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안 나서는 것은 ‘가족리스크’ 보다 본인의 준비부족이 가장 큰 원인 

[뉴스프리존] 차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같은 야권 뿐 아니라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어지고 있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측근을 통한 ‘전언’, 또는 보여주기식 ‘이미지’ 정치만 할 뿐이지 전면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며 "내 갈 길만 가겠다. 내 할 일만 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민주당의 견제공세, 국민의힘의 조속한 입당 촉구에 태도를 바꿔 하루도 지나지 않은 18일 나름대로 정치일정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입당은 하지만 그 시기는 "영향력 있는 분들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 듣는 민심투어를 진행한 이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달 27일경 대권도전 선언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윤 전 총장 측의 향후 행보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방송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민심 경청 투어’에 대해 “인위적으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행동들은 안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옛날에 손학규(바른미래당 전 대표)씨 같은 사람도 민심투어를 했고, 안철수(국민의당 대표)도 똑같이 했다”면서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과거와 같은 정치 행태를 계속 보여준다는 것은 국민에게 짜증만 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아마추어 티가 나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된 모습"이라면서 "입당을 하면 조직적으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명확한 정치일정을 제시하라며 압박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특히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알리기 위해 1분1초가 아까울 만큼 뛰어다닌다. 인맥과 자금의 문제로 유력 정당의 후보로 되는 것은 가장 기본 코스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 자진 사퇴 이후 지금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지지율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늦추고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은 흔히 말하는 ‘가족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사건 개입 의혹, 김씨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장모 최은순씨는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는 혐의로 재판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X파일이 이명박 BBK 문제처럼 야당 경선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쉽게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야당 내부 검증 과정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고 탈락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지금처럼 신비주의로 외곽을 돌며 검증을 회피한 채 측근을 통해 말만 흘리는 건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전 총장, 가족범죄 의혹 스스로 밝혀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도덕성이 결여된 지도자는 대한민국 역사를 불행하게 만들어왔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지도자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썼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는 “윤 전 총장은 정치를 시작하기 전, 가족과 관련된 부인의 비리의혹과 장모의 사기의혹에 대해 밝혀야 한다”며 압박했다. 

윤 전 총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약점)은 부인과 장모라고 할 수 있다. 검찰 한 길로 검찰총장에 오르고 아직도 검찰에 영향력이 큰 윤 전 총장이 부인과 장모의 문제를 들여다 보지않고 대선에 출마할 일은 없다. “장모는 10원 한 장 손해 끼친 적이 없다”라는 발언은 그런 자신감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윤 전 총장 지지율 1위는 흔히 말하는대로 문재인 정부의 반사체로 작용한 점이 크다. 부인과 장모 문제가 크다 한들, 부동산을 잡지 못한 집권여당의 실정을 가리진 못한다. 17대 대선에서 재산형성이나 ‘BBK’ 등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이명박은 박근혜와의 내부경선에서도 이기고 대선에서도 정동영 후보를 엄청난 표차로 물리쳤다. 윤 전 총장의 ‘큰 정치’와 ‘압도적인 지지’는 17대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기제 검찰총장을 중도 사퇴할 만큼 갑작스런 결정, 윤 전 총장은 지금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내공이나 실력은 지난 11일 김대중도서관 방명록 논란에서 잘 드러난다.

방명록을 보면 윤 전 총장은 그 장소와 대상에 맞는 적절한 단어 조차 구사하지 못했다. ‘지평’으로 써야 할 단어는 생뚱맞은 ‘지평선’으로, ‘통찰’이 들어갈 자리는 ‘성찰’로 쓰는 등 방명록으로 이미지만 잔뜩 구긴 셈이 됐다. 방명록 하나로 윤 전 총장 일생을 재단할 순 없지만, 유력 대권후보에게 검증은 가혹해야 한다. 

방명록 수준의 윤 전 총장이 전면에 나설 수 있을까? 1-2주의 민생투어, 각계 전문가를 찾아 대화를 나누는 등의 특별 과외수업으로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 올릴 수 있을까?

‘윤석열의 시간’은 지나가고 ‘검증의 시간’은 다가온다. 보수언론의 도움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만큼의 가혹한 검증은 아니더라도, 가장 낮은 수준의 ‘검증’ 조차도 버틸 수 있을까? 

윤석열 ‘검증의 시간’을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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