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의 소망에 딱 맞춤형인 조선일보 기사"

"호남지역 민심 이반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정현숙 기자]= 지난 13일 조선일보가 ["文 경제정책, 무능·무식·무대뽀" 光州 커피숍 사장님 실명 건 외침] 기사를 냈다. 다음날 국내 언론 매체들이 '광주 자영업자'의 분노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아 이 기사를 그대로 받아썼다. 이에 '호남도 바뀌나?'라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올 정도로 반향이 컸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타 매체들의 기사 제목부터가 매우 자극적이다. 광주에서 커피숍을 운영한다는 평범한 자영업자 배훈천 씨가 한 토론회에서 자신의 실명을 걸고 장사가 안돼 울분을 쏟아 내는 것처럼 강조했지만 속내는 이참에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자 하는 언론의 의도가 간파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배 씨가 단순한 카페 사장이 아닌 것이 드러나 '조선일보가 조선일보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배훈천 씨의 정체와 조선일보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헬마우스' 임경빈 작가가 출연해 매체의 기사 의도를 두고 속살을 샅샅이 파헤친 것이다. 헬마우스는 가짜뉴스 비판을 목적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로 임경빈 씨는 15년동안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들던 방송작가로 알려져 있다.

임 작가에 따르면 광주카페 사장 배훈천 씨는 평범한 소상공인이 아니라 '5.18 역사왜곡방지 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극우단체 <호남대안포럼>의 공동대표로 극우활동가라는 것이다. 진작부터 정치적 활동을 하고 다니던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조선일보 등 언론이 기사에서 몇가지 중요한 정보를 누락시키고 있다면서 오죽했으면 따로 행사포스터를 찾아봤다고 했다"라고 했다.

임 작가는 "어떻게 보면 광주의 평범한 자영업자의 비판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서 조선일보가 이렇게 작성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간다"라며 "기사에서 만민토론회라고 소개된 이행사가 어떤 사람들의 주관으로 열린 행사인지가 제대로 소개가 안됐고 실제 주관한 단체 호남대안포럼은 사진에서 잘려있다. 기사 내용에도 반영이 안돼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 단체가 정치적인 성격을 띄고 있고 극우 주장을 하는 단체라 숨기지 않았을까 추측을 하는데 특히 지난해 포럼이 출범한 이후에 5.18역사왜곡처벌법 폐지 운동을 벌였는데 그 당시에도 47명의 서명을 받고 호남시민들의 명의를 걸었다가 대표성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당시 구성요인들이 문제인데 47명 중에서 주도했던 인물이 주동식 호남대안포럼 광주서구위원장이란 사람인데 그는 국민의힘 광주서구갑 당협위원장으로 정치인이다. 조선일보에서 자영업자로 보도한 까페 사장 배 씨도 이 서명운동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동식 위원장 같은 경우는 지난해 총선 때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를 모욕해 막말 논란을 일으킨 바로 그 인물"이라며 "행사 주관단체가 국민의힘과 밀접한 정치적 조직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위시한 매체들은 단순한 자영업자로 묘사해 구독자를 오도했다"라고 비판했다.

임경빈 작가는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 전말을 두고서 "요즘 야권에서 밀고 있는 어젠다 중에 2가지가 '청년이 돌아섰다와 호남이 바뀌고 있다' 이 2가지를 꼽을 수가 있다"라며 "특히 김종인 위원장하고 이준석 대표로 이어지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호남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어제 이런 보수 야권의 소망에 딱 맞춤형인 기사가 포털과 인터넷에서 굉장히 크게 화제가 되서 가져와 봤다"라며 "광주의 카페 사장님이 실명을 걸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이게 조선일보 기사였는데 배훈천 씨가 만민토론회 행사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 때문에 자영업자가 굉장히 힘들어졌다는 비판을 했다는 내용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 기사에서 줄곧 광주 자영업자 실명 비판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에서  서민층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에 이어 다른 매체들도 이런 프레임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한마디로 호남지역 민심 이반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훈천 씨는 정부 비판 모임 공동 대표까지 한 매우 정치적인 인물 임에도 자신이 마치 광주 지역의 자영업을 대표 하는 듯이 발언했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매체들은 이 단체의 성격은 함구한 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다음은 조선일보 보도 내용 일부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문제다!무식하다!무능하다!무대뽀다!’ 광주 운암동에서 커피 자영업을 하는 배훈천씨는 12일 광주4.19혁명기념관 통일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현실’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서 실명을 걸고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했다.

배훈천씨는 이날 연설문에서 “광주는 좁고 소문은 빨라서 동네 장사하는 사람이 상호와 이름을 밝히고 이런 자리에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어스름 달빛아래 어둠 속에서 살게 만든 문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 정부 지지기반인 광주에서 현지인의 입으로 들려주는 게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유익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었다”고 밝혔다.(중략)

“우리는 이제 양의 탈을 쓴 늑대마냥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들로 포장해서 정권 잡고실제로는 소상공인과 서민을 도탄에 빠뜨린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180석까지 차지하고서도 할 줄 아는 거라곤 과거팔이와 기념일 정치밖에 없는 내로남불 얼치기 운동권 정치 건달들에게 더이상 선동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배훈천 씨 관련 기사를 낸 조선일보에 "좀 과장하면 전광훈이 태극기 집회 연 것을 평범한 교회의 목사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고 보도한 것" "(당대표 되기 이전의) ​이준석​이 문재인 정부 비판한 거를 하버드를 나왔음에도 한국에선 취업에 실패한 취준생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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