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최 씨 동일 IP로 도이치 내부자와 수십 차례 주식 거래

전문가 "동일 IP 사용은 시세 조종의 핵심 간접증거..허위로 주문만 넣어도 혐의 인정"

21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검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연루 의혹은 물론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은순 씨도 깊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정용환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최 씨와 도이치모터스 등기이사였던 A씨가 공모한 구체적 정황을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A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의 측근이자, 도이치모터스와 도이치파이낸셜의 자금·재정 업무를 수년 간 총괄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주가조작에 장모가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포함됐다는 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19일 '뉴스타파'가 [윤석열 장모 녹취 입수.."도이치 모터스 내가 했다"]라는 제하의 보도까지 나왔지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휘하의 검찰 수사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윤 전 총장은 얼마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나 처가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빈축을 샀다. 이제 대선후보로 나선 윤 전 총장의 가족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검찰도 칼을 빼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최 씨와 A씨가 2010년 9월부터 2011년 초까지 수십 차례 동일한 IP에서 주식계좌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즉, A씨와 최 씨가 같은 장소에서 번갈아가며 접속해 주식을 거래한 꼴이다.

여기서 최 씨는 자신의 거래계좌와 보유 주식을 제공하고, 실제 주식 거래는 A씨가 도맡는 식의 시세조종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0년 9월 1일 2600원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이듬해 3월 2일 6340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2010년 9월 한 달에만 최 씨와 A씨 계좌는 20여 차례나 동일한 IP에서 접속됐다. 검찰은 최 씨 외에도 다수의 다른 거래자들 명의의 계좌가 A씨와 동일 IP를 사용한 사례도 확인했다.

서초동의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노컷뉴스에 "동일 IP 접속은 매우 중요한 정황 증거다. 통상적으로 시세를 조종할 때 IP가 한군데 몰려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 시세 조종을 했다는 핵심 간접 증거가 된다"라며 "실제 주식거래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허위로 매수·매도 주문만 넣어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씨는 이날 매체와의 통화에서 주가조작 정황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A씨의 경우 취재진이 직접 집과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메시지를 남겨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13년 작성된 경찰 내사보고서가 존재한다'는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시세조종이 벌어졌으며, 윤 전 총장 부인인 김 씨가 주가조작 ‘선수’에게 자신의 계좌와 주식, 돈을 맡기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씨가 자신도 도이치 모터스 건과 관련돼 있다고 말한 녹취를 입수해 보도했다.

당시 최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지인과 통화하면서 "딸은 상관없다"라고 말하거나, '회장님(최 씨)이 했잖느냐'는 질문에 "어 그럼"이라고 답한다. 아울러 “2천 몇 년인가”라고 그 시기까지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딸 김건희 씨가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뉴스타파는 “도이치 모터스는 내가 했다, 2천 몇 년에..”라는 최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2009년 5월 8억 원 어치의 주식을 장외매수했을 때 명의는 김건희 씨로 되어있었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최 씨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경찰 내사보고서에 따르면 8개월 뒤 주가조작 ‘선수’를 직접 만난 것은 최 씨가 아니라 김건희 씨였다. 따라서 매체는 김건희 씨와 최 씨가 함께 ‘작전’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모녀의 주가조작 공범 정황을 강조했다.

또 이 녹취에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씨가 성남시 도촌동 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허위 잔고 증명 위조를 담당했던 김건희 씨의 지인 김 모 씨가, 대출을 받는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음을 시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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