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장은 어차피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제 식구 감싸기' 가능성 매우 높아
[ 고승은 기자 ] = 김대중 정부 들어 도입된 특별검사(특검) 제도는 지금까지 총 13차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여론의 호응을 받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특검은 성과가 미미했으며, 특히 삼성 비자금 특검(조준웅 특검)이나 BBK 특검(정호영 특검) 등은 제대로 수사는 않고 '꼬리 짜르기'와 '면죄부 부여'만 했다는 질타만 들었다.
'꼬리곰탕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명박씨를 단 한 차례만 조사한 BBK 특검의 경우 '꼬리곰탕 특검'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최근의 드루킹 특검(허익범 특검)의 경우에도 연일 '횡설수설'하며 신뢰성을 완전히 상실한 드루킹의 말만 그대로 받아들여,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의도적으로 옮아맸다는 질타를 받았다.
그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여론의 호응을 얻었던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박영수 특검)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 극성 친박세력들만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여론이 박영수 특검팀을 극찬했고,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여기서 극찬받아 총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박영수 전 특검마저도 이번 '대장동' 건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신뢰를 크게 잃어버리고 말았다.
박영수 전 특검의 딸도 화천대유에서 근무했고 회사가 보유한 아파트 1채를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100억원을 건넨 것으로까지 확인됐다.
박영수 전 특검뿐 아니라 고위 전관변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면서, '조중동' 등 언론들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하고 있는 '화천대유' 건은 분명 '국민의힘-고위 법조계 게이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재명 지사가 민간개발업자로부터 약 5500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해 성남시민에게 돌려준 전무후무한 '모범사례'라는 점만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소위 ‘50억 클럽’의 명단을 국회에서 공개했다. '50억 클럽'이란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이미 받았거나 거액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로비 대상자 명단을 의미한다.
박수영 의원이 공개한 명단에는 아들(화천대유 1호 사원)의 50억 퇴직금 건으로 파장을 빚은 곽상도 의원 외에도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 외에 한 명은 홍 모씨인데 언론사 사주로 추측된다.
박수영 의원은 대장동 사업 구조를 설계한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복수의 제보를 토대로 6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물론 지목된 당사자인 박영수 전 특검이나 김수남 전 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은 오랜 법조기자 출신으로, 수많은 고위 법조인들과 친분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쌓은 친분을 배경으로 하여금 화천대유 자문·고문단에 수많은 전관변호사들의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전 총장이 적나라하게 보여준 '검언유착'의 또다른 병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이재명 지사를 겨냥해 '특검하자'고 매달리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극성 친박세력을 제외한 대다수 여론의 극찬을 받았던 박영수 전 특검마저도 이번 논란에 연루되면서,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변호사들의 신뢰는 더욱 땅바닥에 떨어졌고 특검 무용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에 여야가 합의해 특검을 구성할 경우 어차피 특검 수장은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변호사가 맡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다수 여론의 극찬을 받았던 박영수 전 특검마저 신뢰가 떨어졌다면, 다른 전관들은 더욱 신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관변호사들이 대거 연루돼 있는 이번 건인 만큼, 역시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보일 수밖에 없어서다.
만약에 특검을 시작하려면 법안 내용을 둘러싼 협상, 특검 및 특검보 임명을 포함한 수사팀 구성, 특검 사무실 준비 등에 걸릴 시간 등을 감안하면 수개월은 훌쩍 지나가며 '본질 물타기'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굳어진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물론, 송영길 대표나 당의 공식 논평에서도 특검에 역시 반대 입장을 확고히 드러내는 중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에선 '장외투쟁'까지 하며 거리에서 '대장동 특검' 도입을 외쳤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당내 대선주자들은 6일 국회에서 특검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특검을 거부하는 이가 범인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몸에 걸치고 청와대 분수대까지 도보행진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 양상을 지켜보면 속도 측면에서 전혀 대형비리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지부진하고, 수사 범위에 있어서도 이미 본인이 설계자를 자처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는 등 미진한 부분이 매우 많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지도부, 대권 주자들,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투쟁 강도를 높여가는 시점이 왔다"고 선언했다.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사건의 본질이 헷갈리면 안 된다"며 이재명 지사를 '본질'로 지목했고 연루된 국민의힘 인사들(곽상도·원유철)이나 법조계 인사들의 연루 건은 '축소'시켰다. 그는 "왜 조 단위의 수익이 화천대유라는 특정인에게 갔고, 화천대유 주범인 김만배 씨는 이재명 지사를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했는가가 핵심"이라고 강변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은 이재명 지사를 (대선) 후보에서 사퇴시키고 비리, 불법을 밝혀서 감옥에 넣는 게 1차 목표"라며 "이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고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고 뭉개고 지나가서 이 지사를 기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내세운다면 저희들이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서 이걸 은폐한 죄까지 들춰내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윤석열 전 총장도 "대장동 의혹 사건이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이건 의혹이 아니라 확인된 배임 범죄"라며 "기존 범죄 구도가 확실하게 나왔고 거기에 공동 주범이 이재명과 유동규란 게 확실하게 나온 범죄 사건"이라고 강변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재명 지사를 향해 “앞에서는 정의를 말하고 뒤에서는 돈벌이를 하는 이중인격자 아수라 백작”이라고 맹비난했다.
문제의 대장동을 지역구로 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경기 분당갑)과 국민의힘 대장동 TF 소속 김형동·전주혜 의원 등은 이날 감사원을 찾아 550여명의 주민이 서명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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