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두환 사망에 "진정한 사과와 참회 거부하고 떠나"

[서울=뉴스프리존] 김정현 기자= 정치권은 23일 전두환씨 사망과 관련,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역사적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죽음도 유죄" 등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민주당사에서 디지털 대전환 공약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으니 전두환씨라고 하는 게 맞겠다"면서 "전두환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했던,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며 "이 중대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도 않은 점을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직도 여전히 미완 상태인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이 드러날 수 있도록, 당시 사건 관련자들의 양심선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이 '빈소에 가느냐"고 질문하자 "현재 상태로 아직 조문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송영길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끝까지 자신의 죄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며 "전두환 사망에 대해 민주당은 조화, 조문,국가장 모두 불가"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아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5.18의 진실을 밝히고 진심으로 사죄하길 간절히 바랐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5월 영령들을 위해, 그 민주주의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일이었다"며 "하지만 그 간절함마저도 이제는 이룰 수 없게 됐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정의를 세우는 길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자연인으로서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면서 "고인은 진정한 사과와 참회를 거부하고 떠났다. 광주화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집권한 후 8여 년을 철권 통치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유린한 것에 대한 참회도 없었다. 참으로 아쉽다"고 했다.

조오섭 선대위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런 사과도 없고 진실 규명에 대해 왜곡만 하고 반성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했다. 화가 난다"며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반성하고 사죄하면 좋았을텐데, 광주시민이 아니라 국민에게 사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가"라며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군대를 동원해서 국민들을 학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후보는 정치를 참 잘했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이 정말로 슬프다"고 피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두환씨가 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고, 광주 학살에 대한 사과도 없이 떠났다"며 "역사의 깊은 상처는 오로지 광주시민들과 국민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오월의 빛을 되찾는 일은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한다. 그늘에 가리워진 진실들을 발굴하고, 책임자들에게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역사를 인식한다면 국가장 얘기는 감히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 성찰 없는 죽음은 그 조차 유죄"라고 일갈했다.

여영국 대표는 "헌정질서를 유린한 군사쿠데타 범죄자 전두환씨가 역사적 심판과 사법적 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망했다"며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혐의로 기소된 그가 29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사망한 것은 끝까지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사법 정의를 농단해온 그의 추악한 범죄가 80년 5월로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 범죄임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을 찬양하는 윤석열 후보와 같은 수구세력이 그를 단죄한 사법 심판과 역사적 평가를 조롱하면서 역사와 사법 정의를 지체시켜왔다"며 "학살의 범죄에 묵인하고 동조해온 공범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전두환씨의 죽음은 죽음조차 유죄"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군부독재를 시작했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여러 유혈탄압 등 우리 역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긴 것에 대한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문희 김동연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두환씨가 광주 민주화 영령 앞에 사과 한마디 없이 생을 마감했다"며 "그가 국민과 역사에 남긴 깊은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고 했다. 

송 대변인은 "5.18의 역사적 사실 확인과 평가는 지속돼야 하며 이 땅의 민주화 역사가 퇴보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군부독재 어두운 역사의 장벽을 넘어 온 대한민국은 이제 밝은 미래로 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경선 경쟁 후보와 오찬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전씨가 생전 5·18 무력 진압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은 데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지금 돌아가셨고 상중이니까 정치적인 이야기를 그 분과 관련지어 하기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조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언제갈지는 모르겠는데 (장례) 준비 일정을 좀 봐 가지고,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싫든 좋든 여러 논란을 벌였던, 한국사의 한 장면을 기록했던 분이시고 많은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엄청난 사건의 주역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면서도 "인간적으로는 돌아가신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전두환씨 사망한 것에 대해 일단 이 날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조문이나 조화 조치 등에 대해서 "정해진 바 없다"며 결정을 유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