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까지 올린 유튜브 매체 또 겨냥, "님들에겐 양심이나 도덕이란 게 있냐"

[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자신들이 '블랙리스트'로 올린 민주개혁 성향의 유튜브 기반 매체를 향해 '수박'이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수박'이라는 용어가 '일베'의 호남 비하 용어라고 하는 것인데, 정작 지목된 유튜브 매체들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일베식 용어를 남용하며 이재명 지사 등을 격렬하게 비방하는 특정 세력은 이낙연 전 대표 측에 붙어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정치권의 '수박'이라는 용어는 겉으로는 개혁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기존 기득권 세력과 야합하며 개혁을 방해하는 정치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즉 겉은 푸른데 속은 빨간,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정치인을 뜻한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부터 유행하던 '사쿠라(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 행위하는 정치인)'의 대체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정치권의 '수박'이라는 용어는 겉으로는 개혁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기존 기득권 세력과 야합하며 개혁을 방해하는 정치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즉 겉은 푸른데 속은 빨간,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정치인을 뜻한다. 사진=새날 방송화면
최근 들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정치권의 '수박'이라는 용어는 겉으로는 개혁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기존 기득권 세력과 야합하며 개혁을 방해하는 정치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즉 겉은 푸른데 속은 빨간,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정치인을 뜻한다. 사진=새날 방송화면

특히 이낙연 전 대표 체제 시절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는 의석을 가졌음에도 개혁과제들을 처리하는 데 매우 미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 등으로부터 '만만하고 물렁한 민주당'이 됐다. 그러자 민주개혁 성향의 스피커들은 민주당 내에서 개혁을 발목잡는 정치인들을 향해 '수박'이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낙연 '필연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논평에서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 국회의원, 지지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수박'이라는 용어는 '일베'란 극우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라고 주장했다.

이병훈 의원은 "'수박'은 '홍어'와 함께 일베 유저들이 호남과 호남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단어가 우리 당 안팎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특히 반 이낙연 성향을 띠는 팟캐스트나 특정 후보 지지성향을 보이는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이 목격되고 있다. 호남의 아픔을 희화화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는 필연캠프에서 지난달 '블랙리스트' 문건에 올렸던 유튜브 매체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병훈 의원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를 시인했다.

"신악(이낙연)이 구악(이명박근혜) 대체한 것인가" 그들이 격분한 이유

이낙연 캠프에서 올린 블랙리스트에는 온라인매체인 '고발뉴스' '열린공감TV', 또 유튜브 매체인 '김용민TV' '이동형TV' '새가 날아든다(새날)' '이송원TV' '시사타파TV'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시 문제의 문건에선 이들 '블랙리스트'에 오른 채널들이 마치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기도로부터 광고비 수주 등 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를 향해 쉴 새 없이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거티브 중단하겠다고 선언해놓고도,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것이다. 사진=새날 방송화면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를 향해 쉴 새 없이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거티브 중단하겠다고 선언해놓고도,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것이다. 사진=새날 방송화면

문건에는 경기도 홍보방송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과 이동형 미르미디어 대표 등이 출연했고, 출연료는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돼 있다. 특히 문건에 "이재명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들 유튜버들의 비방방송이 함께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나와 있는 부분은, 마치 이재명 지사와 해당 매체들을 한 몸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동형 대표는 '이동형TV'에서 "(전체)180~190회 중에 두 번 나갔는데, 누가 억대 출연료를 주느냐"고 반발했고, 김용민 이사장도 페이스북에서 "총 4회 출연했고, 최근 출연 시점은 지난해 9월"이라고 역시 반박했다. 

