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120시간 노동’, ‘대구 아니면 민란’ 등 미숙한 발언으로 지지율 까먹어

[뉴스프리존]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이틀 대형 말실수로 떠들썩하다. 물론 지금까지 말실수가 여러번이었지만 지지율 1위를 유지할 때라 가능했다. 그러나 지지율이 급속 하락하고 야권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입당 이후 상승세라는 측면에서 말실수는 치명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1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며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제 시행에 예외조항을 두자고 토로하더라.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넘어 (윤 전 총장의) 노동관에 심각한 의문을 야기했다. 

‘1주일 120시간 노동’에 대해 여권은 맹공을 가했다. 

주 120시간은 1주일에 하루도 안 쉬고 매일 17시간 이상을 일해야 가능한 건데, 이 정도면 전태일 열사가 했던 매일 14시간, 심지어 산업혁명 초기의 14~16시간 근무보다 가혹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온 것이다. 여권에서는 "시대착오적 노동관이다",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부터 공부하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알려진 후 페이스북에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을 여는 제안”이라고 조롱했다. 조 전 장관은 “120시간÷5(주 5일 근무제)=하루 24시간 노동”이라며, 윤 전 총장이 지난달 ‘지평선(지평)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이라고 쓴 방명록 실수까지 인용해 이같이 비꼬았다.

여권 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지자 윤 전 총장 측은 ‘왜곡’이라며, "근로자들을 120시간 일 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주 52시간을 해도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사 합의로 변형할 수 있게 예외를 뒀으면 좋겠다는 얘기"라면서 ‘말꼬투리 잡는 발언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굳이 '주 120시간 근무'를 거론해 공격의 빌미를 줬어야 했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실 ‘120시간’ 근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20일 대구를 방문한 후 계명대 동산병원을 찾아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시작됐기에 잡혔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질서 있는 처치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다. 

윤석열 前검찰총장 일행은 6일 국립대전현충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방문했다./ⓒ이기종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20시간 노동', '대구 아니면 민란' 발언 등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온 국민의 노력을 지역감정으로 먹칠했다는 비판과 함께 "그렇다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다른 지역이 어디냐", 또 "대구를 악용하지 말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도 20일 윤 전 총장의 ‘민란’ 발언을 겨냥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의 말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망언”이라며, “대구를 다른 지역과 갈라쳐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려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아무리 정치를 이제 시작하신 분이라지만,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며 “그것이 새정치요, 큰정치입니까? 형편이 급하더라도 정치를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지역 갈라치기를 거론하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민란’ 발언에 대해 친야 성향의 '펨코(에펨코리아)' 및 '엠팍(엠엘비파크)'의 지지자들도 명백한 실언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대구 시민들의 코로나19 대응만 칭찬했으면 되는 일을, 다른 지역까지 끌어들여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한 것은 지역 차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보수의 본산인 대구를 찾은 윤 전 총장은 지지율 반등을 의식하듯 광폭행보를 하면서 다양한 구애작전을 펼쳤다. 

대구는 민주주의를 이끈 진보도시, 박근혜씨도 존중할 측면이 있다며 사면을 언급하는 등 대구정서에 기댔지만 ‘대구 아니었으면 민란’ 발언으로 역풍만 남겼다. 윤 전 총장측은 대구 시민들이 차분하게 위기를 극복했다고 얘기한 것일 뿐 지역감정을 거론한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잦은 말실수는 초조함의 반영일지 모른다. 3월 검찰총장 사퇴 이후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다 지난달 29일 출마선언 이후 오히려 이재명 지사와 양강체제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쫒기는 신세가 됐다. 

19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1천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야 대선 주자 가운데 누구를 선호하는지 묻는 질문에 27.1%가 이재명 지사를 꼽아 가장 높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7%,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4.6%로 집계됐다.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 4.8%,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3.9%,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2.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8%, 정세균 전 국무총리 1.3%, 유승민 전 의원 1.1%로 나타났다.

이재명-윤석열 양자 구도로 치러지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이재명 44.0%, 윤석열 34.9%로 나타나 이 지사가 9.1%포인트 앞섰다. 이 전 대표일 경우엔 이 전 대표 41.5%, 윤 전 총장 37.8%로 나타나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이 전 대표의 우세다. 이 전 대표의 반등이 일회성이 아님을 보여준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도 유사하다. 차기 대선 주자로 선호하는 인물을 묻자 이 지사 23.8%, 윤 전 총장 22%, 이 전 대표 20.1%로 나타났다.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3강 구도가 된 건 지난 조사(7월3~4일 조사)와 비교해 이 지사가 2.5%포인트 하락하며 사실상 제자리 걸음하는 동안, 윤 전 총장의 선호도는 무려 11.9%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7.6%포인트나 상승했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동안 윤 전 총장의 독자 행보 기반이 됐던 고공 지지율은 출마선언 한달도 안돼 사라졌다. 본인 스스로가 대선에 나와야 하는 뚜렷한 정책이나 메시지 부재, 그리고 가족을 둘러싼 의혹과 추문이 터지면서 지지율은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이후 후광효과로 MBC 조사에서는 4.8%로 야권 2위로 올라섰다. 3강체제에서 이제는 같은 야권의 최 전 원장에게 쫒기는 신세가 됐다.

이같은 야권 내 지형의 변화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자신감에서도 반영된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진행된 YTN 뉴스Q와의 인터뷰에서 범야권 후보군들의 제3지대론을 두고 “윤 전 총장을 사석에서 만났을 때 전혀 제3지대론으로 갈 기미가 안 보였다. 이 국면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외 주자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추가돼서 이미 비빔밥이 거의 다 완성됐다. 지금 당근 정도 빠진 상황”이라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다. 윤 전 총장을 비빔밥의 고명도 아닌 ‘당근 정도’로 취급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잦은 말실수는 예견된 것이었다. 

‘반문’ 정서로 지지율 1위에 오르고, 출마선언 이후 ‘문재인 때리기’ 이외 보여준 것이 없다. 윤 전 총장이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고 중도층을 잡기위해 민생행보를 한다한들, 내놓을 것은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밖에 없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대안이 없다보니 공허한 메시지가 논란을 부르고, 거듭된 말실수가 이제는 역풍을 맞게 되는 것이다.

대권주자들의 검증과 행보가 점점 빨라지는 시점, 윤 전 총장에게 남은 시간은 ‘120시간’ 밖에 없어 보인다. 더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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