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윤석열이 검찰총장직 사퇴 후 일련의 ‘방문 행각’을 벌일 때마다 그의 말과 행동거지에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갑툭튀’로 연출하는 꼴불견들을 하나하나 메모하면서 (나름 파일을 만든 건데 그걸 ‘X²파일’이라면 어떻고 ‘Y파일’이라면 또 어떤가) 그의 천박한 정체성은 아마도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폭발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전날 대선출마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를 한 뒤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전날 대선출마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를 한 뒤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그런데 웬걸! 이건 상상도 못할 자폭(자진 폭로)이다. 어제(29일) 대선 출마선언식에서 윤 자신이 스스로의 정체를 완전히 까발려 버리는 바람에 이제 웬만큼 양식있는 사람(태극기모독부대원들 제외)이라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속속들이 알게 됐다. 그 바람에 아쉽게도 이제 내 파일은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머리 굴린 것이 아깝고, 이런 사람과 한 시대를 속 끓이며 살았다는 소회를 언젠가는 내 개인 흑역사에서 되새겨 보고 싶어 그냥 미완성인 채로 올린다.

참, 도리도리나 횡설수설은 그렇다치고 윤봉길의사기념관까지 가서 일본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어쩌자는 건가. 그대가 이념 편향이라고 비난한 죽창가야 말로 일본군에 의해 도륙당한 수만 동학농민군을 기리는 노래이며, 그런 일본제국주의를 응징하기 위해 폭탄을 던진 것이 윤 의사 아니더란 말인가.

왜 굳이 거길 가서 친일을 자폭하나 그래.
<“니가 왜 거기서 튀어 나와!”>

꼭 X파일을 봐야 그 사람이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나? (시중의 언어로 표현하면 “꼭 찍어 먹어 봐야 된장인 줄 알 수 있나?”)

나는 오래 전부터 윤석열이 대통령감이 아님을 한 눈에 알아봤다. 최근 검찰총장직을 그만 두고 보인 그의 말과 행동거지를 보며 그런 확신은 더 강해졌다. 그는 진정성이란 전혀 찾을 수 없는 거짓으로 꾸며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9일 남산예장공원에 문을 연 이회영선생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곤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정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상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나 역시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전 의원이 “우리 할머니는 만주로 옮긴 후 이제는 독립군이 된 옛날 노비들의 밥을 해 먹였고 그들의 빨래를 했다고 회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의미를 새삼 되새겼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독립투사’ 윤석열은 언제든 장모가 모은 돈으로 몽땅 무기를 사서 만주 벌판으로 가 싸울 용의가 있어 감히 이회영선생기념관을 찾은 건가. 쥴리 여사 역시 기꺼이 남편 부하들 밥을 해 주고 옷을 빨아 줄 건가.

그는 11일에는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다”라고 적었다. 그는 여기에서 또 거짓말을 하며 대중을 속이려 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열었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김 대통령의 성찰이 무엇이며 그 성찰을 어떻게 얻었는지도 모른 채 그저 가르침만 깊이 새기겠다고 속에 없는 말을 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정보화와 인권으로만 새 ‘지평선’을 연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지방자치, 동서화합, 남녀평등 등, 실로 거의 모든 진보개혁적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열었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을 평생 이끈 등불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인권’이란 듣기 좋은 단어 하나에 슬그머니 우겨넣고 퉁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윤석열은 김 대통령의 성찰이 어떻게 얻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수천 권에 이르는 독서와 끊임없는 사색이었다. 그리고 그 독서와 사색은 많은 부분 감옥과 자택연금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걸 모르니 김 대통령의 가르침을 제대로 배워서 새길 리 없다.

우선 윤석열은 검사가 된 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심지어 법학 전문서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 하면 평생 ‘조져’ ‘봐줘’ ‘덮어’ 세 마디면 족한, 지식이나 상식과는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감옥에 가기는커녕 피의자와 골프를 치고 후배들과 룸쌀롱 가고 언론사 사주들과 폭탄주를 마셨다. 술과 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내 과거의 경험으로 장담할 수 있다.

그래도 모르지, 그가 혹시라도 진짜 대권 후보로 떠오르면 조중동 종편이나 SBS 정도에 박근혜의 『목민심서』 대신 『흠흠신서』 양장본이 꽂혀있는 서가를 배경으로 그의 인터뷰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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