'이송원TV'의 이송원 대표도 최근 '뉴스프리존'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블랙리스트' 유튜버들이 이재명 지사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설에 대해 "오히려 거꾸로 고통받은 것"이라며 "신고당하고 매일 노란딱지(수익창출 금지) 붙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3개월 동안 유튜브로부터 수익창출 금지 통보를 받아서, (회원들이 가입한)멤버십도 강제로 해지당했다. 유튜브 수익이 아예 제로가 됐다"고 격분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 공동 성명문을 통해 "문건에 적시한 대로 무엇이 특혜이고 어떤 게 매수인지 분명히 밝히기를 바라며, 해당 유튜버가 경기도 예산과 양심을 맞바꿨다는 증거도 제시해야 한다"며 "촛불혁명의 수혜로 집권한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내고 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후보 캠프가 또 다른 블랙리스트 작성의 주역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신악이 구악을 대체한 것인가"라고 이낙연 전 대표에 따져물었다. 

이들은 이낙연 전 대표 측에 직접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으나,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지금까지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일곱 매체 중 다섯 매체(이동형TV, 김용민TV, 고발뉴스, 새가 날아든다, 시사타파TV)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등, 후보를 알리는 데 끝까지 지원사격을 해줬다는 것이다. 사진=새날 방송화면
이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일곱 매체 중 다섯 매체(이동형TV, 김용민TV, 고발뉴스, 새가 날아든다, 시사타파TV)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등, 후보를 알리는 데 끝까지 지원사격을 해줬다는 것이다. 사진=새날 방송화면

이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일곱 매체 중 다섯 매체(이동형TV, 김용민TV, 고발뉴스, 새가 날아든다, 시사타파TV)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등, 후보를 알리는 데 끝까지 지원사격을 해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대선후보라는 측에서 이들을 '블랙리스트'에까지 올리며 파문을 자초했다.  

"'수박' 가장 많은 캠프, 그들만의 옹아리일 뿐" "진짜 일베 용어 쓰는 자들 지지는 달콤?"

실제 정치권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처음 등장했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 강서갑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해당 지역구는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그는 소위 '조금박해(조응천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박용진 의원, 김해영 전 의원)'의 일원으로 불리며 당내에서 개혁을 발목잡는 대표적 인사로 손꼽혔다.

정봉주 전 의원은 '해당행위' 중심에 서 있는 금태섭 전 의원을 잡겠다고 해당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것이었고, 금 전 의원을 향해 '빨간점퍼 입은 민주당'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한편, 정봉주 전 의원은 당시 성추행 의혹 관련 건으로 재판(당시 1심 무죄판결 이후)을 받고 있었는데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그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탈당 직후 손혜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열린민주당을 창당했고, 지난 4월 '미투 누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낙연 캠프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 문건에 오른 유튜브 매체들도 정봉주 전 의원의 '빨간점퍼 입은 민주당' 표현을 줄여서 '수박'이라는 용어로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박'은 '겉은 푸르면서(더불어 민주당 상징색)이면서 속은 빨간(국민의힘 상징색) 모습'을 질타하기 위해, 또 개혁과제를 사사건건 발목 잡으며 국민의힘과 조중동 같은 수구언론에 이로운 행위를 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널리 알리기 위해 관용적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수박'이라는 표현과 관련,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언론 기사들을 인용해 '겉과 속이 다른' 것을 표현하려고 쓰이는 관용어임을 설명했다. 일베와는 전혀 무관한 표현인데 이낙연 캠프에서 억지로 '호남 비하'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민 이사장은 "일베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수박'은 호남과 무관한 관용어로 쓰여왔다"며 "수박이 최소한 호남에서만 재배된다면 모를까, '수박=일베 호남비하 발언'은 그들만의 옹아리이다. 또 수박으로 불리는 인간들이 가장 많은 캠프에게 우기는 헛소리"라고 일갈했다. 사진=김용민TV 방송화면
김용민 이사장은 "일베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수박'은 호남과 무관한 관용어로 쓰여왔다"며 "수박이 최소한 호남에서만 재배된다면 모를까, '수박=일베 호남비하 발언'은 그들만의 옹아리이다. 또 수박으로 불리는 인간들이 가장 많은 캠프에게 우기는 헛소리"라고 일갈했다. 사진=김용민TV 방송화면

김용민 이사장은 "그런데 일베(DC인사이드 일간베스트 게시판) 게시일은 2010년 4월 13일"이라며 "어딜 봐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뜻하는 '수박'이 일베가 만든 호남 비하 발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용민 이사장은 "일베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수박'은 호남과 무관한 관용어로 쓰여왔다"며 "수박이 최소한 호남에서만 재배된다면 모를까, '수박=일베 호남비하 발언'은 그들만의 옹아리이다. 또 수박으로 불리는 인간들이 가장 많은 캠프에게 우기는 헛소리"라고 일갈했다.

