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안국미술상' 수상자 김상돈 작가와 나눈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
"계몽운동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있어 … 잃어버린 생각의 와이파이를 다시 세워보고자 했다"

[인터뷰-작가 김상돈 ②]"'토템'이나 '무당'들이 내쫒아지고, 우리의 문화가 지워졌다"

[인터뷰-작가 김상돈 ③] "'안국약품 미술상', 경쟁 구도 아니어서 좋았다"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어떻게 경복궁하고 어떻게 청계천의 수레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작품에서는 연결해 보려고 하는거죠." (김상돈 작가. 그의 작품 중 하나를 설명하며.)

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쇼핑카트 위에 멋진 상여가 얹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앞뒤로 나무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는 오브제들이 있다. 오브제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이며, 행렬의 중심을 이루는 상여를 싣고 있는 것은 대형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트다. 작품의 이름은 '행렬'이다.

작품명 '행렬'(2021, 혼합재료, 가변크기, 광주비엔날레, 광주).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가운데 쇼핑카트에 올라가 있는 상여가 눈에 띈다. (사진=김상돈 작가)
작품명 '행렬'(2021, 혼합재료, 가변크기, 광주비엔날레, 광주).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가운데 쇼핑카트에 올라가 있는 상여가 눈에 띈다. (사진=김상돈 작가)

안국문화재단(안국약품)은 '제1회 안국미술상' 수상자인 김상돈 작가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들과 무언가 우리 민족이 과거부터 가져왔던, 무속적 의미를 가진 무구(巫具,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기구)를 연결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뭔지 상기시켜 준다. 단순히 현대와 과거를 잇는 작업이 아닌, 보다 더 한국인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을 자극한다.

뉴스프리존은 추워지기 시작한 11월 중순, 안국약품 사옥 1층에 위치한 갤러리AG에서 김상돈 작가와 만나 그의 작품세계, 그리고 그가 수상한 안국미술상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상돈 작가. (촬영=이동근 기자)
"제가 도구, 그러니까 연장(延長)들을 좋아한다. 도구가 연장인데, 이 단어가 손의 연장(물건을 길게 늘린다는 의미)이라고 한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아이맥은 훌륭하다. 그것들 역시 일종의 연장이다. 하지만 더 매혹적인 것이 사람들이 근력으로 움직이는 연장들이다."
김상돈 작가. (촬영=이동근 기자)

먼저 그와 가장 최근 작품인 '행렬'(2021년 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작품은 올해 4월 개막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이다. 그는 "쇼핑 카트 위에 전통 우리나라 전통의 상을 결합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한 당시 비엔날래에서 이 작품은 다양한 매체와 일상·사회적 재료를 혼합해 한국 샤머니즘, 식민 기억, 현대 정치, 과잉 소비 등을 표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어 다른 작품인 '불수레'(2017년 작, 엘 아트센터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박스 등을 나르는 카트에 고추(실제로는 플라스틱)가 잔뜩 달려 있다. 김 작가는 "을지로에서 발견한 수레의 위를 늘려서 플라스틱 고추를 장식한 것"이라며 이 작품을 '신장(神將)대'로 비유했다. 그는 신장대는 무당이 신을 부를 때 사용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비유했다.

작품명 '불수레'(2017년작, 혼합재료, 지름 60㎝, 높이 200㎝, 플랫폼 엘 아트센터). (사진=김상돈 작가)
작품명 '불수레'(2017년작, 혼합재료, 지름 60㎝, 높이 200㎝, 플랫폼 엘 아트센터). 흔히 볼 수 있는 수레의 길이를 늘린 뒤, 플라스틱 고추들을 매달았다. 빨간 고추들은 무속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상돈 작가)
작품명 '안테나'(2014년 작, 혼합재료, 지름 102㎝, 높이 238㎝, 두산갤러리, 뉴욕). 사다리에 붉은 해가 떠오르는 듯한 모양의 오브제를 장착했다. 안테나는 신과의 연결을 뜻하는 듯 하다. (사진=김상돈 작가)
작품명 '안테나'(2014년 작, 혼합재료, 지름 102㎝, 높이 238㎝, 두산갤러리, 뉴욕). 사다리에 붉은 해가 떠오르는 듯한 모양의 오브제를 장착했다. 안테나는 신과의 연결을 뜻하는 듯 하다. (사진=김상돈 작가)

이어 그는 또 다른 작품인 '안테나'(2014년 작, 두산 갤러리 전시작), '역기'(2011년 작), '장수노인' 등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슈퍼마켓에서 나뒹구는 플라스틱 의자에 마늘, 꽈리 등 무속적 의미가 있는 장식을 더하는 등의 작업이었다.

