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수경(千手經)》의 첫 머리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 뜻이 남을 칭찬해주고, 축복해주고, 찬탄해주는 말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서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말에 의해서 짓는 업(業)에 대해 불경(佛經) 곳곳에서 강조 하셨지요.
《아함경(阿含經)》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남을 절대 비난하지 말라. 남을 비난 하는 것은 마치 피를 물고 남을 향해 뿌리는 것과 똑같다”고 했습니다. 남을 향해 피를 뿌릴 때 남에게 피가 닿기 전에 먼저 자기의 입속에 피를 머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구업진언>의 교훈은 바로 하나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그래서 하나인 진리로 가라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아무리 두터운 장벽으로 막혀 있다고 해도 서로 칭찬해주고 찬탄해버리면 모든 갈등이 사라져 버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간이 수렵시대엔 화가 나면 돌을 던졌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엔 몹시 화가 나면 칼을 들었습니다. 미국 서부시대에는 총을 뽑았지요. 그러나 현대에는 화가 나면 ‘말 폭탄’을 던집니다. 스페인 격언(格言)에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깁니다. 이것이 옛 사람들이 ‘혀 속에 도끼 들었다’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인 것입니다. 이렇게 <정구업진언>은 입으로 지은 무서운 업을 깨끗이 씻어내는 주문이지요. 그 중 가장 심각한 4가지는 ①거짓말로 지은 죄업, ②꾸민 말로 지은 죄업, ③이간질로 지은 죄업, ④악한 말로 지은 죄업을 참회한다는 내용입니다.
탈무드에는 혀에 관한 우화가 실려 있습니다. 어느 날 왕이 광대 두 명을 불렀다. 한 광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찾아오라”고 지시하고, 다른 광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가져오라”고 명했습니다. 두 광대는 세상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몇 년 후, 광대들이 왕 앞에 나타나 찾아온 것을 내놓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제시한 것은 모두 <혀>이었습니다. 흔히 말은 입 밖으로 나오면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말의 진짜 생명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글이 종이에 쓰는 언어라면, 말은 허공에 쓰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허공에 적은 말은 지울 수도, 찢을 수도 없습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자체의 생명력으로 공기를 타고 번식합니다. 이렇게 한번 뱉은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측정하는 잣대입니다. 품격이라는 말의 ‘품(品)은 입 구(口) 자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입을 잘 놀리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지요.
《논어(論語)》에선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습니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자 아래에 ‘입 구(口)’가 있습니다. ‘입을 잘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세 치 혀를 잘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놀리면 한 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하는 것이지요.
대문호(大文豪) 톨스토이가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 번 중에 한 번 후회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 번 중에 아흔아홉 번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자(孔子)는 “더불어 말해야 할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더불어 말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하면 말을 잃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잘못된 언행으로 사람과 말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진흙탕 싸움터로 변질된 대선 판에 쫓고 쫓기면서 서로 뒤집어씌우기에 급급한 양심이 참으로 역겹습니다. 나쁜 말을 자주하면 생각이 오염되고, 자신은 그 집에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잔인한 인과응보가 뒤따르는 것입니다.
《논어》 <위정 편(爲政編)>에 보면, “많은 것을 듣 되 의심스러운 것을 빼고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말하면 허물이 적다. 많은 것을 보되 위태로운 것을 빼놓고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행하면 후회하는 일이 적다.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출세는 자연히 이루어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세만을 추구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은 물론 세상에 해악을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설혹 출세해서 권력을 쥐게 되어도 부패한 지도자가 될 뿐이 아닌가요? 그 결말은 나라의 위기로 치달을 위험성이 너무 큽니다.
우리 막말하는 대선 후보를 가려내서 퇴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후보를 이렇게 가려 보면 어떨까요?
①왜 대선에 출마했는지 명확한 대답을 못하고 정권 교체로 자리만 욕심내는 후보, ②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불성실 후보, ③질문에 상관없는 동문서답과 막말을 하는 후보, ④답변 내용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내용과 서로 다른 후보, ⑤질문자의 내용을 끊고 자기 말만 해대는 후보.
어떻습니까? 지금이라도 <정구업진의>의 뜻을 알아 위 다섯 항을 실천하는 후보를 뽑는 다는 것은 영 불가능한 일이 될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1월 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