'새가 날아든다(이하 새날)'에서도 19일 유튜브 커뮤니티 글을 통해 "수박 :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이르는 비유적 표현. 보수세력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민주당 내 세력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새날'은 이낙연 캠프를 향해 "지난 수년간 찢날, 찢동형, 형보수지, 해골찬, 애미추 이런 용어들을 쓰는 당신네 핵심 지지 세력 (진짜 일베로 추정되는) 똥파리들이나 잘 단속하라"며 "님들에게 양심이나 도덕이란 게 있기는 한가"라고 따져물었다.

'새날'은 "진짜 일베 용어 구사하는 놈들의 지지가 많이 달콤한가? 그런데 '수박'은 많이 불편하신가?"라며 "그런 비판들을 감당할 그릇이나 인격은 안되는 정말 형편없는 정치세력들 진짜..."라고 일갈했다.

이동형 대표는 그동안 '이동형TV'에서 이낙연 캠프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드루킹'과 연관된 특정 정치세력이 붙어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한 바 있고, 그 구체적 사례들도 수차례 방송에서 공개했었다. 이동형 대표나 김용민 이사장, 이송원 대표 등은 이들 세력을 '똥파리'라고 줄곧 호칭해왔다. 이동형 대표는 이들과 같은 세력이 이낙연 대선캠프와 붙어있는 만큼, 이들과 빨리 '손절'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었다.

이동형 대표는 그동안 '이동형TV'에서 이낙연 캠프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드루킹'과 연관된 특정 정치세력이 붙어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한 바 있고, 그 구체적 사례들도 수차례 방송에서 공개했었다. 이동형 대표는 이들이 이낙연 대선캠프와 붙어있는 만큼, 이들과 빨리 '손절'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었다. 사진=이동형TV 방송화면
이동형 대표는 그동안 '이동형TV'에서 이낙연 캠프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드루킹'과 연관된 특정 정치세력이 붙어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한 바 있고, 그 구체적 사례들도 수차례 방송에서 공개했었다. 이동형 대표는 이들이 이낙연 대선캠프와 붙어있는 만큼, 이들과 빨리 '손절'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었다. 사진=이동형TV 방송화면

이동형 대표가 그간 방송에서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들은 SNS에서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자임을 외치면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온갖 입에 담기 힘든 극언을 쏟아내왔다. 특히 이재명 지사 관련 각종 '마타도어'를 퍼뜨리는데도 앞장서며, 이를 SNS 등을 통해 재탕삼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재명 지사를 향해 '찢'이라는 표현을 늘 붙여 썼고, 이재명 지사와 가깝거나 혹은 비판하지 않는 인사에 대해 구체적 이유도 없이 '찢 묻었다'는 멸칭을 써왔다. 또 이해찬 전 대표에게는 '해골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애미추'라는 일베식 표현을 서슴없이 써오며 인격모독을 퍼부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송원 대표는 최근 '뉴스프리존'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똥파리'로 호칭되는 세력을 향해 "말로는 문재인 대통령 위한다 이러는데, 사실 이들이 집중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부 다 문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들"이라며 "특히 '이재명 혐오'가 종교화된 집단"이라고 직격했다. 

이송원 대표는 이들로부터 공격받은 대표적 유명인사들로 이해찬 전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민희 전 의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가수 이승환 씨, 전우용 역사학자, 황교익 맛칼럼리스트 등을 예로 들며 "이들은 민주진영이 아니다. 나는 이들에 대항하려고 유튜브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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