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천만원은 '잔돈' 호칭, 김진애 "이 발언이 제일 쇼크였다. '50억 클럽' 비호?"

[ 고승은 기자 ] =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계속 돈 받은 자가 범인이라고 하시는데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실소유주들은)기본이 100억, 1천억을 받고 있다"며 "몇천만원 잔돈 받은 사람, 몇십억 짜리 푼돈 받은 사람은 범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화천대유 1호 사원'인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혹은 산재위로금으로 받은 50억원을 '푼돈'으로 호칭한 셈이라서다. 

이영 의원은 1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 성남시 이익환수 부분과 관련한 내용이 이재명 지사에게 당시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으면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몇천만원 잔돈 받은 사람, 몇십억 짜리 푼돈 받은 사람은 범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몇천만원 잔돈 받은 사람, 몇십억 짜리 푼돈 받은 사람은 범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 의원은 "다른 건 다 시장에게 보고되었는데 민간이 즉 '대장동 깐부'를 가능케 한 중요 사안만을 이렇게 누락한 이유가 뭘까"라며 "작정하고 시장을 왕따시킨 이유가 뭘까"라고 이재명 지사에 물었다.

이영 의원은 자신의 추정 시나리오로 "유동규와 성남시 직원들이 공모해 시장을 속였거나, 나중에 문제될 거 같아 책임의 소지로부터 시장 보호하기 위해 보고 안 했거나, 아니면 별도 보고도 하고 결재도 했는데 시장이 삭제했다거나, 아니면 은밀히 유동규 본부장이 직보하지 않았나"라고 제시했다.

이영 의원은 이재명 지사를 향해 "보고누락이 왜 됐는지 설명하라"며 "기본이 100억, 1천억을 받고 있다. 몇천만 원 잔돈 받은 사람, 몇십억 짜리 푼돈 받은 사람은 범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설계에 관여했거나 개입했거나 내용을 알고 있었거나, 이익의 일부를 취득했거나 취득할 예정이라면 도덕적 책임지고 (대선)후보직 사퇴할 의향 있나"라고 따져물었다.

이영 의원의 발언 취지는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7호 실소유주들이 얻을 금액이 백억 단위 이상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긴 하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을 '푼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은 표현이며, 곽 의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몇천만원 금액도 서민들에겐 연봉 이상의 큰 금액인데 그걸 '잔돈'이라 호칭하는 것 역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다.

산재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의 유족이 받는 산재보상금은 1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한국에선 사람의 목숨값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재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의 유족이 받는 산재보상금은 1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한국에선 사람의 목숨값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이 발언이 제일 쇼크였다"며 "몇천만원=잔돈, 몇십억=푼돈? 국힘 이영 의원의 발언이었다. 대체 얼마나 돈이 많으면? 오십억 클럽 비호하는 건가"라고 직격헀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도 페이스북에 "엽전 하나가 1푼이고 엽전 10개가 1전, 100개가 1냥이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에서의 1푼이 현재 화폐 가치로 500원 정도 되는 듯하다"라며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50억원을 푼돈이라고 했다. 이영 의원에게는 50억원이 500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듯하다. 돈이 많으면 그럴 수 있다. 삼성 이재용보다 많나..."라고 힐난했다.

이영 의원의 발언이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땀흘려 일하고 있을 청년 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한 해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수는 약 2천여명 가량(2019년 기준 2020명) 되는 만큼, 하루 평균 6~7명이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하곤 한다. 

산재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의 유족이 받는 산재보상금은 1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한국에선 사람의 목숨값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의 날개를 접는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진 이선호 씨, 그의 부친이 추모문화제에서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어루만지며 눈물 흘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의 날개를 접는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진 이선호 씨, 그의 부친이 추모문화제에서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어루만지며 눈물 흘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은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주어진 '산재위로금' 50억에 대해 "병명을 알면 상식에 부합할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여기서 이영 의원이 50억을 '푼돈'이라고 표현하면서, 김만배 전 부국장 이상으로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이영 의원의 질의에 "팩트와 다른 것들이 있다"며 "마치 민간사업자 내부의 이익을 나눈 그 설계를 말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제 설계 내용은 성남시의 공공환수액 내용, 방법, 절차, 보장책 이런 거를 설계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는 "저를 보고 (민간사업자에게)이익을 몰빵해줬다고 하는데, 몰빵해서 이익주자고 한 건 국민의힘 아니냐"라며 "(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다수였던)성남시의회에서 그렇게 민간개발하자고 4년 동안 그렇게 괴롭혔지 않나. 몰빵하자는 얘기는 국힘 얘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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