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여주인공페스티벌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조각조각 엉키고 엉킨 기억의 편린 속에서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들과 마주하게 되는 여자(황윤희) /(사진=Aejin Kwoun)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조각조각 엉키고 엉킨 기억의 편린 속에서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들과 마주하게 되는 여자(황윤희)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를 안고 마치 정상인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들을 마주하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 “셀룰로이드”가 ‘제2회 여주인공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소극장 공유에서 관객들과 만나 우리가 애써 숨겨왔던 민감한 상처를 과감하게 헤집으며 억지로 숨기며 감당하며 살지 말라고 말을 건네왔다.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한 여자(황윤희)가 사는 방에 어느날 찾아온 은둔형 외톨이인 친오빠(문성규)와 머리를 다친 한 남자(이혁근)은 그녀의 기억을 헤집으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진=Aejin Kwoun)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한 여자(황윤희)가 사는 방에 어느날 찾아온 은둔형 외톨이인 친오빠(문성규)와 머리를 다친 한 남자(이혁근)은 그녀의 기억을 헤집으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진=Aejin Kwoun)

본질을 상실한 부모 안에서 불안전한 인격체로 성장한 자식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 “셀룰로이드”는 연극계에서 각종 연기상을 받으며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로 ‘믿고 보는 배우 윤상호’라고 불리는 윤상호 배우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란 이름들이 더 무시무시한 장벽처럼 버티고 서, 가정이 아니면 기댈 곳 없는 아이들에게 육체적, 정서적인 학대를 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성장하면 비극적이게도, 그 상처를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는 현상은 낯설지가 않기에, ‘과연 우린 그 상처들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가야 할까?’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한 켠에 묶인채로 숨죽이고 있던 아버지(문태수)는 그녀를 육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기억을 지워버렸던 그녀에게 끔찍한 사실을 일깨워주기까지 한다. /(사진=Aejin Kwoun)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한 켠에 묶인채로 숨죽이고 있던 아버지(문태수)는 그녀를 육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기억을 지워버렸던 그녀에게 끔찍한 사실을 일깨워주기까지 한다. (사진=Aejin Kwoun)

일본인들이 안중근 의사의 정신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겨울철의 동백꽃(寒花)’으로 일본 3대 연극상 중 하나로 꼽히는 기노쿠니야 연극상 개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셀룰로이드”의 작가 가네시타 다쓰오는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리얼리티와 정체성, 생존의의를 그리며 독자적인 감각을 보여주며 수많은 연극상을 받은 극작가이자 인간의 삶과 관계를 현장감 넘치는 무대로 연출하는 연출가이다. 연극기획집단 ‘The GAZIRA’를 창단하여 이끌며 2000년 이후부터는 싱가포르와의 합작 ‘Mobil’, 한국과의 합작 ‘바다에 가면’, 한·중·일 합작 ‘서유기’ 등 활발하게 해외와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루트64’, ‘절대영도’, ‘어른의 시간’으로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그녀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 상처는...가족만의 문제로 치부하며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일까?  /(사진=Aejin Kwoun)
"셀룰로이드" 공연사진 | 그녀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 상처는...가족만의 문제로 치부하며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일까? (사진=Aejin Kwoun)

섬세한 표현으로 애절한 연기를 보여준 황윤희 배우는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기를 갈고 닦아오며 이번 작품에서 그가 가진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내며 황윤희라는 배우로서의 매력을 새로이 알게 만들어 주었다. 극의 무게를 지탱해 준 문태수 배우와 윤상호 배우에게 느껴지던 결 위에 자신들의 색깔을 새로이 입힌 배우 문성규와 이혁근은 무겁고 날카로운 주제를 계속해서 압박하는 작품 “셀룰로이드”의 중압감을 무대 위에 그대로 그려냈다. 강렬한 작품 속 가득 찬 에너지는 관객들을 숨이 막히게 만들며 ‘불편함’을 안겨준다. 어쩌면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작품이 주려는 메시지일는지도 모르겠다.

"셀룰로이드"를 함께 만든 사람들 /(사진=Aejin Kwoun)
"셀룰로이드"를 함께 만든 사람들_진행(하서미), 조명오퍼(김진주), 조연출/음향오퍼(박소영), 조연출(신혜민), 진행(김수연), 조명디자인(김민재), 연출(윤상호), 아빠(문태수), 여자(황윤희), 남자(이혁근), 친오빠(문성규) /(사진=Aejin Kwoun)

아래는 꽉 찬 에너지를 보여준 작품 “셀룰로이드”로 연출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윤상호 연출가의 간결한 답변이 돋보이는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연출님이 느끼는 가네시타 다쓰오의 매력은 무엇일지 싶습니다.

제가 느끼는 가네시타 다쓰오의 작가로서의 매력은 한가지 소재를 당혹스러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거칠게, 본질로 접근해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 “셀룰로이드”는 언뜻 보면 표현이 아주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연극적으로 잘 구성된 희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무대 위 보이시던 연기에 광기를 느끼곤 했었습니다. 첫 연출작인 이번 무대의 배우들에게도 비슷한 결의 광기를 느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에게 가장 당부했던 점이나 중요히 여겼던 것들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어버린 의례적인 연기습관을 버리고, 원초적이고 충동적인 자기에너지를 내부로부터 찾아내서 상대 배우와 부딪히길 요구했습니다.

첫 연출작을 마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부족함을 많이 느꼈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희곡을 공연으로 올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배우들의 미친듯한 열정에 힘든 줄 모르고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심양면 애써준 원종철 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장 새로운 작품을 직접 제작할 여력은 없지만, 좋은 희곡을 만나게 되거나 시켜만 주신다면 연출을 다시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겠습니다.

차기작 소식이 궁금합니다.

본업인 배우로 돌아가서 이미 공연했던 작품들의 재공연과 지방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미스터쉐프’, ‘흑백다방’, ‘칸사이주먹’, ‘허길동전’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극단 행복한사람들의 원종철 대표가 주관하며,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여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제2회 여주인공페스티벌’은 계속해서 “가난 포르노”, “인형의 집-시작된 살인”, “엄마의 여름”으로 관객들과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작품 “셀룰로이드는” 오는 9월1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제1회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의 개막작으로 초대받아 부산의 관객들과 다시 한번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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