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이낙연의 치열한 ‘노무현 탄핵’ 적통 논쟁 등은 내부분열로 귀결돼

[뉴스프리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간 경쟁이 과열을 넘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검증을 넘어 네거티브전으로 흐르면서 사안마다 일촉즉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경선후보간 공방은 격렬하지 않았다. 언론의 관심은 지지율 1위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이 지사는 범여권 부동의 1위였고, 이 전 대표는 한자릿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TV토론을 거치면서 이 지사의 ‘바지 발언’ 등 실점이 많았고, 이 전 대표의 안정감 있는 자세가 돋보였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의 가족리스크에 ‘본인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지지율이 급락, 대선판이 요동친 것에 기인한다.    

윤 전 총장을 제치고 지지율 1위에 오른 이 지사는 여야의 집중 공세에 최근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이 전 대표측에서 (만들었다는) '군필원팀' 포스터에 격분하며 자신의 굽어진 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소년공 시절,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은 탓에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바 있다. 또한 이 전 대표가 언론인 시절 쓴 기사를 겨냥해 "5·18 학살을 옹호하던 사람, 박정희를 찬양하던 분"이라며 이 전 대표의 과거 경력을 직격했다.

이 전 대표측도 "이재명 SNS 봉사팀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낙연 후보에 대한 온갖 네거티브 공세를 조직적으로 벌여왔다"며 이 지사측 연관설을 제기했다. 이에 이 지사는 옵티머스 의혹과 이 전 대표와의 연관성도 검증해야 한다며 반격했고, 이 전 대표측도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등 가족관계나 본인의 도덕성을 검증해야 한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선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행적과 관련, 정체성을 둘러싼 대립이다. 

이 지사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21일 라디오방송에서 "이낙연 후보가 2004년에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분명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이에 오 대변인은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최소한 팩트 체크 없이 발언한 것은 이재명 캠프가 민주당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대립은 ‘호남불가론’까지 확장됐다. 

이 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30일 당권주자였던 이 전 대표와 만나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국민화합에 힘쓸 때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은 호남',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이재명이 지역주의 조장했다'는 가짜뉴스 퍼트리며,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고 자중시켜 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이낙연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극단적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공격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조장하지 말자면서 되려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내 경선후보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편이 나뉘고,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의 대립을 이용, 흠집내기에 나서는 등 전선은 확장되고 공방은 거세지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과열되는 가운데 지도부도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3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통령선거 당 경선에 대해 '원팀'을 강조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선거는 과거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선택"이라며 "우리 모두는 원팀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면 나머지 다섯 명의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본선 당선을 도와줄 동지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논쟁을 하고 비판을 할 때 금도가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간 경쟁이 갑자기 격화된 이유는 대선 지지율 변화가 결정적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7월 경기도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7월 경기도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국무총리를 역임했고, 지난해 4.15총선 압승을 이끄는 등  ‘준비된 후보’로 일찍부터 대세론을 형성했다. 이때 나온 ‘어대낙-어차피 대선은 이낙연’일 정도로 범여권 대표, 무난한 대선승리를 점쳤지만, 올 초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과 4.7 재보궐 참패 등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 대권과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꺼져가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역설적으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에서 촉발됐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20%대를 유지못하고 10%대로 급락하자, 이 지사에게 몰렸던 범여권 지지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이 시기에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TV토론을 거치면서 ‘형수욕설’, ‘여배우 스캔들’이 있는 이 지사의 불안감이 증폭되자 상대적으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이 전 대표에게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 13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자동응답)를 실시한 결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43.7%, 윤 전 총장 41.2%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5%p로 오차범위 내였지만, 이 전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제친 조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 전 대표에게는 반등의 시발점이 됐다.  

19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 1천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야 대선 주자 가운데 누구를 선호하는지 묻는 질문에 27.1%가 이재명 지사를 꼽아 가장 높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7%,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4.6%로 집계됐다.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7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대선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각각 27%, 19%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조사와 같은 14%를 기록했다.

가장 중요한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이 지사가 46%를 얻어 33%의 윤 전 총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전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양자대결에서는 이 전 대표가 42%로 34%의 윤 전 총장을 따돌렸다.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적으로 대권 구도는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양강구도에서 이 전 대표가 가세한 3강구도로 재편됐다. 중요한 것은 이 지사만이 윤 전 총장을 가상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이 전 대표도 윤 전 총장에게 가상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승리가 본선 승리이며, 대권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1위에서 쫒기는 입장이 된 이 지사, 내친 김에 역전을 노리는 이 전 대표 양측의 공방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후보에게는 대권이 걸린 일이고, 캠프의 수많은 의원들은 총선에서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나 마찬가지이다. 지도부가 만류한다고 해서 화해하고 정상적으로 돌아가긴 양쪽 다 절박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립으로 인해 제1야당 붕괴의 역사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2007년 17대 대선은 한나라당(당시)에서 누가 나와도 손쉬운 승리를 거둔다는 평가로 내부경선이 치열했다. 

직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참패를 당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로 전환, 천막당사를 시작으로 2005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를 휩쓸었다. 유세도중 테러를 당한 박 대표가 병상에서 일어나면서 “대전은요?”하면서 대전시장 선거에서 역전승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여권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했고, 이명박, 손학규 등이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경선은 이명박과 박근혜로 나뉘어 치열하게 전개됐다. 초반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대세론이 형성됐지만, 경제를 앞세운 이명박이 부상하면서 경선은 과열됐고, 혹독한 내부검증이 난무했다. 

박근혜측은 이명박의 BBK와 다스, 도곡동 땅 문제를 제기했고, 이명박측도 뒤질세라 박근혜의 약점인 최태민 목사, 최순실 등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반대당인 정동영 후보측 보다 더 집요하고 화끈한 검증공방 속에 이명박이 49.6%를 얻어 48.1%의 박근혜를 1.5% 차이로 따돌리며 접전 끝 승리를 거뒀다.

이명박은 지리멸렬한 정동영 후보를 득표율 차이 22.6%p, 득표차는 5,317,708표로 19대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 제6공화국 최다 득표차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권과 당권을 거머쥔 이명박측은 박근혜 세력의 소탕에 나서 ‘공천학살’에 나선다. 그 결과 18대 총선에서 낙천한 친박근혜 계열이 만든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 비례 8석 총14석으로 살아남는 저력을 보여줬다. 

19대 총선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왔다. MB정권 심판론으로 위기를 느낀 한나라당은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였으며, 2월을 기해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해 좌클릭 행보인 '경제민주화' 슬로건을 꺼내들었다. 경제실정의 책임을 물어 친이계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친박연대’ 같은 집단적인 반발은 없어 박근혜 지휘하에 무난한 승리를 거뒀고, 기세를 몰아 박근혜는 18대 대선에서 승리한다. 

박근혜가 대권을 차지했고, 친박 세상이 됐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받게 되자, 여기서도 친박과 비박으로 나뉜다. 결과는 친박과 비박 구분없이 박근혜와 관련된 세력의 몰락으로 20대 총선의 참패는 어찌보면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분열과 대립의 마침표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 이명박과 박근혜의 2007년 경선대립이 주는 역사적인 교훈은 간단하다. 대권 승리를 위해 내부에서 총질을 하면 공멸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들이다. 경선승리가 대선승리를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3월 대선 승리 이후에도 전세계적인 전염병(팬데믹)으로 인한 경제회생이 가장 급선무이며, 곧바로 6월에는 지자체 선거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원팀’으로 적극 대처해도 모자랄 판이다. 

대권시계가 여권에는 천천히, 거꾸로 가고 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어느 길을 가는지 조금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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