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칼럼] 북한이 대장동 게이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속셈은

참여정부와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만남

북한이 ‘북괴’로 호명된 시절이 있었다. 김일성 주석이 북한의 유일한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던 때였다. 이때의 북한은 한국에게 멸공통일을 당해야 마땅할 괴뢰도당의 무리일 따름이었다. 김일성이 도화선을 당겨 시작된 6ㆍ25 전쟁의 비극적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현실에서 북한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가 불가능한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북한 역시 남한을 타도와 전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적화통일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른바 ‘장군님’으로 숭배되며 선군정치를 강행하던 시대에 들어와서야 평범한 한국인들 사이에서 비로소 ‘북한’으로 불릴 수가 있었다. ‘고난의 행군’으로 표상되는 전대미문의 식량난에 허덕이던 북한을 김대중 정부는 튼튼한 안보와 과감한 지원이 비교적 균형 있게 병행하는 햇볕정책을 구사해 대화의 마당으로 어렵사리 이끌어냈다.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남한을 굴복시킬 의지가 설령 있다고 한들 그럴 능력 자체가 없었다. 더욱이 김대중 정부는 남한이 확보한 다양한 국가적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북한 정권의 정책결정 과정에 비록 간접적 방식으로나마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시기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아닌 남한이 상대방의 국내정치를 조종한 유일한 시기로 평가될 수가 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를 개발할지 말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등장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차례로 침공하자 북한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핵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최후의 결정적 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부리나케 밀어붙인 대북송금특검은 남한 정부가 북한 당국에 입김을 미칠 수 있는 경로와 인물과 정책수단을 모조리 제거하고 말았다. 한국의 대북 통제력(Leverage)을 남한 스스로 거세시킨 셈이었다.

북한, 왕국(Kingdom)에서 토후국(Emirate)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녘 땅에서 최고존엄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북한식 어투로 말하자면 ‘핵무력 증강’이 북측의 확고부동한 국책으로 정착된 시대에 부친으로부터 전제적 권력을 물려받았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역설하는 꾸준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의지해서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개한 소위 '50억 클럽'에는 아들 퇴직금 50억 건에 휩싸인 곽상도 의원을 비롯하여 박영수 전 특검, 최재형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전관변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모두 박근혜 정권 당시 임명장을 받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개한 소위 '50억 클럽'에는 아들 퇴직금 50억 건에 휩싸인 곽상도 의원을 비롯하여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전관변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모두 박근혜 정권 당시 임명장을 받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핵무장한 북한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건 비단 북한 김정은만이 아니다. 남한의 2030 세대에게도 북한은 원래부터 핵폭탄을 수중에 틀어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김정은과 남한의 청년들 간에는 결정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남한을 향해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주장과 약속을 남한 젊은이들은 전연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공포와 혐오는 동전의 양면 관계를 이루기 마련이다. 기성세대에 체화된 북한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청년세대는 혐오의 감정으로 공개적으로 표출한다.

권력의 3대 세습 작업을 우여곡절 끝에 완료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이제는 민주주의도 없고, 인민도 없으며, 공화국은 더더욱 없다. 오로지 조선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의 조선은 임금이 다스리던 봉건주의적 조선왕조조차 되지 못한다. 군장 즉 토후(Emirate)가 백성들을 지배하던 저 아득히 머나먼 고조선 시대의 미개하고 원시적인 형태의 부족국가를 함의한다. 왕국에서 토후국으로의 인정사정없는 역주행. 김정은 통치 시대에 북한이 달성한 커다란 위업 아닌 위업이다.

삼성가는 북한처럼 3대 세습을 시도하다가 결국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차례나 감옥을 다녀왔다. 그만큼 세상이 문명개화를 했다는 의미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도 실패한 3대 세습 기획을 거침없이 성공시킨 나라가 다름 아닌 휴전선 너머의 이북이다. 그러니 남한 젊은이들에게 북한은 더는 북괴마저 되지 못한다. 핵무기로 무장한 칙칙하고 후진적인 토후국가에 불과하다. 북한이 완벽히 실패한 국가(Completely Failed State)와 동의어로 자리매김한 ‘~스탄’ 계열 나라의 하나인 부카니스탄으로 남한의 청년들 뇌리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린 연유이다.

문제는 부카니스탄이 여느 스탄 계통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 국내정치에 집요하고 조직적인 개입을 획책해왔다는 점이다. 북한은 한국의 검찰과 경찰도 좀체 확인하지 못한 화천대유의 진정한 소유자가 남한의 보수 야당임을 밝혀내는 기염 아닌 기염을 이미 토한 바 있다. 자신들이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차기 정권이 남한에 들어서도록 공작하려는 북한 특유의 비루하고 음험한 정치공학적 기동의 일환이었다.

물론 미국과 중국도, 러시아와 일본도 우리나라 국내정치의 향방에 음으로 양으로 작용해왔다. 대신에 그들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달콤한 속삭임 뒤편에서 한국의 대다수 민중을 희생시켜 자기네 국익을 추구하려는 내로남불 짓거리는 꾀하지 않는다. 반대로 북한은 남북한이 한겨레이고 한민족임을 수시로 부각시킨다. 그런데 그들이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동족의 등골을 통째로 빼먹은 성남 대장동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화천대유의 비호자들을 엄벌하는 일에 방해가 될 게 분명한 행동만 북한은 천연덕스럽게 골라서 벌인다. 왜냐면 그것이 부카니스탄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남북화해를 찬성한다. 단, 어떠한 교류와 협력도 수준이 엇비슷한 사람과 집단이 해야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법이다. 문재인 정권 치하에서 한국이 아무리 사회 곳곳이 아수라장이 되었을지언정 북한 같은 토후국가로는 다행히 아직 퇴락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대착오적 토후국의 김정은-김여정 세습부족장 남매가 정상적인 선거민주주의를 작동시켜 대통령을 뽑는 나라의 내정에 끼어드는 건 그야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이리라.

북한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은근히 잘 보는 나라다. 북한은 남들 눈치 살피는 만큼이나 이참에 본인들 주제 파악도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한국 대선은 감히 부카니스탄 따위 삼류 부족국이 끼어들 판이 아니다.

* 글쓴이는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초대편집장,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공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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