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겨냥한 '불분명' 제보 논란, "면책특권, 정치공작하라고 있는 거 아니다"
[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가 촉구하는 '개발이익 환수 3법(개발이익환수법·도시개발법·주택법일부개정안)' 을 상정하려 하나, 대장동 건을 이재명 후보 책임이라고 줄곧 강변하는 국민의힘에선 정작 해당 법안 상정을 거부하며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22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는 계속 반복됐다. 한편 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제보 하나를 받았다"며 "지난 2015년 2월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공이익 확보가 아닌, 민간에게 추가 이익확보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아니며, 익명의 제3자가 '검찰이 그런 진술을 받았다'고 자신에게 제보했다고 한 것이다. 만약 제보를 받았다면 구체적 근거와 정황이 있는 것인지, 제보자의 진술이 일관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게 폭로하기 전 기본적인 순서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아니면 말고'식 폭로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허위사실 유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악용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폭로하지 말라며 김은혜 의원을 향해 일갈했다. 진성준 의원은 "우리 국회의원들 정신차려야 한다"며 "이러다가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탄핵당하게 생겼다. 면책특권 이용해서 허위발언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진성준 의원은 "도대체 누가 이재명 시장이 '민간개발업자의 이익이 이 정도 되어선 안 되니, 민간에 개발이익을 더 주도록 하라'고 어떻개 지시했다는 것인지 육하원칙에 입각해서 발언하라"며 "자신 있으면 기자회견장 가서 발언하라"고 촉구했다.
진성준 의원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대권을 놓고 겨룬다 하더라도 사실 갖고 얘기해야 할 거 아니냐"라며 "자신 있으면 기자회견장 가서 발언하시라"고 거듭 일갈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발언했다는 것인지 그 제보자와 함께 밝히라"고 김은혜 의원에 거듭 촉구했다.
이같은 실체와 구체성이 불분명한 '익명의 제보'의 경우 지난 대선 때도 악용된 대표적 사례가 있다. 바로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옛 국민의당의 '제보조작'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옛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미디어아트 작가의 대학원 동료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제보자'의 음성파일을 통해, '문준용 작가가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을 지난 대선 막판 일파만파 키운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문준용 작가의 실제 동기들 증언은 '익명의 제보자'와는 전혀 달라 신빙성 논란이 커졌다. 결국 대선 이후 제보조작 사건임이 들통났으며, 이를 계기로 옛 국민의당은 완전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진성준 의원은 23일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특위회의에서 김은혜 의원을 향해 "면책특권을 악용한 정치 공작이 아닐 수 없다"고 거듭 질타했다.
진성준 의원이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책임자가 바로 이재명 시장이라고 하면서 공개한 10건의 대장동 사업 관련 공문 중에도 이재명 시장은 '민간수익을 지나치게 우선시 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을 자필로 써서 결재할 정도로 공익을 중시한 사람이었다"라며 "그런데 이것과 180도 다른 지시를 했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근거인지 알 수 없다"고 일갈했다.
진성준 의원은 "제보를 받으면 그 제보가 과연 사실인지, 아니면 최소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지 확인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며 "김은혜 의원은 그런 기초적인 검증을 일체 하지 않은 채 확인되지 않은 거짓말을 제보라면서 얘기했다"라고 질타했다.
진성준 의원은 면책특권에 대해 "권력의 외압 같은 것에 굴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바른 소리를 하라고 우리 국민이 부여한 특권"이라며 "거짓말 늘어놓으면서 정치공작하라고 있는 특권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당내 지도부를 향해, 김은혜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도 촉구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남용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들을 국회에서 마구잡이 폭로하는 의원들의 사례는 줄곧 문제시돼 왔다. 과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에도 '아니면 말고'식 폭로의 대명사격으로 불리웠으며, 지난 수년 간 '문재인·문준용 저격수' 역할을 하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도 역시 그런 사례로 지적돼 왔다.
지난달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 조폭의 '가짜 돈다발'을 폭로했다가 허위로 드러나며 망신당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도 '면책특권'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면책특권 폐지는 과거에도 계속 지적됐다가 흐지부지됐는데, 최근 들어 이재명 후보가 적극 폐지를 촉구하는 등 '정치개혁' 대표적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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