고 강조했다.

민형배 의원은 "경선연기론이 진정 내년 대선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경선을 먼저 끝냈을 때 승률이 높은 역사적 경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형배 의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본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논리 중에 진지하게 참고할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민형배 의원은 "지금 대선 예비주자들이 해야 할 일은 '민주당이 희망이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정책과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경쟁하는 것"이라며 "그게 어렵다면 자격이 없다는 것이므로 없는 자격을 경선연기라는 낮은 수의 선거공학으로 돌파하려 말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 중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선 경선 연기가 아닌, 원칙대로 경선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잇달아 경선 연기론에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 중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선 경선을 기존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잇달아 경선 연기론에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지사 지지를 공개선언한 박홍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경선의 흥행을 바라는 문제제기로는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리고 들어볼수록 저의 결론은 전혀 다르게 도출됐다"며 경선 연기를 반대했다.

박홍근 의원은 "코로나 집단면역 후에 경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집단면역 형성과 방역기준 완화의 시점을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며, "경선을 두 달 미룬다고 해서 방역 염려가 사라지고 흥행에 성공할 거라는 것은 불확실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의원은 최근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거론하며 "과연 어떤 후보들이 어떤 목소리와 모습으로 뛰느냐 즉 얼마만큼 시대의 요구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인물구도와 메시지, 이미지를 만드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며 방역 상황과 흥행 여부는 무관한 것이라고 했다.

박홍근 의원은 "그들(국민의힘)보다 더 깊은 성찰을 기반으로 더 큰 혁신 경쟁을 벌여도 한참 부족할 판"이라며 "당이건 후보건 유불리를 따져 자주 약속을 바꾸고 규정을 고치는 것은 스스로 정한 원칙을 허무는 행위라서 정당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의원은 또 "경선 직후 바로 본선에 돌입하는 일정은 경선 후유증을 치유하면서 당과 후보를 중심으로 당내 원팀과 지지자 결속을 다질 필수적인 시간을 놓치게 된다"며 "우리 후보가 패배했던 지난 대선을 돌아보면, 경선 과정이 장기화될수록 각 후보 진영간의 네거티브와 갈등이 커져서 오히려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먼저 '후보 확정'한 쪽이 이겼다. 치열한 경선도 '승리 담보' 아니다

실제 민주당이 승리한 대선을 보면, 대선후보 경선이 치열하다고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았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깨고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때만 예외의 사례다.

실제 민주당이 승리한 대선을 보면, 대선후보 경선이 치열하다고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았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엔 문재인 후보의 강력한 대세론이 형성돼 있었기에 이변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민주당이 승리한 대선을 보면, 대선후보 경선이 치열하다고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았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엔 문재인 후보의 강력한 대세론이 형성돼 있었기에 이변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 선출은 오래전부터 사실상 정해져 있던 일이며, 2017년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후보의 강력한 대세론이 형성돼 있었기에 이변은 없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은 정반대 사례다. 정동영 전 의원, 손학규 전 의원, 이해찬 전 총리 등이 후보로 나왔고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과 각종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전 의원은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참패를 당했다. 

'대선후보가 빨리 결정되는 쪽이 불리하다'는 주장도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5월 19일에 대선후보로 선출됐으며 이회창 후보는 이보다 두 달 뒤인 7월 21일에 후보로 선출됐다. 2002년 대선을 봐도 노무현 후보는 4월 27일, 이회창 후보는 5월 7일 후보로 선출됐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그해 8월, 정동영 후보는 그해 10월에 후보로 선출됐다.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그해 8월, 문재인 후보는 그해 9월 후보로 선출됐다. 오히려 먼저 후보를 확정지은 쪽이 본선에서 승리했다는 사례들만 나온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정동영 전 의원, 손학규 전 의원, 이해찬 전 총리 등이 후보로 나왔고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사건들이 벌어졌으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전 의원은 본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정동영 전 의원, 손학규 전 의원, 이해찬 전 총리 등이 후보로 나왔고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사건들이 벌어졌으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전 의원은 본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대선경선 연기론에 대한 여론 반응은 싸늘하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당헌·당규에 따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오는 9월에 치러야 한다'는 답변이 57.8%에 달했고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답변은 12.7%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선 65.8%가 경선 연기에 반대했다. 

또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달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9명을 대상으로 경선연기론 찬반 여부를 조사했을 때도 '원래대로 9월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응답이 65.1%에 달해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 15.5%에 비해 네 배 이상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9월 9~10일경 선출해야 한다. 대선경선 연기론은 지난 2월 전재수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가 얼마 뒤 사그라든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경선 흥행이 안되서 패했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경선 연기론이 다시 등장했다. 이제는 이재명 지사를 제외한 대선 후보들 측에서 경선 연기론을 다시금 불지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선 연기론'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싸늘하고, 내세울만한 명분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어 민주당 대선주자들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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