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지구 일대 주택조합 돌며 ‘분양권 쪼개기’ 달인
대연3지구 전임 조합장 시절 수백억 편취 의혹 구속
조합원들 “전 조합장 연루의혹” 제기, 구속수사 촉구

[부산=뉴스프리존]이미애 기자=지난 23일 오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앞에서 ‘불법분양 주동세력을 엄벌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재개발조합 전임 조합장이 브로커와 짜고 ‘입주권 쪼개기’ 등을 통해 조합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이들을 모두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인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는 경남 창원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장이 1인 시위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창원 주택조합장이 부산지법에서 시위를 한 배경도 전임 조합장과 업무대행사의 횡령 의혹을 밝히고 관계자를 구속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주택재개발조합과 관련된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는 조합원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히며 특정 지역이나 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지만,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프리존>은 부산경남지역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택재개발 관련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가 어떻게 이뤄지고 대책은 무엇인지 연속 기획으로 보도한다.

부산 대연3지구 주택조합 조합원들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에서 전임 조합장 등 불법분양 연루자들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애 기자
부산 대연3지구 주택조합 조합원들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에서 전임 조합장 등 불법분양 연루자들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애 기자

조합간부들이 절차 없이 조합비 5700억 ‘펑펑’

지난 23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열린 불법 입주권 주동세력 엄벌 촉구 시위현장에서 만난 조합원 A씨. 재개발조합 관리감독 기관과 수사기관을 50여 차례 들락거렸다는 그는 대연3지구 조합원이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조합원이 된 그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 2019년 5월쯤이다. 국공유지 무상양도양수 업무를 맡았던 업체가 용역비 수십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조합을 상대로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조합운영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A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나긴 싸움에 나섰다. ‘대연3지구 바른재개발모임’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관련 자료와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가 <뉴스프리존> 취재진에 털어놓은 내막과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대연3지구 주택재개발조합은 2017년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조합원 수만 1755명에 총사업비는 무려 1조3000억 규모의 대단지다.

업무대행사 용역비는 미지급, 조합계좌 압류당해

그런데 사업시행 인가 후 이뤄진 국공유지 무상양도양수 업무를 맡았던 B업체가 업무를 완료하고도 용역비를 받지 못하자 2019년 4월 조합을 상대로 법원에 32억여 원의 용역비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배상지연이자까지 포함해 32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을 토대로 조합계좌 등에 모두 압류가 설정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도시주택보증공사의 보증서 발급도 보류됐다. 재개발사업에 큰 난관이 시작된 것이다.

뿐만이 아니었다. 조합원들이 확인해 본 결과 전임 조합간부들이 2019년 4월 26일부터 2년 가까이 대의원회나 조합원 총회에 부치지 않고 조합비 5696억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마디로 전임 조합간부들이 수천억 원의 조합비를 정상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지출하면서도 진작 업무용역비 32억여 원은 정상 지급하지 않아 조합비에 대한 채권추심이 이뤄지는 지경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뚜껑 쪼개기’로 가족 친인척 지인 등 수십명에 분양권

그런데 이 같은 일에 깊숙이 개입한 사람 중 조합간부가 아닌 사람이 있었다. 부산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재개발 도사’로 불리는 C씨다. 그가 부동산업계에서 유명해진 것은 ‘뚜껑 쪼개기’라는 주특기 때문이라고 한다.

‘뚜껑 쪼개기’란 무엇일까. A씨와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조합원 D씨의 말에 의하면 ‘뚜껑’이란 재개발 대상 지역 안에 있는 무허가 건축물을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뚜껑 쪼개기’는 무허가 건축물이 하나 있으면, 해당 건축물의 지분을 여러 사람이 나눠 지분을 가진 모든 사람이 분양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입주권 쪼개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현행법상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재개발 대상 지역 안에 있으면 분양권을 가질 수 있지만, 사업시행 공고가 이뤄진 후 취득한 부동산이나 지분을 확보한 사람은 제외된다.

그럼에도 전임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간부, 브로커 C씨의 가족이나 친지, 지인 등 수십 명이 불법으로 분양권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프리존>이 확보한 자료만 보더라도 최소 30명에서 최대 70명 이상의 무자격자가 불법으로 입주권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 중에는 전임 조합장의 아들과 브로커 C씨의 부모와 아내 및 자녀가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불법행위를 실무적으로 주도한 사람은 단연 C씨였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조사에서도 일정부분 혐의가 인정돼 C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이 ‘주범’으로 지목한 전임 조합장은 3건의 현행법 위반 혐의에도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바지 조합장’을 앉혀놓고 규정에 있지도 않은 ‘자문위원’이라는 직함으로 조합사무실에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C씨의 구속과는 별개로 불법분양 연루자를 모두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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