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My택배'·KB 'NUGU' 서비스 결합·신한은행 '펫' 상품·하나은행 '중고차 거래'
월이용자 1335만 카카오뱅크 등장 이후 플랫폼 강화 … 은행 경쟁력 강화 등 긍정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은행 사이의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이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어떻게 상품을 제공하는지, 또 다양한 상품과 결합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이 이 같은 경쟁을 격화시켰지만, 은행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소비자 편의라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우리WON뱅킹이 제공하는 'My택배'서비스 관련 이미지 / ⓒ우리은행
우리WON뱅킹이 제공하는 'My택배'서비스 관련 이미지 /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29일, 택배 플랫폼서비스 업체 파슬미디어와 함께 우리WON뱅킹에서 보낼 택배를 예약·결제하고 받을 택배를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는 '우리WON뱅킹 My택배'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WON뱅킹에서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기사 방문택배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중에서 선택 가능하며, 방문 희망일에 배송 기사가 집, 사무실 등 지정한 장소에 직접 방문해 물품을 수거해간다. 또한, 편의점택배는 CU, GS25를 통해 이용 가능하며, 예약 접수 후 가까운 편의점에 방문해 물품을 접수할 수 있다.

사실 은행 앱에서 택배 서비스 제공은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생활밀착형 서비스 제공이라는 점에서 앱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부동산 플랫폼 원더랜드, 실손보험빠른청구 서비스, 우리아이계좌조회 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확대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병원비 선납서비스, 처방전 전송서비스 등 의료 관련 생활서비스 출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올해 초 우리은행의 비대면 핵심채널인 우리원뱅킹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 고객중심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플랫폼 전쟁에 뛰어든 은행은 더 있다. 지난 26일 KB국민은행은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서비스 누구(NUGU)를 기반으로 리브(Liiv)를 고도화한다고 밝혔다. 리브에서 누구를 기반으로 ▲잔액 조회나 송금 등 음성을 통한 금융 서비스 ▲날씨, 감성 대화, 백과사전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리브는 현재 Z세대를 위한 특화 금융플랫폼을 목표로 리부트를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SKT 인공지능 누구 기반 AI뱅킹 서비스 업무 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KB국민은행 성채현 개인고객그룹 대표(왼쪽 세번째)와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대표(오른쪽 네 번째).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SKT 인공지능 누구 기반 AI뱅킹 서비스 업무 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KB국민은행 성채현 개인고객그룹 대표(왼쪽 세번째)와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대표(오른쪽 네 번째). ⓒKB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KB스타뱅킹 앱을 일신한 소위 '뉴스타뱅킹'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앱은 지난 해부터 준비한 장기 프로젝트로 '모바일 특화'가 목적이다. 국민은행은 관련 앱 플랫폼이 약 20여개에 달하고 있어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 이들을 통합하는 것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IT 스타트업과 손잡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고 있다. 참고로 KB국민은행은 미국 스타트업 게더의 '게더타운', 하나은행과 NH금융은 네이버의 '제페토', 우리은행은 SKT의 '점프 버추얼 밋업'을 활용하고 있다.

20일 '핏펀즈'와 협업해 구현된 메타버스 안에서 '신한퓨처스랩' 7-2기 28개사 웰컴데이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가운데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금융그
20일 심한금융그룹이 핏펀즈와 협업해 구현된 메타버스 안에서 '신한퓨처스랩' 7-2기 28개사 웰컴데이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 가운데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금융그

신한은행은 또 비금융 신사업을 본격 진행하기 위해 O2O 추진단을 만들고, 음식 주문 중개를 시작으로 향후 숙박 등 다른 영역으로 발을 넓혀나가고 있다. 펫코노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펫 미용 예약 플랫폼 '반짝'을 운영하고 있는 펫이지와 협업, 펫 관련 특화 금융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19일 롯데쇼핑과 협약을 맺고, 디지털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금융 라이브커머스, 빅데이터 기반 공동마케팅, 제휴상품, 온라인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 플랫폼 '원더카 직거래'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Z세대 체험형 금융플랫폼 '아이부자 앱'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롯데쇼핑과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본점에서 디지털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이호성 중앙영업그룹 총괄부행장(왼쪽)과 롯데쇼핑 나영호 e커머스사업부 대표.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롯데쇼핑과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본점에서 디지털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이호성 중앙영업그룹 총괄부행장(왼쪽)과 롯데쇼핑 나영호 e커머스사업부 대표. /ⓒ하나은행

이같은 은행들 사이의 플랫폼 전쟁은 카카오뱅크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시장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8월 6일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종가(6만9800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3조1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범 4년밖에 되지 않은 은행이 수십 년 전통의 금융사들을 제친 시가총액을 기록한 것이다.

7월 20일,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가 'IPO PRESS TALK'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7월 20일,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가 'IPO PRESS TALK'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모회사인 카카오를 통해 여러 사업을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 은행에 비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1335만 명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일반 은행과 다르게 전통적 관점에서의 자산이 많고 규모가 큰 게 아니라 많은 고객이 더 자주 많이 쓰게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플랫폼이 보여준 위력은 타 은행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메신저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뱅크와 기존 은행들의 출발선은 분명히 다르고, 목적지도 차이가 있지만, 은행이라는 카테고리는 동일하다"며 "은행들이 카카오뱅크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뱅크로 인해 촉발됐다고 해도 은행권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 요인"이라며 "카뱅이 중금리 대출은 물론 주담대와 기업 대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아직 성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은행들이 디지털화, 모바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은 좋은 경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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