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경선토론 앞두고 당심 결집으로 홍준표 견제, 2030과 중도층 외면 자초도

[뉴스프리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이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한 발언으로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의 유력 후보들마저 몰역사적인 발언으로 거센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에 한치의 물러섬없이 정면돌파할 기세라 당분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치사에서 ‘전두환’은 금기어나 마찬가지이다. 공식적으로 12·12 군사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이에 저항하는 광주5·18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인물이다. 한국현대사의 살아있는 ‘트라우마’이자,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평가외에는 언급할 내용이 없는 존재이자, 정치적으로는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박정희도 아닌 전두환을 긍정적(찬양)으로 평가한 이유는 뭘까?

윤 후보가 전두환을 긍정평가한 이유는 “(국정을 전문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보았기 때문에 맡긴 거다. 그 당시 정치했던 사람들이 그러더라. ‘국회는 잘 아는 너희가 해라’며 웬만한 거 다 넘겼다고”라며 “당시 3저 현상이 있었다고 했지만 그렇게 맡겼기 때문에 잘 돌아간 거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전문가에게 권한의 위임 등으로 정치를 잘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건 호남분들도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강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총장은 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건 호남분들도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강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공세가 심해지자 윤 후보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19일) 하고자 했던 말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만기친람(모든 것을 일일이 다 들여다 보는 것)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을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경험 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에 대해 유능한 참모진을 잘 쓰겠다는 발언 속에 나온 것이다. 

이런 해명으로도 여권과 야권, 호남지역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당일 경남 창원시 국민의힘 경남도당에서 “그분이 집권 7년 동안 잘못한 것 많고 정치를 전반적으로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후임 대통령도 배울 점이 있다는 건 전문가도 다 하는 이야기다. 호남분들 중에도 있다”고 했다. 덧붙여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5·18과 군사쿠데타는 잘못했다고 분명 얘기했다”며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앞에 떼고 뒤에 떼는데 전문을 보면 다 나온다”며 사과나 유감도 아닌 전면전 양상을 보였다. 

윤 후보의 ‘전두환 찬양’ 발언은 여권은 물론이고 같은 당 후보들, 나아가 이준석 당 대표까지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역대급 ‘망언’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제 정치입문 4개월 여이지만 범야권 지지율 1위 후보, 국민의힘 최대 대선 캠프를 갖춘 윤 후보가 난데없는 ‘전두환 찬양’을 들고나온 것을 ‘망언’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유력 대선후보의 발언은 상황과 여건에 맞춰 고도의 전략속에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윤 후보가 문제의 발언을 한 날과 장소는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이고, 당원들을 대상으로 지지와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돌발 인터뷰나 즉흥적인 연설 혹은 발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날 20일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당내 경선후보들의 TV토론이 있는 날이다. 윤 후보의 ‘전두환 찬양’은 이같은 배경하에 고도로 기획된 정략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말 대선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1위의 절대강자였던 윤 후보는 지금 당내 홍준표 후보에게 범야권 후보적합도에서 경합 혹은 역전 당한 상태나 다름없다. 대선 지지율에서도 차이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 윤 후보 자신과 가족리스크가 구체화되면서 지지율이 빠지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여기에 ‘1일 1 망언’이라 할 정도로 각종 구설을 자초하고 해명하면서 또다른 논란을 양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보면 윤 후보를 떠받든 절대적인 힘은 TK와 PK(대구경북, 부산경남) 60대 연령층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바로 이 절대적인 지지층이 흔들리고, 이것이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걸로 나온다. 홍 후보의 약진은 이준석 대표로 상징되는 ‘이대남(이십대 남자)’의 지지에 보수본류의 가세로 양강체제에서 이제 대선후보 적합도 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 후보가 29.1%로 1위, 홍 후보가 28.5%로 호각세를 이뤘다. 이어 유승민 후보(11.7%), 원희룡 후보(4.8%) 순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금 윤 후보는 본선이 문제가 아니다. 당내 경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그동안 ‘집토끼’이자 콘크리트 지지기반이라 할 영남 60대가 흔들리고 있다. ‘전두환 찬양’은 바로 이 타이밍에 나온 것으로 영남의 당심과 민심을 공고히 하려는 결집용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영남이라고 해서 표면적으로 전두환을 긍정적으로 보거나 아직도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전두환의 고향인 합천에서는 지난 2006년 ‘생명의숲’을 전두환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개명했다. 그후 전국각지 뿐 아니라 합천에서도 재개명 요구는 치열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꿋꿋하게 ‘일해공원’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지역 6개 언론사의 군민 여론조사에선 명칭 변경 ‘찬성’이 40.1%, 변경 ‘반대’ 49.6%로 나왔다. 이것이 바로 TK의 현실이자 정서라고 할 수 있다. 

TK나 영남에서의 전두환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드러낼 수 없어도, 한발짝 들어가 동향의 자신들끼리는 여전히 우호적인 정서가 강하다. 박정희가 심화시킨 ‘지역감정 조장’을 넘어 전두환 등장 전후 호남차별과 무자비한 진압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민주정부의 등장 아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보상심리인 ‘전두환 향수’로 남아있다. 바로 이같이 전두환에 우호적인 ‘샤이 보수’를 겨냥한 윤 후보의 ‘전두환 소환’은 바로 이들에 대한 ‘전두환 정서’의 환기와 이들을 대변할 후보는 자신 밖에 없다는 지지세력 결집용이라 할 수 있다. 즉, 19일 부산에서의 ‘전두환 찬양’ 발언은 20일 TK 당내 경선토론을 대비한 전략적인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윤 후보의 전략이 지금까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 ‘호남차별의 원죄’를 극복하는 서진정책으로 중도층과 2030세대의 지지를 얻을려는 노력에 역행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대선 전략을 뒤흔들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에 있다.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인 언어로 미숙했다“면서 "지금 더 일이 좀 발전해나가지 않도록 조속히 조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빠른 수습 혹은 사과를 에둘러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던 뒤로 호남 등 취약 지역에 대한 노력이 계속돼 왔고 제가 대표된 뒤에도 김종인 위원장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며 "대선주자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대선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로서는 윤 후보의 발언이 자신 뿐만 아니라 윤 후보의 멘토라 할 수 있는 김종인 위원장의 노력과 노선에 찬물을 끼엊는 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결국 윤 후보의 ‘전두환 찬양’은 망언 차원이 아닌 절박한 상황에서 현재의 국면을 타개할 일종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20일 대구 토론회에서 호남에 사과할 용의가 없냐는 후보들의 공통된 공세에 “경선이 끝나면 광주로 가서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위로하고 노력하겠다”라는 답변에서 드러난다. 역대급 ‘망언’이나 실언이었다면 사과나 유감표명이 있었겟지만, 윤 후보는 ‘경선’ 이후를 강조했다. ‘전두환 찬양’의 숨은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윤 후보의 ‘전두환 찬양’이 치명상이 될지 아니면 현재의 국면을 반전시킬 ‘신의 한수’가 될지는 더 두고 보면 알 수 있다. 이보다는 전두환까지 동원한 윤 후보에 대한 영남 민심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영남 민심이 미래로 갈지, 과거로 회귀할지는 오는 11월 5일에 결정된다. 더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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