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사퇴 후 출마선언이나 입당은 늦출 듯, 윤석열 낙마 대비용 가능성 커  

[뉴스프리존] 현직 감사원장으로 정치참여가 유력시 되던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감사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 원장은 28일 사퇴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이번 사퇴는 본인의 의지와 별개로 정치 참여 논란에 일단 휩싸인 만큼 감사원의 독립성을 위해서 사퇴하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김오수 현 검찰총장이 법무차관에서 물러나자 감사위원에 제청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는 등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야권에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끊임없는 정치참여를 요청받았고, 정치에 나서기도 전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적합도 5~6위권(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이름을 올려 관심을 받았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하고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최 원장의 정치참여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최 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언론이나 정치권에 많은 소문과 억측이 있다”며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말하겠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후보로 독주하던 시기라 최 원장의 발언을 주의깊게 듣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 이미지와 각종 미담 등으로 야권의 잠재적 후보, 이른바 ‘플랜 B’ 차원의 인사로 영입 1순위로 평가받는 정도였다.  

그러나 19일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 야권인사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에 의해 공개되고 그 내용도 “의혹이 3개가 넘는다. 법적인 문제와 정치적 도덕적 문제는 다르다. 방어가 어렵겠다”는 발언 이후 상황이 급변한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X파일’의 실체가 드러나고 윤 전 총장 도덕성 등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는 순간, 최 원장의 등판은 예고된 것이며, 정치권에 강제 소환된 측면이 강하다.

최 원장은 애초 본인이 정치를 하려는 뜻은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이 커지면서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아픈 친구를 2년간 업고 등교하고 아들 둘을 입양해 길러내는 등 '미담 제조기'라고 불리며 주위의 호평을 받는 것도 강점이다. 청문회 때도 추문이나 부패 의혹 등 논란이 제기되지 않았다. ‘X파일’로 도덕성이 의심받는 윤 전 총장과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다. 

최 원장의 등판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범야권 후보들간의 손익계산서도 복잡해지고 있다.

먼저 여권은 최 원장의 정치참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여권은 “헌법이 정한 감사원장 임기(4년)를 내던지고 감사원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있다”며 날을 세웠지만 등판이 결정되자 야권 대선후보간 견제와 대립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연합뉴스TV에 나와 ‘윤석열 X파일’의 공개는 "윤석열 전 총장 대신 최재형 감사원장을 띄우고자 하는 야권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본다"면서 윤-최 대결구도로 몰아갔다. 

송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 당시 황교안 장관과 윤 전 총장 사이 치열한 갈등이 있었는데 그 때 작성된 것 아니겠나"며 "본인이 당당하게 나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을 부각시키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 같은 경우 본인도 그렇고 아내와 장모 (문제가) 복잡하다보니 그런 문제 없는 분을 세우고자 하는 흐름이 야권에 있다고 본다"면서 최 원장의 등판을 윤석열 견제 혹은 대체재로서의 역할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측에서는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이 대권을 두고 경쟁할 경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과 당 지지율 상승으로 자신감을 찾은데다 입당을 미루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최 원장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와 당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최 원장을 최대한 끌어 당길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최대한 입당을 늦추고 있는 윤 전 총장으로는 ‘X파일’ 검증과 함께 같은 법조인 출신인 최 원장의 등장으로 이중의 압박을 받게 됐다. 일단 29일 양재동 매헌기념관에서 대권 출마선언과 함께 어떤 형태로던 그간 드러난 처와 장모의 각종 의혹을 풀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X파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윤 전 총장의 29일 출마선언은 그동안 측근이나 지인을 통한 ‘전언’ 등 ‘비대면정치’이자 모호함으로 비판받은 것을 뒤집을 국면전환용이다. 국민과 언론 전면에 나서는 검증의 무대인데 여기서 ‘X파일’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대세론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윤 전 총장에 의해 가려졌던 많은 후보들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복당한 홍준표 의원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은 경선 준비를 하면서도 최 원장의 등장으로 윤 전 총장의 기세가 얼마나 꺽일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타격을 받는 만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대권도전을 결심한다면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준석  대표는 8월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를 출발시킨다는 계획이다. 감사원장 사퇴 이후 즉각 입당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경험과 인맥이 없는 최 원장으로서는 입당이 자연스런 과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변수는 따로 있다. 윤 전 총장이 출마선언 이후에도 기세를 유지한다면 최 원장 카드는 혹시나 모를 변수에 대비하는 ‘플랜 B’에 그치겠지만, 윤 전 총장이 기세가 꺽일 경우 최 원장은 대안으로 급부상 할 것이다. 

현직 감사원장의 사퇴와 정치참여가 대선판에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최 원장의 날개짓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대선판이 다양해지고 빨라지고 있다.  

다만 중립을 지켜야할 감사원장이 여당도 아니고 야권 후보로 나오는 이상한 현상, 자신의 정치철학이나 소신 아닌 현재 지지율 1위 후보의 영향력에 따라 역할이 결정되는 그림은 참 씁쓸하다. 

2021년 한국의 대선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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