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5세기 중국 연꽃무늬 청자 출토
가야와 중국 남조의 국제교류 관계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
12일 현장공개 행사 통해 75호분 발굴성과 및 출토유물 공개

아라가야 시대의 귀족 무덤 발굴 현장 경남도
아라가야 시대의 귀족 무덤 발굴 현장 ⓒ경남도

[함안=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아라가야의 옛 도읍이었던 경남 함안에서 아라가야의 위상과 가야의 국제성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유물이 발굴돼 가야사 조사연구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문화재청과 경남도, 함안군은 지난 7월부터 경남연구원에서 발굴조사 중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에서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남조시대 연꽃무늬 청자그릇(蓮瓣文 靑磁碗)이 출토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발굴조사는 말이산 고분군의 체계적 정비와 보존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것으로 말이산의 가지능선 끝자락에 위치한 75호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무덤은 봉토지름 20.8m, 높이 3.5m, 석곽길이 8.2m, 너비 1.6m로, 최상위지배자의 것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아 아라가야 귀족층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축조기술로 쌓은 봉토 내에는 11매의 덮개돌로 덮인 좁고 긴 돌덧널 1기가 배치돼 있었고, 내부에서는 무덤주인의 매장 공간을 중심으로 서쪽에 유물을 집중부장하고 동쪽에 순장자를 배치하는 전형적인 아라가야 대형 돌덧널무덤의 특징이 확인됐다.

무덤 안에서는 금동허리띠를 비롯해 큰칼, 금동장식 화살통, 화살촉, 쇠창, 도끼 등 무기와 말갑옷, 안장, 발걸이, 기꽂이 등 말갖춤, 굽다리접시, 그릇받침, 큰항아리 등 50여 점의 토기 등 5세기 후반의 가야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그중 가장 주목할만한 유물은 중국 남조시대에 제작된 연꽃무늬 청자그릇이다.

무덤 안 유물부장공간의 굽다리 항아리 옆에서 출토된 청자그릇의 크기는 아가리지름 16.3㎝, 높이 8.9㎝, 바닥지름 7.9㎝로 같은 기종 중 큰 편이다. 그릇 외면에는 부조의 연꽃잎무늬(蓮瓣文)를 돌아가며 배치하되 안쪽, 바깥쪽 8개씩 서로 겹치도록 하였고, 연꽃잎 가장자리는 3줄의 오목새김선을 넣어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릇의 유색은 연녹색으로 굽을 제외한 전면에 골고루 시유되어 있으며, 빙렬(氷裂)도 전체적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청자그릇은 중국 남조의 첫 왕조인 송(宋, 420~479)대의 대표적인 기형으로 중국 강서성(江西省) 홍주요(洪州窯)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물을 직접 관찰한 관계전문가에 따르면, 당대 중국의 청자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최상품이라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서울 풍납동 토성과 천안 용원리 유적 등 백제문화권에서 출토된 바 있다.

중국 정사 중 유일한 가야 관련 기록인 『남제서(南齊書)』‘동남이열전(東南夷列傳) 가라조(加羅條)’에 479년 가라국왕 하지(加羅國王 荷知)가 남제(南齊, 479~502)에 사신을 보내 조공하고 보국장군 본국왕(輔國將軍 本國王)에 제수되었다는 기록이 있어 이 무렵 가야가 동아시아 외교무대에 본격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말이산 75호분에서 출토된 중국제 청자그릇은 5세기 중국 남조와 가야의 긴밀한 외교, 교류관계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유물로 평가된다.

한편 경남연구원은 11일과 12일 이틀 간 매일 2회 발굴조사의 성과와 출토유물을 설명하는 현장공개 행사를 열어 아라가야의 문화상과 위상에 대한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함안 말이산 75호분에서 출토된 중국 송나라 남조시대 연꽃무늬 청자 그릇 경남도
함안 말이산 75호분에서 출토된 중국 남조시대 연꽃무늬 청자 그릇 ⓒ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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