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제 강점기, 해방, 군정, 전쟁, 분단의 시대를 살았다. 우리 역사에 이보다 험한 시기기 있었던가. 격랑, 격변, 격정의 세월이었다. 나는 세상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았다.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옳다고 여기면 정면으로 부딪혔다. 어떤 협박과 회유에도 꺾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 삶은 윤택하거나 고상하지 않다.”

'국정농단' 이재용,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 결정=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2021.8.9]

[뉴스프리존]안데레사 기자= 대한민국 민주화의 거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힌 자신이 겪었던 고난의 삶을 회고한 내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부 정권에 의해 납치와 사형선고 등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민주화의 희망을 잊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헤쳐 나가며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집권에 성공했다. 

특히 전두환 신군부는 DJ를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DJ는 당시 신군부가 자신에게 사형 언도를 받았을 때 “악이 승리하고 선이 패배하고 마는가. 하느님은 어디 가셨는가”라고 절규했다고 한다.

하지만 DJ는 민주화의 희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옥을 ‘작지만 큰 대학’이라고 여기며 독서와 사색을 통해 삶의 진리를 체득하는 시간으로 승화시켰다. 민주화의 거인다운 행보가 아닐 수 없다.

DJ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사람의 적응력은 놀랍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시간이 흐면 결국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것은 생존의 본능이자 지혜이다. 처음에는 세상과 격리돼 갇혀 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내게 아무런 잘못이 없었기에 더욱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DJ는 사색을 자유의 도구로 삼았다. 그는 “‘억울한 자의 고난’은 결국 신학과 역사를 찾게 만들었고, 마음을 다스리자 점차 평화가 찾아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단조로운 감옥 생활이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감옥에 무슨 즐거움이 있겠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감옥에서도 분명 낙(樂)이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DJ는 ‘작지만 큰 대학’인 감옥에서 독서를 최고의 즐거움으로 즐겼다. 민주화의 거인은 청주교도소에서의 2년 동안 온통 독서에 빠져 지냈다. 철학, 신학, 정치, 경제, 역사, 문학 등 다방면의 책을 섭렵한 게 무려 600권에 달했다. 

DJ의 독서는 후일 집권 후 ‘정보화 대국’의 꿈을 기획하게 만들었다. 당시 DJ는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처음 접했다. 

“사실 난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고, 무심코 읽었는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새로운 시대의 지침서였다. 정신을 차려 본격적으로 읽었다. 지금은 자본, 노동, 토지 등이 경제의 핵심 요소인데 미래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창의력이 핵심이라는 내용이었다. (중략) 나는 양서를 읽으며 ‘만약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진리를 깨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무릎을 쳤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거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감옥을 ‘작지만 큰 대학’이라고 생각하며 ‘독서’와 ‘사색’이라는 긍정의 힘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했다. 만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긍정의 힘을 포기했다면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한국인 최초의 노벨평화상은 허상으로 끝났을 것이다.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해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경제계에 차지하는 비중과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글로벌 무한경쟁 위기를 극복 역할을 기대한 가석방의 의미를 되새겨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 생활은 독재정권에 억울한 탄압을 당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혀 다르다. 이 부회장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긍정의 힘을 발휘해 대한민국을 정보화 대국으로 업그레이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금과옥조
(金科玉條)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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