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순과 상반, 윤석열의 국힘당 대통령후보 지명 감사 말씀에 부쳐

윤석열의 ‘국힘당 대통령후보 지명 감사 말씀’에는 서로 모순되고 상반된 개념들이 짬뽕같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화두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편 가르기 하지 말고 국민통합을 지향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던 바, 공정, 상식, 법치가 있었던 자랑스런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화두가 일관성 없이 모순을 빚는 것은 그와 대치되는 개념이 같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은 윤석열 자신이 동시에 말하고 있는 대화, 소통, 협상과 모순되는 개념이다. 통합은 획일적이지만, 대화, 소통, 협상은 통합이 아닌 다양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또 그는 공정, 상식, 법치가 있었던 사회가 과거에 있었던 것으로 설정했다. 그것은 그가 동시에 말하고 있는 ‘도전과 혁신’과는 이율배반적이다.

지난 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최종 득표율 47.85%를 얻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사진=국민의힘)
지난 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최종 득표율 47.85%를 얻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사진=국민의힘)

‘국민통합’을 지향하겠다는 것은 윤석열 개인의 지향성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다. 문제는 그가 ‘통합’과 상반되는 개념을 공적인 ‘대통령 후보지명 감사 말씀에서 동시에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화, 소통, 협상이다. 윤이 말하는 대로 국민통합이 있는 것이라면, 통합된 곳에 대화, 소통,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

만일 그가 대화, 소통, 협상을 통해 ‘통합’에 이르는 것을 뜻한 것이라 해도 여전히 문제가 된다. 문제는 ‘통합’의 개념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통합은 획일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대화, 소통, 협상은 끝없어야 하고, 절대로 통합에 이르지 아니한다. 그것은 영원히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거기에 ‘통합’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은 ‘통합’이 대화, 소통, 협상과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연속선상에 놓는 오류를 범했다.

통합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기호와 가치관을 통합하겠다는 것은 전제군주적인 발상이다. 통합될 수가 있는데, 그 통합은 힘 있는 자가 힘 약한 자의 목소리를 억압할 때 발생한다. 실제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억압에 의한 편의적 통합이다.

통합을 지향하는 윤석열이 생리적으로 다양성을 기피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가 진실로 지향하는 것은 대화, 소통, 협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통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대화, 소통, 협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남이 하니 따라 하는 것, 진정성 없는 말장난, 수사적(修辭的) 기법일 뿐이었고, ‘통합’을 정당화하는 구실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통합’과 같은 맥락에서 윤석열은 자신도 다 감당하지 못할 공정, 상식, 법치 등의 개념을 자기 나름의 경향성을 가지고 썼다. 그는 이런 개념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깨닫고 쓴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그 자신도 고백하고 있는바, 돌아가야 할 과거의 기득권이었다. 그것은 박정희, 전두환식 국민 ‘통합’을 통해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그것은 시종 민주적 다양성을 무시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윤석열은 박정희를 두고 “이분(박정희)의 위업을 기리고 본받아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뤄야 한다”(동아닷컴, 2021.12.26.)고 하고, 전두환을 두고는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조선일보, 2021.10.22.)고 했다. 윤석열이 박정희와 전두환을 찬양한 것이 우연이거나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일회성 유희가 아니다. ‘통합’ 지향성을 통해 윤석열의 사고와 정서는 딱 거기에 머물러 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과거의 잔재는 현재를 살아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정서에 잔존해 있다. 박정희의 정서를 물려받은 것은 그를 아버지로 둔 박근혜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한국의 시대 정서를 이루고 있고, 윤석열도 그들 아바타에 속한다.

