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간부 대화 담긴 '내부 메신저' 확보, '윤석열 가족사건' 대응 위해, 총장의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정황
김용민 "검찰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는 것..윤석열 공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

'장모 대응 문건' 손준성 영장에 "상급자가 지시"

[정현숙 기자]=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이어 당시 대검 대변인이던 권순정 검사(현 부산지검 서부지청장)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장모 최은순씨를 깊숙히 케어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사유화' 논란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구속영장 기각'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대기하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구속영장 기각'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대기하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11일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는 가운데 MBC와 한겨레, 세계일보가 이날 오후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국가 공권력인 검찰권을 자신의 장모 최씨를 위해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들 보도를 종합하면 '고발사주'와 '장모 대응 문건', '판사 사찰’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검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해 당시 대검 특정 고위간부들이 주고받은 내부 메신저를 확보했다. 공수처는 대검의 일부 검사가 내부 문건을 유출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에는 '지난해 3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윤석열 후보 장모 관련 3쪽짜리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영장에는 손 검사에게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문건을 만들라고 지시한 건,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라고 적혔다. 대검 직제상 손 검사의 당시 상급자는 국힘 대선후보로 나선 윤석열 전 총장과 대검 차장뿐이다.

영장에 따르면,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은 이 문건을 기자들에게 보내주고, 장모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총장인 윤 후보의 가족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총장의 눈과 귀, 입으로 통하는 고위간부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정황이다.

손 검사 영장에는 ‘권순정 검사가 지난해 3월 기자들에게 윤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 사건 대응 문건을 보여주고, 특정 기자에게는 최씨 변호인의 입장이 담긴 문건을 카카오톡으로 보냈다’는 내용도 담겼다.

공수처는 “대검 대변인이던 권순정은 지난해 3월18일 OO일보 OOO기자를 포함한 다수의 기자들을 대검 대변인실로 불러 이 사건(검찰총장 장모 사건) 경과 문건을 열람케 하고 (장모) 최씨의 입장을 설명했다”라고 기재했다.

또한 “2020년 3월19일 OOO기자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추가로 최씨의 변호인 입장이 설시된 문건의 사본을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기자들에게 사건 관계자 일방에 편향된 사실관계와 법적 평가를 객관적인 사실 혹은 대검찰청의 입장으로 이해하도록 했다”라고 적시했다.

당시 대검이 총장 장모 대응 문건을 작성한 것뿐만 아니라, 대변인이 나서 총장 장모 입장을 알렸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권순정 검사도 대검 공용폰 사용자 세명중 한사람이다. 앞서 법조기자들이 권 검사 등이 사용한 대변인실 공용폰을 임의제출 받았다면서 김오수 검찰총장을 막아서고 압박한 이유의 한축이 드러나 일각에서는 검언유착의 정황으로 비판하고 있다.

권순정 검사는 이날 입장을 통해 “통상적인 공보 업무였다”라며 “윤 총장의 장모와 관련된 검찰 수사와 처분을 비판하는 무리한 보도가 나옴에 따라 검찰 수사와 판결 확정 경과, 사건 관계자들의 상반되는 주장 등 객관적인 정보를 기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던 것”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윤 후보 장모 최씨와 도촌동 땅사건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던 안소영씨를 '전문 사기범'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내용 대부분이 장모 측 변호인의 주장 위주로 작성됐다. 해당 문건에는 검찰 내부 정보를 활용한 최은순씨 관련 사건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최씨 측에 유리한 사실이나 왜곡된 정보 등이 나열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씨는 현재 ‘의료법 위반’ 혐의와 ‘사문서위조’ 혐의로 각각 기소돼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최씨는 의료법 위반 재판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사문서위조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대검이 총장 장모 사건의 대응 문건을 만들고, 대변인이 총장 장모를 대변했다는 점에서 제1야당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검찰 사유화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당시 대검의 이런 움직임이 고발사주와 ‘사실상 하나의 사건’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제기된다. 지난해 3월 최씨 보도 이후 대검의 총장 장모 대응 문건이 만들어졌고, 3월31~4월2일 권순정 검사가 손준성 검사, 한동훈 부산고검 검사(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와 함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십 차례 주고받은 뒤, 4월3일 범여권 인사의 고발장이 ‘손준성 보냄’으로 기재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김용민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용민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공수처가 중요한 증거를 확보했다"라며 "윤석열 후보의 공범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짚었다.

이어 "한편 내부 메신저 대화를 외부 수사기관이 증거로 확보한 것 자체만으로도 검찰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검사들도 조심하게 되고 위법한 행동을 대놓고 하지는 않으려고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