여러 작품들을 점차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와 과거를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같이 단순화하기에는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선 작품의 한 축인 현대의 물건, 정확히는 최첨단 도구가 아닌, 일반적인 '노동'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물건들이었다.

그는 "제가 도구, 그러니까 연장(延長)들을 좋아한다. 도구가 연장인데, 이 단어가 손의 연장(물건을 길게 늘린다는 의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철로 된 긴 물건을 사다리라고 하고, 사람의 몸의 연장으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현대사회에서 육체노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근력을 이용해야 하는 연장들일까. 그는 더 육체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도구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김 작가는 "물론 스마트폰이나 아이맥은 훌륭하다. 그것들 역시 일종의 연장이다. 하지만 더 매혹적인 것이 사람들이 근력으로 움직이는 연장들이다. 몸보다 정신이 더 빨리 죽는다고 그러지 않나.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육체가 중요했다. 그래서 (육체로 움직이는) 도구가 더 사람 몸의 '연장'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의 또 다른 축인 '과거'에 대해서는 현대에 와서 끊어진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에 대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독일에서 공부를 했고,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독일식 미술을 했다. 그런데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미술은 개념미술이고, 많은 표현보다 적게 표현해서 의미를 강화시키는 것인데, 그게 한국하고 안 맞았다. 독일식 예술에 사용되는 축약된 문장이나 단어에는 거기에 쌓인 내러티브(이야기)가 있는데, 한국은 새마을 운동 이후 전통이 다 제거된 상태여서 내러티브같은 것이 사라져있었다"고 설멸했다.

김 작가는 "이후 오히려 내러티브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마을운동 이후) 너무 서구화되면서 서구에서 만들어낸 시스템들을 너무 따르다 보니 스스로 우리의 내러티브를 포기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의 내러티브를 만들고 싶었다. 현대의 도구로서의 연장, 그리고 이미 우리 집단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그 연장을 '연결'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이제 도마뱀이 잡히면 꼬리를 잘라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전통 문화를 다 지워버렸다"
김상돈 작가. (촬영=이동근 기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을 보니 이전보다 좀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여와 같은 한국인의 집단무의식 속에 있는 샤머니즘과 오늘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와의 연결점,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관계돼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기자의 의견에 김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전통이라는 문화 속에서 우리가 배우지 않아도 잠재되어 있는 부분들이 현대의 디지털화 된 시대에 살다보니 개인이 어떤 괴리를 느끼는 것 같다"며 "괴리 때문에 발생하는 그런 병리학적인 측면들이 육체의 병, 코로나 때문에 걸린 병보다 더 많아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는 선교라든지 일종의 계몽의 개념으로 우리를 지배했던 거고, 그게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그 것을 받아들이면서 우리 내러티브를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내러티브 단절과 관련 "마을의 토템이라든가, 무당들을 내쫒고,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일종의 계몽운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이제 도마뱀이 잡히면 꼬리를 잘라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전통 문화를 다 지워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면 은평 뉴타운 같은 경우도 원래 작은 무당집이 있었고, 왕십리 굿이 있었고, 구파발 굿도 있었다. 구파발 굿 같은 경우 민속학적으로 굉장히 연구할 만 한 것인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내부에 교회가 다 들어간다. 교회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화현상만 봤을 때는 뭐가 제거되고, 왜 교회로 대체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갑자기 단절돼 버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김 작가는 그의 작품, 특히 광주비엔날래에 출품됐던 '행렬'에 대해 설명했다.

김 작가는 "광주비엔날래의 주제가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었다. 인간과 신의, 어떤 주파수를 잡으려고 하는 부분인거다.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의 와이파이를 다시 한 번 세워보자. 인간들의 관계에서 훼손된, 잃어버린 생각의 와이파이를, 훼손된 떠오르는 마음과 맞이하는 영혼을 다시 한 번 세워보자, 그러니까 신장대를 다시 세워보자라는 거였다"고 말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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