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Ⅰ“ 커튼콜 사진 /(사진=Aejin Kwoun)
”토지Ⅰ“ 커튼콜 사진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25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1994년에야 완성된 박경리의 기념비적인 대하소설 ‘토지’가 국내 최초, 연극으로 재탄생됐다. 전 5부 16권으로 완간한 소설 ‘토지’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시간 속에서 경남과 간도라는 드넓은 공간을 오가는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거대한 시공간 속에서 표현되는 지역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삶의 궤적은 우리 근대사의 삶과 애환을 그대로 그려냈다. 토지는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설 외에도 영화와 드라마, 만화로까지 각색되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토지Ⅰ“ 공연사진_달맞이춤을 추는 하동 평사리 마을 사람들 /(제공=예술의전당)
”토지Ⅰ“ 공연사진_달맞이춤을 추는 하동 평사리 마을 사람들 (제공=예술의전당)

2020년 10월 창단공연으로 통영과 창원에서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올해 5월에는 김해에서 성황리에 재공연 됐다. 지난 6월에는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으로 공식 초청되어 화려한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바 있다. 올해부터 ‘2021년 지역 우수콘텐츠 교류사업’을 추진하여 지방의 예술단체와 예술인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그 첫 작품으로 경남도립극단의 중극장 연극 “토지Ⅰ”을 초대하여 서울의 관객들과 지역우수공연이 만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토지Ⅰ“ 공연사진_호열자로 평사리에는 죽음이 만연한다. /(제공=예술의전당)
”토지Ⅰ“ 공연사진_호열자로 평사리에는 죽음이 만연한다. (제공=예술의전당)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진 연극 “토지 I”은 경남 하동이 주 배경으로, 짙은 지역색을 기본으로 하되 그 시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 심성을 처절하고도 곡진하게 그려냈다. 연출을 맡은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은 “토지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연극 '토지Ⅰ'은 세월에 바래지 않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라며 작품이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토지Ⅰ“커튼콜 사진_흥겹게 춤을 추는 배우들, "토지Ⅱ"의 진행이 사뭇 궁금해진다 /(사진=Aejin Kwoun)
”토지Ⅰ“커튼콜 사진_흥겹게 춤을 추는 배우들, "토지Ⅱ"의 진행이 사뭇 궁금해진다 (사진=Aejin Kwoun)

소설 속 방대한 이야기는 김민정 작가의 세심한 손길로 소설 속 세심함과 무대 위 연극적 매력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중심 인물인 서희와 길상, 그리고 봉순이 어린 시절 나비를 쫒는 장면은 전염병으로 할머니까지 잃은 서희에게 아슴아슴한 기억일 것이다. 주변 인물의 이야기들은 단순하게 중심 인물을 위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한 켠을 올곧이 장식한다. 오래 전 읽었던 소설 속 인물들을 과연 다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인물이 무대 위에서 전혀 장황하지 않게 다시 관객들의 기억을 끌어내었다. 이번 무대에서 어쩌면 세파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는 또출네는 함께 인 듯하면서도 섞이지 않는 듯한 그녀의 몸짓은 계속해서 시선을 잡아당기며 평사리 사람들을 그녀와 함께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안겨줬다.  

아래는 땅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무대, 민초들의 애환을 담아낸 음악, 등장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새로운 해석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진한 연극적 감동을 선사해 준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예술감독과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토지 연극은 총 2부작으로 계획된 걸까요? 대하소설의 긴 서사를 2부에 담기에는 아쉬움이 많은 듯합니다.

네. 연극 토지는 총 2부작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연극 토지는 경남도립극단의 창단작품으로 기획되었고, 20권의 소설 중, 평사리에서의 최참판가 이야기부터 서희가 평사리에서 간도로 이주를 결정하기까지의 내용을 1부에 담았고, 그 이후 간도에서 이야기와 서희가 평사리 최참판가 땅을 되찾고 돌아와 정착과 광복까지의 이야기가 2부에 담길 예정입니다.

1부는 작년 10월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처음 공연을 올렸고, 2부는 올가을 3일 동안(10월 29일(금), 30일(토), 31일(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토지Ⅰ”의 메인 배우는 “토지Ⅱ”에서 그대로 가는 걸까요? 서울에서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독특한 매력들을 가진 배우들을 또다시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쉽겠지만) 서희와 길상 역은 배우가 바뀝니다. 하지만 “토지Ⅰ”에 참여한 배우 중 70% 정도의 인원이 “토지Ⅱ”에도 함께 합니다.

“토지Ⅱ”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토지Ⅰ”의 주요 배역들의 2세, 3세가 등장합니다. “토지Ⅰ”에서 많은 주요 배역들이 죽기도 했고, 시간이 경과된 부분도 있어서 “토지Ⅰ”의 주요 배역들도 역할을 바꾸어서 "토지Ⅱ"에 등장합니다. "토지Ⅰ"과는 또 다른 배우들의 캐미와 앙상블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립극단 창단공연으로 대하소설의 연극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게 되기까지, 지난한 과정들이 있었을 듯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을까요?

소설 토지는 경남을 대표하는 박경리 작가가 경남 일대를 배경으로 쓴 경남의 지역색이 살아있는 대하소설입니다. 경남도립극단의 창단작품으로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스텝과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다행히 많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가을 창단공연을 앞두고 코로나가 퍼지어 자칫 “토지Ⅰ”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자료 영상만 남기고 마무리할 뻔했습니다. 작년 가을만 해도 코로나로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있었고, “토지Ⅰ”도 취소와 연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9월 예정했었던 공연을 10월에야 무대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세트도 크고, 출연 배우와 스태프들이 칠팔십여 명에 달하는 큰 공연이라 많은 분의 배려가 없었으면 관객들과 만나는 창단공연이 불가능했고. 이후 순회공연과 이번 서울 공연도 힘들었을 겁니다. 다시 한번 “토지Ⅰ”이 관객과 만나고 올해까지도 공연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배려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향토색 깊은 민요조의 국악풍 노래들은 너무나 정겹기까지 했습니다. 그 노래들의 탄생배경이 듣고 싶습니다.

“토지Ⅰ”의 모든 곡은 박진규 음악감독이 만든 창작곡입니다.  “토지Ⅰ”의 분위기에 맞는 전통색이 살아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 음악감독이 국악과 민요조 노래들의 샘플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가장 먼저 만든 곡은 마무리 곡인 ‘고향을 떠나며’이고, 태평소, 해금, 피리, 꽹과리 등 국악기의 연주가 곁들여진 노래입니다.

‘봉순이 사랑가’와 ‘달맞이 춤’ 노래는 같은 멜로디지만 다른 장단의 노래입니다. ‘달맞이 춤’은 계획에는 없던 노래입니다. 원래는 국악 장단의 연주곡에 맞춰 ‘진주오광대’ 춤을 추려했지만 연극적인 장면으로 부족한 것 같아, 중모리장단의 ‘봉순이 사랑가’를 굿거리와 자진모리장단으로 더 신나게 변주해서 ‘달맞이 춤’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달맞이 춤’ 가사는 음악감독과 제가 함께 차를 타고 가며 작품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차 안에서 적은 가사이고, 춤에 맞는 마디 수를 맞추기 힘들었을 때 춤을 추는 예술단 PD와 음악감독이 새벽까지 전화 통화를 하며 의견을 나누며 완성한 노래입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모아 만든 노래와 장면이라서 관객들도 ‘달맞이 춤’ 장면을 참 좋아해 주시고 제일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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