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지 현대화 주도 … 미국 제2공장 완공 지휘도 … 코로나19 특수 늘어난 수출 확대에 중요한 역할 할 듯

농심 이병학 부사장 (사진=농심)
농심 이병학 부사장 (사진=농심)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농심이 이병학 생산부문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함에 따라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심은 26일, 다음달 1일부터 이병학(63) 생산부문장 전무를 2021년 12월 1일부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병학 부사장이 대표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내년 3월부터다. 이후 농심은 기존 박준 부회장과 이병학 부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병학 부사장은 농심의 생산기지 현대화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농심이 보유한 생산기지 중 가장 생산 규모가 큰 안양공장과 구미공장에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2018년부터 설비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전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심은 IFS(Intelligent Factory System)체제로 운영되는 '지능형 공장'인 구미공장의 추가 건립을 위해 14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새롭게 지어진 구미공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등을 생산과정 전반에 구현한 스마트 팩토리로 분류된다.

그는 또 미국 공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제 2공장 설립은 올해 연말까지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2공장이 가동되면 미국과 캐나다뿐 아니라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아우르는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들. (사진=농심)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들. (사진=농심)

그가 주도하는 미국 제2공장 가동은 최근 늘고 있는 해외 유통의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농심의 해외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그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농심의 북미 시장 매출은 2231억 원, 영업이익은 2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9.6% 올랐다.

특히 대표 제품인 신라면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900억 원) 중 해외매출은 3700억 원으로 53.6%에 달한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른 것이다. 이 추세라면 신라면의 올해 해외 매출은 총 93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면 국내외 매출액 현황 (자료=농심)
신라면 국내외 매출액 현황 (자료=농심)

참고로 농심의 해외 진출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농심은 1971년부터 미국 LA 지역에 라면을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1996년 중국 상해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청도공장(1998년), 중국 심양공장(2000년), 미국 LA공장(2005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운 바 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이듬해인 1987년 수출을 시작하며 바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심의 해외 진출 주요 역사 (자료=농심)
농심의 해외 진출 주요 역사 (자료=농심)

농심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 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부터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수출되면서 미디어 속에서 농심 라면들이 등장하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등 호재가 이어진 것도 좋은 기회가 됐다. 영화 '기생충'이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극 중에서 '짜파구리'(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끓인 요리)가 전 세계에 알려진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농심에게 있어 수출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 시장, 특히 라면류의 시장 점유율은 한 때 70%에 이를 정도로 농심은 절대강자로 꼽혔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각종 악재로 국내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2017년 5월에는 30년 만에 시장점유율 50% 이하로 잠깐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농심의 약진을 끌어 올린 것은 해외 진출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3% 증가하는 한편,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 시장 점유율도 회복했지만, 해외시장 개척이 이같은 호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업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정도"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K-컬처'와 함께 'K-푸드'들이 해외에서 마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굳이 농심 뿐 아니더라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농심의 특별한 점은 해외 시장에서 각 나라에 맞는 현지화를 적절하게 해 왔고, 그러면서도 본연의 맛을 놓지 않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병학 부사장의 대표 취임과 함께 3세 경영 기반 구축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농심 신동원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신 회장의 장남인 신상영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기 때문이다.

신상영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경영기획팀에서 기획과 예산 관련 업무를 맡아 왔다. 앞으로는 원자재 수급 등 핵심 업무를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고(故)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농심 주식 20만 주를 상속받아 농심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도 1.41%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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