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서울 10월30일까지 ‘컬렉터의 방“전 개최
네오팝 작가 ’미스터‘,흑인작가 아모아코 보아포 작품도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리안갤러리 서울이 16일부터 10월 30일까지 리안갤러리 개관 15주년 기념전 ‘컬렉터의 방 Collector’s Room‘을 개최한다. 갤러리가 최근 5년간 수집해온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알렉스 카츠(Alex Katz), 조지 콘도(George Condo),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헤르난 바스(Hernan Bas), 키스 해링(Keith Haring), 미스터(Mr.) 등 유명작가 14명의 작품이 출품된다.

리안갤러리 15주년 기념전에 전시된 알렉스 카츠의 '매그놀리아' (사진=연합뉴스)
리안갤러리 15주년 기념전에 전시된 알렉스 카츠의 '매그놀리아' (사진=연합뉴스)

현대 초상 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Alex Katz, b.1927~)는 초상화와 풍경, 그리고 일상의 단면들을 거대한 크기로 그려내는 작가다. 특히 풍경화는 그가 작가로 성장하던 시기에 화단을 장악했던 추상표현주의, 색면추상, 전면회화와 맞닿아있다. 원근감을 없애고 색면의 조합으로만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관람객들을 카츠가 바라본 그 순간으로 끌어들인다. 빛의 방향과 세부적인 형태를 없애고 오직 색면을 통해 구상성과 추상성이 교묘히 공존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조지 콘도(George Condo, b.1957~)는 입체주의와 같은 유럽 모더니즘 화풍을 바탕으로 이를 미국의 팝아트, 만화 등 시각 언어와 결합하여 독창적인 초상화를 제작해오고 있다.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을 입체적으로 재현해내 ‘심리적 입체주의(psychological cubism)’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이는 대상을 물리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심리적이고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대상의 진정한 본질을 그리고자 했다.

지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한 가나 출신 흑인 예술가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b.1984~)는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인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After the nail color’(2018)에서는 노란 배경 위에 노란 옷을 입은 흑인이 빨갛게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드러내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자유롭게 칠하는 보아포의 독특한 기법으로 구불구불 물결치는 듯한 피부톤의 변화와 근육의 텍스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과거 전통적인 초상화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흑인의 모습을 용감하고 뛰어나게 표현했다.

헤르난 바스(Hernan Bas, b.1978~)는 미술과 문학, 영화에서 인용한 이야기를 특유의 장식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재탄생시킨다. 이번 전시작 ‘Memphis Living (design panic)’(2014)은 모더니즘과 상업주의적 디자인에 대한 반발과 획일적인 표현에 대한 저항으로 1981년에 설립된 멤피스 그룹(Memphis Group)의 디자인을 오마주한 작업이다. 바스는 화려한 패턴과 대담한 색채, 그래픽 조각 형태가 특징인 그들의 미학에 매료되어 장식예술과 독특한 인테리어를 탐구했다. 화면에는 무성한 초목과 장식용 방울들이 가득 차있고, 이는 어린 시절 바스가 즐겨 보았던 대중문화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여린 소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상태의 미성년과 성년의 과도기적 존재를 상징하며, 긴장감 넘치는 배경은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극적으로 담아냈다.

낙서화를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린 키스 해링(Keith Haring, 1958~1990)은 팝아트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에이즈, 인종차별, 폭력과 같은 사회정치적인 주제를 반영하면서도 밝고 온기 넘치는 감성으로 대중에게 다가감으로써 상위예술과 하위예술의 장벽을 무너뜨린 예술이라는 평을 받는다. 해링의 작품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를 아이콘, 그래픽을 사용하여 간결한 선과 생생한 색감으로 표현한다. 전시작 ‘Untitled #17’(1988)은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거나 서로 손을 맞잡은 모습을 통해 차별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되고픈 소망을 드러낸다. 제목이 없는 작품은 분명한 의미를 제시하지 않고 관람자가 의미를 창조하여 자유롭게 해석하게끔 한다.

일본 네오팝 대표 작가로 꼽히는 미스터(Mr., b.1969~)는 ‘수퍼플랫(Superflat)’ 운동과 함께 만화와 애니메이션 같은 하위문화를 고급 예술로 승화시켜 일본 고유의 미학을 세계적 언어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스터 작품의 시각적 유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2011년 전국을 강타한 쓰나미와 지진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의 재난을 겪은 전후 일본의 상황에 근거한다. ‘In a Corner of This Town’(2018)에는 커다란 눈에 순수한 얼굴을 한 소녀가 그려졌는데, 이는 애니메이션이나 망가에 집착하는 일본 현대인들의 오타쿠(Otaku) 문화와 롤리타 컴플렉스 등 일본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문화코드다. 

이번 전시 공간은 컬렉터의 방으로 꾸며 현대미술의 동향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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