이들 독재의 아바타는 사회적 산물이다. 사회에 내재한 정서가 이들 인물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일 뿐이다. 이들 극단적 사례가 없었더라면 유야무야 있는 줄도 모를 뻔 우리 사회 일각의 정서가 손에 잡히듯 실체로 현현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것은 우리가 극복하고 지나가야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 극복은 박근혜의 회귀처럼 일직선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우여곡절은 계속되고 사실 그 반복의 과정은 당분간이 아니라, 인간 역사가 증명하듯, 삶의 여정이 지속되는 한, 끝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통합을 말하고 편 가르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석열은 유아적이다. 타인의 생각이 안중에 없는 것은 유아들의 특징이다. 다양성과 남의 생각을 존중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아적 특성의 윤석열 사고조차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시대적 산물이다. 윤석열은 그저 과거 회귀적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그것은 인간적 한계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은 정말 자신이 공정, 상식, 정의, 법치에 충실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조국을 탈탈 털고 자기 처와 장모는 묻어준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자신은 그것이 공정하다고 믿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윤석열이 조국 가족을 탈탈 턴 것인데, 윤석열은 자기가 지금 탈탈 털리고 있다고 믿고, 또 그것이 정권교체의 이유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은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개인은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할 자유가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도 있다고 믿을 종교적 자유가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 생각을 절대시하고 남도 자기 생각에 꿰어맞추려는 것이다. 그 같은 편견과 독재의 근성은 개인의 자유로서는 용납될 수 있으나, 공인으로서는 문제가 된다. 남의 자유를 방해하므로 공적 폐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겸찰총장으로서도 그러하다.

윤석열은 ‘성장과 분배’를 말하였으나, ‘분배’보다는 ‘성장’에 방점이 가 있다. 이는 마치 대화, 소통, 타협을 거론하나, 그 속내는 그와 상반되는 ‘통합’에 꽂혀 있는 것과 같다. 그가 분배에 무관심하고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던 과거 개발독재를 공정, 상식, 원칙이 있었던 자랑스러운 시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현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을 두고, ‘분노의 정신’ ‘부패와 약탈’ 정권으로 매도하고, ‘원칙 없는 승리를 단호하게 심판하기 위해 정권교체 해야 하겠다고 한다. 윤석열은 현 정권이 분배를 위해 성장을 무시하는 것처럼 폄훼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재명은 공적 자금 도둑질하는 것을 막고 부동산 개발 초과이익을 환수하여 분배로 돌리겠다고 했을 뿐이다. 부당하게 과도한 초과이익 환수는 성장과 아무 관계가 없다.

윤석열이 도와야 하는 것으로 거론하는 사회 취약계층에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산층은 있는데, 정작 노동자 계층이 빠졌다. 역시나, 윤석열은 개발독재적 가치관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같은 가치관은 그가 박정희와 전두환을 옹호한 것과 아귀가 딱 맞다.

이재명도 박정희를 두고 경부고속도로를 놓았다는 사실을 치적으로 언급했다. 같이 박정희를 언급했으나, 양자의 차이점은 크다. 이재명은 있었던 사실을 객관적으로 언급한 것이나, 윤석열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통치방식 및 가치관을 통째로 따른다는 것이어서, 독재체제의 ’아바타‘이다.

윤석열은 이번 대선판을 두고,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 간 싸움으로 규정했다. 그가 말하는 상식과 ’통합‘은 과거 개발독재 성장 주도 시대의 상식, 노동자 전태일이 온 몰에 불 지피고 산화하던 재벌 중심 시대의 상식을 말하는 것이었다.

’모든 슬로건(구호) 뒤에는 빵(먹을 것)이 있다.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을 때 나온 말이다. 이제 우리의 싸움도 누구의 빵인가, 빵과 빵의 싸움이 되었다. 전자의 빵은 윤석열이 돌아가려고 하는 100년 기득권 적폐 세력의 빵이고, 후자는 지금까지 소외된 계층의 빵이다. 빵뿐 아니다. 획일적이고 독재적 발상의 통합과 민주적 다양성 간의 싸움, 식민지배와 독재 등 100년 기득권 적폐와 윤석열이 주장하는바 ‘4년 반 문 정부의 기득권 적폐’와의 싸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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