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살펴보겠다. 논의하겠다…", 기동민 "밀어붙이면 불협화음 공포감이…"
[ 고승은 기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는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받고도 개혁을 하지 않은 민주당의 무능함을 대신 사과하면서, 다시 태어나겠다고 호소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내 상임위원장단 및 간사단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언을 통해 "약속보다 더 중요한 건 실천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나중으로 미룰 필요 없다"며 각종 개혁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재명 후보는 "(야당과)충분히 논의했는데도 부당하게 발목잡는 사안들이 있다면, 국회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권한 최대치로 행사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현안들은 최대한 책임처리, 신속처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후보가 신속 처리를 촉구한 법안 중에는 국가공무원법 관련 개정도 있었다. 그는 "'교원과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근무 시간에는 정치활동 안 된다. 근무시간 외에는 직무와 관련해서 정치활동하면 안 된다' 이렇게 정해야 한다"며 "자다가 트위터하는 것까지 위반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활동 전면 금지 규정을 갖고 있는 국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이를 개정해서 근무 시간 외 그리고 직무와 무관할 시에는 정치활동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것은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 주요 요구사항"이라며 "국제노동규약 위반이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인데 왜 처리가 안 되고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알기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고 국정과제였다. 이번에 하시라"고 제안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행안위원회에 법안이 1800개 (계류돼 있고)현재 450~460개 통과시켰는데, 그거하기도 쉽지 않았다"라며 "그것도 잘 살펴서 여야 의견을(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행안위원장이 방망이(의사봉) 들고 있잖나"라며 "'이건 하면 안 된다'라는 입장이 (야)당에 있는 건가? 이견 없는 거잖나. 그럼 현실적으로 처리가 가능한 건가. 불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럼에도 서영교 의원은 "살펴보도록 하겠다"라며 "야당과 의견을 좁힐 수 있으면 같이 가는 것이 좋으니까. 안 되면 그 다음 단계는 또 논의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아니,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으면 하자니까요"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고, 야당도 반대하는 법안이 아니면 즉시 처리할 수 있음에도 '협의' '논의'를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인 것이다.
또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오늘 (이재명)후보께서 '당이 기민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법이 보유한 권한들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국민들에게 절박함이 잘 전달된 거 같다"면서도 "전체적 법안 이렇게만 끝내버리면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이 이렇게 해서 밀어붙이는 거 아니냐' 이런 한편의 불협화음에 대한 공포감도 있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기동민 의원은 "좀 더 정리된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리 과정을 원내에서 충분히 상의할 시간을 달라"며 "이걸 가지고 후보와 상의해서 국민들께 보고드리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선 절대 얻기 불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지난해 총선에서 거대 의석을 몰아준 것은 야당에 의해 '발목 잡히지 말고' 개혁과제들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하지만 '협치' '신중' 모드로 일관하다 결국 제대로 처리한 것이 없어 민심이 크게 이반되고 정권교체론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도 적잖은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기민한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반응에 이재명 후보도 답답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주당이 답답한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민주당을 대놓고 깔볼 수 있었던 것이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4월 원내대표 출마를 앞두고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180석이 아니라 1800석이라도 우리를 못 이긴다는 것"이라고 발언할 정도로, 대놓고 무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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